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인 무효 소송을 제기한 아내(23)를 납치하면서 50대 장모를 살해한 사회복무요원 김모씨(26)가 가정폭력으로 입건되기 직전 다른 범죄에 연루돼 경찰에 한 차례 체포됐던 정황이 드러났다. 김씨는 근무 태도가 불량해 여러 차례 사회복무 기관을 옮긴 사실도 동행미디어 시대 취재 결과 확인됐다.
13일 김씨가 근무한 경기 군포시의 복합문화공간 관계자는 시대와 만나 "경찰이 8월 중순에 기관으로 찾아와 김씨를 데려갔다"며 "이후에 김씨로부터 연락이 와 '몇 년 전에 있었던 대포통장 사건과 관련한 것이고, 불구속으로 재판이 진행될 것 같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김씨가 같은 달 22일 가정폭력 혐의로 입건되기 직전 다른 범죄로 경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것이다.
시대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8월까지 이 복합문화공간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일했다. 당초 다른 공공기관에 근무했지만, 근무 태도가 좋지 않은 데다 생계 문제 등으로 복무를 중단했다가 지난해 말부터 이 기관에서 근무를 재개했다. 그는 내년 1월 소집해제를 앞두고 있었다.
이 기관은 김씨가 다른 범죄로 체포됐다가 풀려난 뒤 담당자가 상담하는 과정에서 가정폭력 사실을 인지했다. 복무가 어렵다고 판단한 기관은 이를 군포시에 보고해 사회복무요원을 교체했다. 그가 복무한 기관은 국내 창작 그림책을 소장한 복합문화공간으로 가족 단위나 어린이 방문객이 많은 곳이다.
이 기관 관계자는 "수사를 받아야 하고, 가정에 문제가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데리고 있는 것보다 시에서 관리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판단에 군포시에 보고했다. 새로운 사회복무요원이 오면서 김씨는 시로 인계됐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복합문화공간에) 아이들이 많이 오가다 보니 여름에는 '겉옷이라도 가져와 입고 있으라'고 했다"고 말했다. 김씨가 팔에 문신을 해 반팔 차림으로 있으면 민원 제기 등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김씨로부터 가정폭력을 당한 아내 A씨의 가족은 혼인 무효 소송을 하기 전까지 피의자와 일면식이 없었다고 한다. 김씨가 A씨를 강압해 혼인신고를 했고, A씨가 도망쳐 나온 뒤에야 혼인 사실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숨진 장모의 시동생인 B씨는 이날 서울 송파구의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서 시대와 만나 "형수님(장모)과 형님(장인)은 그 남자의 얼굴도 몰랐다. 일면식도 없다"며 "결혼한 것을 집안 식구가 다 몰랐다. 김씨가 조카(A씨)를 강제로 때리고 감금하고 '안 하면 일가족을 몰살시키겠다'고 협박해 혼인신고를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 11일 새벽 서울 송파구 문정동 길거리에서 A씨를 납치하면서 장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존속살해·특수감금)로 긴급 체포됐다. 경찰은 김씨가 지난 8월 A씨 실종신고를 했을 때 가정폭력 사실을 인지해 수사해왔다. A씨 신변보호를 위해 김씨의 접근금지 조치를 취했으나, 지난달 30일부로 만료됐다. 경찰이 추가 접근금지 조치를 신청한 사이 김씨는 범행을 저질렀다.
장모는 심야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귀가하는 딸을 마중 나갔다가 변을 당했다. B씨는 "조카(A씨)가 마중 나온 형수를 보고 '엄마'라고 부르자마자 김씨가 나타나서 흉기를 휘둘렀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달려들어 흉기를 휘두른다는 게 말이 되느냐. 혼인 무효 소송 때문에 전에 살던 집에서 짐 가져가라고 통화 한 번 한 게 전부라고 한다"며 울분을 토했다.
김씨에게 가정폭력을 당한 A씨 함께 살던 집에서 도망쳐 나온 뒤 지방의 임시숙소에 머물다가 송파 본가로 돌아와 혼인 무효 소송을 준비했다. 경찰은 김씨가 A씨의 송파 본가 주소를 어떻게 알게 됐는지 수사 중이다. 김씨는 납치 과정에서 A씨에게 '흥신소에 2000만원을 주고 2주간 감시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유족은 김씨가 강제로 빼앗아 복사한 아내의 신분증이나 이혼 소장을 통해 본가 주소를 파악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경찰 수사는 혼인 무효 소송에 앙심을 품은 김씨가 계획적으로 범행을 준비했는지를 밝히는 데 초첨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살인의 법정 형량은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으로, 일반살인·존속살해보다 처벌이 무겁다. 현재 김씨는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흉기는 범행 수주 전에 구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수사의 핵심 단서인 휴대전화를 두고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A씨를 납치한 뒤 강원 양양군으로 달아나던 중 고속도로에 버렸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송파경찰서는 김씨의 차량 블랙박스 SD카드와 범행 현장 인근 CCTV 영상을 확보해 분석 중이다. 경찰은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대로 김씨의 계획·보복범죄 규명에 수사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김씨는 13일 오후 서울동부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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