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군 포로의 한국 송환을 공개한 우크라이나와 갈등을 빚고 있는 우리 정부가 주우크라이나 한국대사관을 철수키로 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사관은 현지 교민들에게 공관 직원의 인솔 아래 폴란드로 이동할 것을 권고했다.
이는 국교 단절 직전에 해당하는 고강도 조치로, 주우크라이나 대사 소환에도 불구하고 사과하지 않는 현지 당국의 완강한 태도가 조치의 배경인 것으로 해석된다. 러시아·북한과의 관계 복원을 위한 포석으로도 풀이된다.
20일 동행미디어 시대의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최근 주우크라이나 대사관을 일부 영사 인력만 남기고 철수키로 결정했다.
주우크라이나 대사관은 지난 16일 오후(현지시각) 현지 교민들과 화상으로 안전대책회의를 열고 "안전상의 이유로 대사관 철수와 한국 교민 대피를 고려하고 있다"며 "원하는 교민은 대사관이 인솔해서 나가겠다"고 밝혔다. 대사관은 대피가 법적 구속력을 지닌 조치인지 묻는 교민들에게 "권고"라고 답했다.
대사관은 대피 장소로 폴란드를 제시했지만 대피 이후의 구체적 계획은 내놓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교민 전원은 이 권고를 거부했다. 한 현지 교민은 시대와의 통화에서 "교민들 사이에서 동요가 일고 있다"며 "대사관은 안전을 이유로 들었지만 공습은 이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전했다. 현지 교민들에 따르면 대사관이 그간 문자메시지로 대피를 권고한 적은 있지만, 공관 직원 인솔 아래 대피할 것을 권고한 것은 2022년 전쟁 발발 초기 이후 처음이다.
현재 우크라이나에 머무는 교민은 약 80명으로 파악된다. 전쟁 전 약 500명의 6분의 1 수준이다. 우크라이나 전역에는 2022년 2월13일부터 여행경보 4단계(여행금지)가 발령돼 있다. 현지에 남은 교민은 외교부의 예외적 여권사용 허가를 받아 체류하고 있다.
이번 화상회의는 지난 8일 박기창 주우크라이나 대사의 본국 소환이 결정된 지 8일 만에 열렸다. 현재 대사관은 윤지완 대사대리(공사참사관) 체제로 운영 중이다.
이번 대사 소환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23일(현지시각)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군 포로 2명의 한국 송환 사실을 공개한 데서 비롯됐다.
정부는 양국 간 비공개 합의를 깼다며 지난달 28일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대리를 초치해 공식 사과를 요구했지만 우크라이나 측은 비공개 합의 자체가 없었다며 사과를 거부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 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우크라이나로부터 사과 표현이 담긴 메시지를 받았다면서도 "저희가 생각하는 수준과는 차이가 있어서 단호한 조치를 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외교적 항의의 수위는 통상 △외교 채널을 통한 소통 △공개 입장 표명 △상대국 대사 초치 △자국 대사 소환 △현지 공관 철수 △국교 단절 등의 순으로 높아진다. 정부는 이 가운데 대사대리 초치와 대사 소환 단계를 이미 밟았다. 공관 철수는 국교 단절을 빼면 사실상 최고 수위의 조치다.
전쟁 발발 이후 공관을 철수한 나라로는 러시아와 세르비아 등이 있다. 2018년 대사관을 닫은 시리아는 2022년 친러 분리주의 세력을 승인해 우크라이나와 국교가 끊겼다. 지난해 관계를 복원했지만 대사관은 아직 다시 열지 않았다.
외교가에서는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정부의 강경 대응이 대러·대북 관계 복원이라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가 실용 외교 기조 아래 종전 이후 한러 관계를 회복하고 이를 지렛대 삼아 남북 대화 재개를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교부는 "지난 16일 주우크라이나 대사관이 교민 상대로 화상회의를 연 것은 사실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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