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속도를 높이려면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을 비롯한 정비사업 관련 규제를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국회에서 나왔다. 법률 개정으로 거래 제한을 완화하고 이주비 조달과 사업성 확보를 가로막는 제도를 개선해야 주택 공급을 앞당길 수 있다는 주장이다.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은 23일 종합 국정감사에서 재건축·재개발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완화 필요성을 언급했다. 홍 장관은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무주택자 등 일정 요건을 갖춘 사람이 매수할 경우 조합원 지위 승계를 허용하는 방안 등 말씀하신 사항이 정확하게 일치하는지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39조에 따르면 투기과열지구에서 재건축은 조합설립인가 이후, 재개발은 관리처분계획인가 이후 주택이나 토지를 매수한 사람에게 원칙적으로 조합원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다. 근무·생업상 이전이나 장기 보유·거주 등 법령이 정한 예외 사유에 해당해야 지위를 넘길 수 있다.
국토교통부가 제한을 완화하려면 법률상 양도 금지 원칙과 예외 범위를 손질해야 한다. 도시정비법 제39조에 한시적 완화 조항을 신설하거나 양도 제한 적용 대상과 시점을 조정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소규모 정비사업까지 포함하려면 관련 법률인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도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입법 논의는 이미 시작됐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 등 10명은 지난 20일 투기과열지구 내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을 3년간 한시적으로 적용하지 않는 내용의 도시정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심사 단계로, 아직 통과되거나 시행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법 개정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심사와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 심사, 본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이후 정부가 법률을 공포하고 시행일을 정하면 실제 적용이 가능해진다. 국토부는 정부 입법안을 마련하거나 국회 발의 법안에 대한 검토 의견을 제출하는 방식으로 논의에 참여할 수 있다.
완화 범위와 적용 기준도 쟁점이다. 일정 기간 모든 대상 사업에 적용할지, 사업 지연 정도나 조합원 보유 기간에 따라 대상을 제한할지 정해야 한다. 시행 전 매매계약을 체결한 경우와 조합원 지위 양도가 제한된 거래를 어떻게 처리할지도 경과 규정에 담아야 한다. 투기 목적의 단기 거래를 막을 보완책도 필요하다.
서울시는 지난 6월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을 3년간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방안과 함께 이주비 대출 담보인정비율(LTV)을 40%에서 70%로 높이는 방안, 용적률 및 임대주택 의무비율 조정 등을 정부에 건의했다. 거래 제한만 풀기보다 자금 조달과 사업성, 행정 절차를 함께 개선해야 공급 확대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취지다.
일각에선 조합원 규제 완화가 거래 활성화와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토부가 적용 지역과 기간, 양도 요건을 어떻게 설계하는지에 따라 따라 정책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 조합원 재산권을 과도하게 제한하지 않으면서 투기 수요를 억제할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관건이다.
서울시 주택부동산정책수석을 지낸 김준형 명지대 교수는 "도심 주택 공급은 신규 택지를 확보하는 것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기존 정비사업이 이주와 착공, 입주까지 이어지도록 거래 제한과 금융 부담, 사업성 문제를 함께 풀어야 한다"며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완화가 실제 공급 확대로 이어지려면 법 개정과 후속 제도 정비가 맞물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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