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다섯 번째 비행에 성공했다. 고도 약 570㎞ 목표 궤도에 올라 초소형군집위성 5기와 큐브위성 10기 등 역대 가장 많은 탑재위성 15기를 분리하며 고난도 임무를 완수했다. 이번 발사 성공 뒤에는 엔진과 구조체부터 전자·제어장비, 시험설비와 발사대까지 역할을 나눈 약 300개 국내 기업의 노력이 뒷받침됐다.
7일 우주항공청에 따르면 이번 5차 발사에서 가장 큰 변화는 민간기업의 역할 확대다. 정부 연구기관이 주도하던 제작을 민간기업이 총괄하고 발사운용 일부 업무도 직접 수행하는 단계로 넘어왔다. 누리호 1~3호기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이 제작과 총조립을 주관했지만 4호기부터 6호기까지 체계종합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담당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5호기 제작을 총괄하고 협력업체 품질 관리·감독을 맡았으며 엔진 6기의 총조립도 담당했다. 발사체 1단에는 75톤(t)급 엔진 4기, 2단에는 같은 엔진 1기, 3단에는 7t급 엔진 1기가 들어간다. 75t급 엔진 하나를 조립하려면 약 2400개 부품과 458개 공정을 거쳐야 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호기 당시 6개월이 걸렸던 엔진 조립 기간을 제작 노하우와 데이터를 쌓아 약 3개월로 단축했다.
4차 발사 때는 체계종합기업 인력이 참여하는 가운데 항우연이 콘솔을 조작했지만, 이번 발사운용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인력 42명이 임무지휘센터와 발사통제센터, 발사대, 발사체 이송 안전 업무에 투입됐다. 발사통제센터 22개 콘솔 가운데 20개에 한화 인력 23명이 배치돼 이 중 18명이 직접 운용했다. 발사운용 전반의 주관은 항우연이 맡아 반복 발사와 기술이전을 총괄하고, 우주항공청은 발사허가와 관리·감독을 담당했다.
발사장과 시험 기반도 국내 기업들이 역할을 분담했다. HD현대중공업은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의 기계설비와 추진제공급설비, 발사관제설비 등을 구축하고 이번 발사에서도 관련 시스템 운용을 담당했다. 현대로템은 추진기관 성능을 검증하기 위한 추진기관시스템 시험설비 구축에 참여했다. 중소·중견기업들도 엔진 부품과 구조체, 배관, 전자·제어장비 등을 공급했다.
내년 6차 발사에서는 민간기업의 역할이 더 늘어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남 순천의 약 6만㎡ 규모 단조립장에서 누리호 6호기 단조립을 수행한 뒤 해상으로 나로우주센터까지 옮겨 전기체 총조립을 진행할 예정이다. 나로우주센터에 집중됐던 생산 과정 일부가 체계종합기업 자체 생산거점으로 옮겨가는 셈이다. 기술이전 대상 발사통제센터 콘솔은 발사책임자와 발사운용책임자 등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체계종합기업이 운영한다.
민간 역할 확대는 총사업비 7968억8000만원 규모의 한국형발사체 고도화사업의 핵심 목표다. 2022년부터 2028년까지 정부 위성 수요를 활용한 반복 발사로 신뢰도를 높이고 개발 기술을 민간에 이전해 체계종합기업을 육성한다. 우주항공청은 내년 6차에서 자체 생산거점과 관제운용 범위를 넓혀 민간의 지속 가능한 발사 역량을 키운다는 계획이다.
오태석 우주항공청장은 "내년 하반기 6차 발사를 목표로 준비 중이며 2032년까지 매년 1회 이상의 발사를 추진해 누리호의 신뢰성을 더욱 향상시키고 민간주도의 상업 발사서비스 체제로 전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누리호 5차 발사 성공을 위해 땀과 열정을 아끼지 않은 항우연 연구진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비롯한 산업체 관계자 여러분, 그리고 발사가 안전하게 이뤄지도록 협조해 주신 관계기관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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