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이 금융권 해킹 사태를 계기로 금융보안 체계 정비에 속도를 낸다. 국정감사에서 은행장들에게 보안 투자를 소홀히 한 책임을 묻고 국감 직후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우선 처리하겠다는 구상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인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5대 은행장을 비롯한 금융기관 대표들을 오는 19일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의 증인으로 채택해 늘어난 수익에도 보안 투자를 소홀히 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은행이 보안을 비용이 아닌 투자로 여기도록 국감에서 투자 확대와 취약점 보완 약속을 받아내겠다고도 했다.
정무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이환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강태영 NH농협은행장 등 5명을 국감 증인으로 추가 채택하는 내용의 '2026년도 국정감사 증인 출석요구 추가의 건'을 의결했다.
민주당은 국감이 끝나면 정무위에 계류 중인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우선 처리할 방침이다. 금융권 정보보호 관리체계를 정비하고 정보보호 현황 공시와 과징금 등 제재 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개정안의 골자다. 박 의원은 "국정감사 후 열리는 법안소위원회에서 이 법안을 우선 처리함으로써 국민의 금융정보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시중은행은 물론 저축은행과 캐피털사까지 겨냥한 해킹 공격이 이어졌다. 이 공격으로 신한은행에서 고객 2만5000여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고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에서도 각각 119명, 89명의 고객정보가 빠져나갔다. 정보 유출이 확인된 금융회사는 모두 7곳이다.
박 의원은 이를 "예고된 사고"로 규정하며 "최근 5년간 20개 은행이 모의해킹으로 4777건의 취약점을 찾아냈지만 109건은 아직도 보완되지 않았고, 한 특수은행은 2024년에 발견한 허점을 시스템 노후화를 이유로 3년째 방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커들은 이미 AI로 공격을 자동화·고도화하고 있는데 은행권의 AI 활용 모의해킹은 5년을 통틀어 9건뿐이었고 그나마 올해 들어서야 시작됐다"고 했다.
박 의원은 은행이 이익을 늘리면서도 정보보호 투자는 줄였다고 비판했다. 그는 "주요 은행의 지난해 정보보호 투자액은 2022년보다 5.9% 줄었으나 같은 기간 은행의 이자이익은 55조9000억원에서 60조4000억원으로 4조5000억원 늘었다"며 "돈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의지가 없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6일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금융 해킹에 AI가 활용된 정황을 들어 "AI 기반의 선제적 방어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금융 사이버 공격 방어 체계를 국가 차원으로 격상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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