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스피지가 정밀감속기와 통합 액추에이터 등 로봇 부품 사업을 키우는 사이 재고자산이 빠르게 늘고 있다. 매출은 줄었는데 재고는 반년 새 200억원 가까이 불어나 전체 자산의 3분의 1을 넘어섰다. 해외 판매와 신제품 공급에 대비해 쌓은 재고가 제때 팔리지 않으면 실적과 재무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스피지의 올해 6월 말 연결 기준 재고자산은 1596억원으로 지난해 말 1396억원보다 약 199억원(14.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자산에서 재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28.82%에서 34.67%로 높아졌다.
증가분은 완성품에 몰렸다. 평가충당금 차감 전 기준 제품 재고는 636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27억원(약 25%) 늘었다. 원재료는 769억원으로 71억원 증가했다. 늘어난 재고의 3분의 2 가까이가 이미 만들어 놓고 아직 팔지 못한 제품인 셈이다. 재고 가치 하락분을 반영한 상반기 재고자산평가손실도 6억9000만원으로 전년 동기 8000만원의 약 8.6배로 커졌다.
재고가 쌓이는 동안 매출은 뒷걸음질했다. 올해 상반기 연결 매출은 1696억원으로 전년 동기 1738억원보다 2.4%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85억원으로 전년 동기 80억원보다 소폭 늘었다. 순이익도 59억원을 냈지만 영업활동현금흐름은 -35억원을 기록했다. 회사는 외화환산 관련 변동 등을 이유로 들었다.
회사는 해외 매출 확대와 수주 대응을 위한 안전재고 운영 등을 재고 증가 배경으로 설명했다. 에스피지 관계자는 "해외 매출 비중이 높아지면서 현지 판매에 대응하기 위한 재고를 지속해서 확보하고 있다. 재고에는 기존 제품뿐 아니라 로봇 부품 등 신제품과 반제품도 포함돼 있고 계획적인 생산을 통해 재고를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반기 연결 해외 매출은 1216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71.7%다. 이 중 미국이 518억원, 중국이 514억원이다.
재고 증가는 국내에서도 나타났다. 이 관계자는 "올해는 해외뿐 아니라 국내 법인에서도 재고가 증가하면서 전체 재고자산이 늘었다"고 밝혔다. 재고 부담을 덜어줄 로봇 사업은 아직 규모가 작다. 회사는 로봇 관련 매출이 2024년 약 100억원에서 지난해 약 140억원으로 늘었고 올해는 약 2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 1년 치 로봇 매출 예상치가 상반기에 늘어난 재고와 비슷한 규모다. 정기공시에서 로봇 사업 실적은 '기타' 품목으로 묶여 있어 외부에서 따로 확인하기도 어렵다. 회사는 내년쯤부터 품목별 공시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1991년 설립된 에스피지는 가전·공장자동화용 모터가 주력이다. 일본 업체 의존도가 높았던 정밀감속기를 국산화하며 로봇 분야로 사업을 넓혀왔고 최근엔 모터와 감속기, 제어기를 하나로 통합한 로봇용 구동모듈 SDD(SPG Direct Drive)를 성장동력으로 내세웠다. SDD도 본격적인 매출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에스피지 관계자는 "정밀감속기를 비롯한 로봇 관련 매출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SDD는 현재 주문 생산을 중심으로 양산을 시작한 단계"라고 설명했다. 계약 상대방은 공개하지 않았다.
재고 부담 속에 관계회사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에스피지는 음식물처리기 업체 스마트카라 지분 29.52%를 보유하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 약 5억9000만원을 추가 출자했다. 지급보증 규모는 70억원이다. 스마트카라 대표는 에스피지 창업자 이준호 회장의 딸 이은지씨다. 이 회장(19.84%)과 아들 이상현 에스피지 이사(10.09%), 이은지 대표(4.19%), 이현지씨(3.62%) 등 오너 일가 지분은 37.74%다. 회사는 음식물처리기 시장의 경쟁이 심화한 상황에서 주요 주주로서 경영 안정화를 지원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시대포럼] AI 대전환의 시대, AI 풀스택 대한민국의 도약](https://i.ytimg.com/vi/VcbpSJtXg6o/maxresdefault.jpg?width=1920&quality=7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