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14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소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하면서 정치적 역풍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조 대법원장의 정년이 8개월도 남지 않은 데다 직무정지 기간에 권한대행이 대법관 제청까지 할 수 있을지 불분명해 탄핵의 실익이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16일 당 유튜브 방송 '민티07'에서 "이미 (조 대법원장) 탄핵의 티읕(ㅌ)자에 대해서는 광범위한 요구가 나오고 있다"며 탄핵 논의 시작을 공식화했다.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이 청와대의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구를 거부하자 자진 사퇴를 압박해 왔다.



민주당이 탄핵을 저울질하고 있지만 조 대법원장의 남은 임기가 짧아 실익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법원조직법상 대법원장의 정년은 70세다. 1957년 6월6일생인 조 대법원장은 내년 6월5일까지 직을 수행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법 제38조는 사건 접수일부터 180일 이내에 결정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달 중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의결하더라도 선례에 비춰볼 때 헌법재판소(헌재)의 결론은 내년 4월 전후에 나올 가능성이 높다. 조 대법원장의 정년을 두 달가량 앞둔 시점이다. 게다가 180일 규정은 강제력이 없는 훈시규정으로 해석돼 심리가 길어지면 결론은 더 늦어질 수 있다.

조 대법원장의 직무가 정지돼도 대법관 제청이 곧바로 이뤄지긴 어려울 전망이다. 법원조직법 제13조는 대법원장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선임대법관이 권한을 대행하도록 정하고 있다. 하지만 권한대행이 핵심 인사권인 대법관 제청까지 할 수 있는지에 관한 규정은 없다. 과거 황교안·한덕수·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사례에서는 다른 기관이 고른 인사를 임명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후보를 직접 고르는 실질적 인사권은 제한된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탄핵소추가 헌재에서 기각될 가능성도 있다. 탄핵을 인용하려면 재판관 9명 중 7명 이상이 출석한 가운데 6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현 재판관 가운데 진보 성향은 4명(김상환·정계선·마은혁·오영준), 중도·보수 성향은 5명(김형두·정정미·정형식·김복형·조한창)으로 분류된다. 윤석열 정부에서 국회가 가결한 탄핵소추안 13건 가운데 헌재가 인용한 것은 2건(윤석열 전 대통령, 조지호 전 경찰청장)뿐이다. 헌재는 헌법·법률 위반이 인정되더라도 파면할 만큼 중대하지 않으면 기각해 왔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조 대법원장이 대법관 재제청 등을 두고 정치적 공방을 벌였지만 탄핵 사유인 중대한 법 위반은 하지 않았다"며 "탄핵하려면 진보·보수를 떠나 국민의 보편적인 공감대도 필요한데 조 대법원장의 경우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조 대법원장이 사법부 독립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헌재가 정치권에 유리한 판결을 내리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 탄핵으로 얻을 수 있는 실익은 지지층 결집 정도"라고 평가했다.

탄핵 추진이 정치적 역풍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법무부 장관과 경찰청장이 공석인 상황에서 대법원장마저 탄핵 소추해 자격정지를 시키려 한다면 국민은 사법·치안 분야에서 전반적으로 불안해할 수밖에 없다"며 "탄핵 추진을 이 대통령의 사법리스크와 연결해 생각할 수도 있는 만큼 역풍이 강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 회장은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재명 정부에서 대법관 22명을 임명하게 돼 있는데 조 대법원장이 대법관 2~3명을 임명하는 것 가지고 문제 삼고 있다"며 "이재명 대통령이 큰 정치인의 모습으로 양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