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현지 시간)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결승전에서 일본에 1-0 승리로 금메달을 차지한 대한민국 엄지성을 비롯한 선수단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최근 폐막한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야구와 축구가 나란히 금메달을 땄다. 그러나 축하보다 금메달에 따라붙는 병역특례를 둘러싼 논란이 들끓었다.

프로 선수들로 꾸린 야구대표팀은 일본 사회인야구 대표팀에 한 차례 완패한 끝에 결승에서 설욕하며 정상에 올랐다. 지난 3일 일본을 1-0으로 꺾고 대회 4연패를 달성한 축구대표팀은 경기 직후 일부 선수의 발언과 SNS 게시물로 논란을 키웠다. 주장 이기혁은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면 입대를 앞둔 처지였다며 "군대 안 갑니다"라고 말했고, 양민혁은 병역 혜택이 금메달을 향한 동기였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박승수는 '전역모'를 쓴 사진을 SNS에 올렸다가 지웠고, 최우진은 DMZ 지뢰 사고로 다친 장병을 연상시키는 '금메달 세리머니' 영상을 올렸다.



비판이 거세지자 선수들은 SNS를 통해 사과했고 대한축구협회도 고개숙였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은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다. 국가대표답게 표현에 품위를 갖추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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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의 태도와 제도는 따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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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의 발언은 분명 경솔했다. 국가대표는 실력으로 뽑히지만, 태극마크를 다는 순간 그들의 말과 행동은 더 이상 개인의 영역에 머물지 않는다. 인터뷰 한마디, SNS 게시물 하나가 실시간으로 대중에게 전달된다. 병역처럼 민감한 문제를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가르치는 일도 이제 대표팀 운영의 일부로 봐야 한다.

하지만 몇몇 선수의 말실수와 태도를 비난하는 것으로 4년마다 반복되는 논란이 끝나지는 않는다. 문제의 뿌리는 오래된 제도에 있다.
2일(현지 시간) 일본 아이치현 오카자키시 오카자키 중앙종합공원 내 다목적 광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양궁 리커브 남자 단체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김우진, 이우석, 김제덕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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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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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회에는 전혀 다른 장면도 있었다. 양궁 리커브 남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김제덕은 시상식에서 애국가가 울리자 거수경례했다. 2021 도쿄올림픽 금메달로 이미 예술·체육요원에 편입돼 병역을 이행 중인 그는 인터뷰에서 " 지금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 중이다. 군인 신분이라 거수경례했다"고 밝혔다. '면제'라는 표현에 "면제가 아니라 병역특례"라고 바로잡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예술·체육요원은 병역의무가 사라지는 제도가 아니다. 기초군사훈련을 받은 뒤 34개월 동안 자신의 특기 분야에서 활동하며 544시간의 공익복무를 채워야 한다. 김제덕의 사례는 병역특례가 흔히 말하는 '군 면제'와 다르고, 같은 혜택을 받고도 이를 대하는 태도는 선수마다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쟁점은 '왜 운동선수만 군대에 안 가느냐'가 아니라 '왜 아시안게임 금메달 한 번이 다른 방식으로 병역을 이행할 자격을 결정하느냐'이다.
[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폐막일인 4일 구기 종목들의 영광의 순간을 되돌아 봤다. 남자 축구는 4연속 아시안게임 정상의 자리를 유지했고, 여자 핸드볼 대표팀은 8년 만에 아시아 정상의 자리를 되찾았다. 경기력 논란이 있던 야구 대표팀은 결승전에서 일본을 3-1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농구 대표팀은 일본을 누르고 12년 만의 남녀 동반 우승 쾌거를 거뒀다. 올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를 종횡무진한 김주형도 태극마크를 달고 아시아 정상의 올랐다. 이준석은 '신생 종목' 테크볼의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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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 한 번, 제도의 가장 큰 약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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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체육요원 제도는 국위 선양과 문화 창달을 장려하려는 취지로 1973년 도입돼 53년째 이어지고 있다. 체육요원의 편입 기준은 올림픽 3위 이내, 아시안게임 1위다. 세계선수권 우승이나 수년간 쌓아온 국제 성과는 반영되지 않는다.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과 은메달 사이에서 병역 이행 방식이 갈리는 셈이다.

