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암살자(들)'의 역사 왜곡 논란을 계기로 창작물마다 평가 잣대가 다르다는 '내로남불' 공방이 불붙었다. 이전에도 웹툰과 게임 등에서 진영과 성별을 가리지 않고 서로 이중잣대를 주장해 왔지만, 매번 결론은 나지 않았다. 이 같은 사회적 논쟁을 줄이기 위해 창작물을 평가하는 보편적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영화진흥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다룬 '암살자(들)'은 전날까지 누적 관객 223만명을 넘기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지난달 23일 개봉한 이 영화는 극 중 인물들이 중앙정보부의 개입 가능성을 제기하는 장면 등으로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달 28일 페이스북에 "5·18은 말 한마디만 잘못해도 감옥에 간다"며 "(그러나) 박정희 대통령 모욕은 표현의 자유"라고 적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도 이튿날 페이스북에 "역사가 왼쪽에 있으면 성역이고, 오른쪽에 있으면 단순한 픽션, 영화 소재인가"라고 썼다. 5·18 허위사실 유포는 처벌하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 부부를 다룬 창작물은 표현의 자유로 감싼다는 주장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오히려 국민의힘이 창작을 검열하고 있다고 맞섰다. 전은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전날 서면 브리핑에서 "정치가 문화예술에 직접 들어가 무엇을 보여주고 무엇을 보여주지 않을지 결정하려는 순간, 그것은 검열이 된다"고 밝혔다. 양쪽 모두 상대가 표현의 자유를 입맛대로 적용한다고 보는 형국이다.
창작물을 둘러싼 내로남불 논란은 영화에만 그치지 않는다. 2020년 네이버웹툰 '인생존망'은 바지를 입은 여성 캐릭터의 뒷모습에 모자이크를 넣었다가 논란이 됐다. 여성향 콘텐츠에서는 남성의 선정적인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다는 이중잣대 비판도 나왔다. 네이버웹툰은 이튿날 모자이크를 없앴다.
웹툰 '신과함께'로 이름을 알린 주호민 작가는 2020년 개인 방송에서 "지금 웹툰이 검열이 진짜 심해졌다. 검열을 옛날엔 국가에서 했지만 지금은 시민, 독자가 한다. 대중독재의 시대가 열렸다"며 "그려도 되는지, 이걸 해도 되는지, 그 생각 자체를 한다는 게 정상이 아니다. 아무튼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창작물에 대한 각기 다른 잣대가 게임 이용자들의 '민원 전쟁'으로 번지기도 한다. 미소녀 캐릭터를 수집하는 모바일 게임 '블루 아카이브'와 미소년 아이돌을 수집·육성하는 '앙상블스타즈'를 둘러싼 갈등이 그런 사례다.
2022년 9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블루 아카이브 등 서브컬처 게임의 등급을 다시 매겨 달라는 민원을 넣는 '챌린지'가 일어났고,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는 블루 아카이브에 청소년이용불가로 등급을 올리라고 권고했다. 그러자 블루 아카이브 이용자들은 여성향 게임인 앙상블스타즈의 등급이 적정한지 따지는 맞불 민원으로 대응했다.
그해 10월4~11일 게임위에 접수된 민원은 등급 상향에 반발한 민원을 포함해 블루 아카이브 1만4628건, 앙상블스타즈 2829건이었다. 결국 게임위는 그해 11월 블루 아카이브를 청소년이용불가로 재분류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사회적인 논의를 통해 큰 틀의 보편적인 기준을 만들어 나가는 동시에 작품별 사례에 맞는 세부적인 기준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그런 과정이 합리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지금처럼 과열된 인터넷 문화에서는 토론이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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