오는 2일 공소청이 들어설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정문에서 1일 오전 검찰청 명칭을 교체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이지수 기자


78년간 대한민국 형사사법 체계의 한 축을 담당해 온 검찰청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2일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동시에 문을 연다. 하지만 두 기관 모두 조직을 이끌 수장은 물론이고, 구체적인 실무 수사 지침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출범하게 됐다. '개문발차' 우려가 컸는데, '개문(開門)' 상태에서 '발차(發車)'조차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정오를 기해 검찰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이 전면 중단돼 전국 일선 검찰청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갔다. 청사 현판 교체와 검찰 로고 지우기에만 정부 예산 65억원이 투입됐지만, 공소청 전환 준비는 제대로 못한 것이다.



6대 중대범죄 수사를 전담할 중수청은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요청안이 여권 내 반발로 국회에 보내지지도 못한 채 문을 열게 됐다. 청와대는 1일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요청안을 보내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수장 장기공백 상태를 피하긴 힘들다. 특례임용으로 검찰에서 중수청으로 이직이 확정된 검사와 수사관들은 이날 오전까지도 인사발령을 받지 못했다.

중수청은 현재 사무 공간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다. 본청과 서울청은 서울 중구 르네스퀘어 빌딩 2~17층을 임대했으나, 1일까지도 여전히 공사 중이었다. 전산망 구축에만 3년이 소요돼 당분간 경찰 전산망을 빌려 써야 하는 데다 정원(2874명)의 68% 수준인 1962명만 채워진 채 출범한다. 특히 5급 이상은 정원 629명에 212명밖에 지원하지 않아 중대범죄 수사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기 힘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오는 2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들어설 서울 중구 르네스퀘어 빌딩 1층에서 1일 오전 인부들이 기초 작업에 한창이다./유찬우 기자


공소청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개정 형사소송법 취지에 맞게 정비해야 할 하위·관계 법령만 100개가 넘는데, 여전히 작업 중인 상태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검사의 줄사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 당시 집단 반발 성명에 이름을 올린 윤원기 수원고검 검사를 비롯한 검찰 중간 간부들은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어려운 시기에 함께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사직 글을 잇달아 올렸다.



중수청이 당장 제 기능을 하기 힘들고, 검사의 수사권이 완전히 폐지되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사건 처리는 대부분 경찰이 떠안게 됐다.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1일 새 형사사법체계 안착을 위한 '비상체제'를 선포했다. 김 대행은 "국민께서 엄중한 눈으로 지켜보신다"며 "부패·비리, 사건 조작·은폐, 제 식구 감싸기와 같은 중대 비위는 더욱 엄정히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전직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들이 모인 검찰동우회는 1일 "검찰청을 폐지하는 것은 역사의 퇴보이자 건국 이래 최악의 실정"이라며 공소청을 다시 검찰청으로 바꾸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공소청장을 '검찰총장'으로 하고, 공소청 근무 검사의 호칭을 그대로 두면서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꾼 것은 어불성설이자 기형적인 형태를 만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소청 수장의 법률상 공식 지명은 '검찰총장'이다. 헌법 제89조가 검찰총장 임명을 국무회의 심의사항으로 명시하고 있어 법률로만 '공소청장'으로 이름을 바꾸면 위헌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헌법 제12조 제3항은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영장 청구를 담당하는 공소청 검사 역시 '검사' 이름을 그대로 쓰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