예술 분야도 병무청이 지정한 국제예술경연대회 2위 이상, 국악·한국무용처럼 국제대회가 없는 분야의 국내 경연대회 1위, 5년 이상 국가무형문화재 전수교육을 이수한 사람 등이 대상이다. 대중예술은 아예 빠져 있다. 예술은 2위까지 인정하고 아시안게임 체육은 1위만 인정하는 이 차이 역시 형평성 논란에서 빠지지 않는다. 저출생으로 병력 자원이 줄고 병역 공정성에 대한 요구가 커진 지금, 오래된 기준을 그대로 두는 것이 맞는지 따져봐야 한다.

스포츠에서 유독 논란이 되풀이되는 이유가 있다. 결과가 한 경기, 메달 색깔 하나로 선명하게 갈리고, 인기종목인 야구와 축구는 프로 선수의 몸값과 경력이 병역 혜택과 곧장 맞물리기 때문이다. 대표 선발부터 경기, 인터뷰, SNS까지 모두 공개돼 제도의 허점과 개인의 이해관계가 한꺼번에 드러날 수밖에 없다. 메달을 따는 순간 병역 혜택이 전국에 생중계되는 셈이다.

그렇다고 운동선수만 특별한 방식으로 병역을 이행하는 것도 아니다. 전문연구요원은 연구기관에서 36개월, 현역 대상 산업기능요원은 지정업체에서 34개월 대체복무를 한다. 국가에 필요한 전문성을 군 복무와 다른 방식으로 활용하는 제도는 이미 여럿 있다. 결국 쟁점은 특례가 있느냐 없느냐보다 어떤 기준으로 전문성을 인정하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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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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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제도를 개선할 방안은 몇 가지 있다. 여러 국제대회의 성과를 누적해 평가하는 '누적 성과제' 부터 검토해볼만 하다. 올림픽·아시안게임·세계선수권 등의 성적을 일정 기준으로 환산하면 한 번의 금메달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문제를 줄일 수 있다.다만 종목마다 대회의 위상과 경쟁 구조가 달라 점수를 공정하게 설계하기는 쉽지 않다.

또 선수 경력이 끊기지 않도록 복무 형태를 넓히는 방법도 있다. 국군체육부대(상무)의 문을 넓히고, 군인 신분으로 훈련과 국제대회 출전을 병행하게 하며, 입영 시기를 조정해주는 식이다. 제도의 목적을 '군대에 가지 않게 해주는 것'에서 '군 복무 때문에 선수 경력이 끊기지 않게 하는 것'으로 옮기자는 발상이다.

해외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부담을 덜어주는 나라는 한국 외에 대만, 이란 정도다. 싱가포르는 입영을 미뤄주고, 이스라엘·핀란드·스위스·오스트리아 등은 군 복무와 선수 활동을 병행하게 한다.

예술·체육요원이 복무 중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을 올리면 기여금을 걷어 군인복지기금으로 돌리자는 방안도 최근 정치권에서 나왔다. 그러나 이는 경제적 형평성은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겠지만, '왜 금메달 한 번이 편입 자격을 가르냐'는 근본적인 물음에는 답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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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의 개편론, 이번엔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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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커지자 정치권에서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예술·체육요원 병역 특례를 아예 없애자는 주장부터 종목별 경쟁 수준과 국제적 위상을 반영해 기준을 다시 짜자는 제안, 제도는 두되 복무와 공적 책임을 강화하자는 의견까지 다양하다.

이재명 정부 초대 국방부 장관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국위선양은 이제 경제적 보상으로 해야 한다"고 했고,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종목별 경쟁 수준과 국제적 위상을 종합해 기준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론이 끓어오를 때마다 폐지론을 꺼내거나 특정 종목만 빼는 식으로는 또 다른 형평성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53년 된 제도는 시대변화에 맞게 손볼 필요는 있다. 그렇다고 몇몇 선수의 경솔한 언행이 제도 전체를 없애는 근거는 아니다. 선수 경력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면 그 목적에 맞는 병역 이행 방식을 만들고 자격은 금메달 한 번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이 납득할 수 있는 기준으로 정해야 한다.

이제 논의해야 할 것은 '누구를 군대에서 빼줄 것인가'가 아니라 '병역의 공정성과 선수의 경력을 어떻게 함께 지킬 것인가'이다. 4년마다 불붙었다가 사그라드는 논쟁이 이번에는 실제 제도 개편으로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