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기상 전문가들은 내년 '슈퍼 엘니뇨'가 시작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사진은 2015년 12월27일 브라질 등 남미에서 엘니뇨 현상으로 인해 폭우가 발생한 모습./로이터=뉴스1


일본과 대만을 덮친 가을 태풍, 미국 캘리포니아 폭우, 캐나다에 닥친 가뭄 등 지구촌 곳곳에서 '슈퍼 엘니뇨' 발달 양상으로 이상 기후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번달 적도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3℃ 이상 상승하며 관측 사상 최고 수준인 '슈퍼 엘니뇨' 발달 양상을 보였다. 이에 아열대 제트기류 위치와 강도가 급변하면서 북미 대륙 전역에 강한 기상이변 현상이 벌어졌다. 또 북미 반대편 동아시아 지역에선 평년을 웃도는 늦가을 고온 현상과 국지성 기습 폭우가 발생하는 등 과거와는 전혀 다른 기상 현상이 펼쳐지고 있다.



영국 기상청과 세계기상기구(WMO) 등 주요 기상 기관들은 엘니뇨로 태평양에 축적된 열이 시차를 두고 대기로 방출되면서 2027년 전 세계 평균 기온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이번 엘니뇨가 단순한 자연적 주기를 넘어 지구 온난화와 맞물려 역사상 가장 뜨거운 해를 만들 재앙급 기후 현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에 찾아오는 '슈퍼 엘니뇨', 지구 기온 높인다

엘니뇨로 인해 벌어질 이상 기후 현상이 예고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8월3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로마에서 사람들이 더위를 피해 그늘로 피한 모습./로이터=뉴스1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이상 기후 현상에 대해 '슈퍼 엘니뇨'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전했다.

예상욱 이화여대 기후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내년 지구 기온 사상 최고치 전망에 대해 "그 경고는 현실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올해 엘니뇨가 매우 강할 수 있기 때문에 기온 상승에 더 기여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까지 가장 높은 지구 평균기온을 기록했던 24년을 넘어설 가능성도 높다. 파리 협약에서 논의됐던 전 지구 평균기온 1.5°C를 다시 넘어서는 해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유진호 아태기후센터(APCC) 예측운영과 선임연구원도 비슷한 견해를 보였다. 유 연구원은 "올겨울 정점을 찍는 엘니뇨는 2026년보다 2027년 기온에 주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내년이 관측 사상 가장 더운 해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지금까지 발생한 지구온난화 문제와 본질적으로는 같으나 매우 강한 엘니뇨가 겹치면서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차동현 울산과학기술원 지구환경도시건설공학과 교수는 과거와 현재의 차이점을 강조했다. 차 교수는 "이번이 과거와 다른 점은 출발선 자체가 높다는 것이다. 1997~98년이나 2015~16년 엘니뇨 때보다 온실가스로 인한 온난화가 더 진행된 상태여서 같은 강도의 엘니뇨라도 도달하는 절대 기온이 더 높다"며 "게다가 이번 엘니뇨는 관측 사상 가장 강한 수준이 될 가능성도 있다. 내년의 기록적 고온은 엘니뇨만의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꾸준히 높아진 기후변화 기준선 위에 역대급 자연 변동성이 더해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슈퍼 엘니뇨' 닥친 지구, 식량 부족 위기 처해

기후 전문가들은 내년 엘니뇨 현상이 식량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은 지난 23일(현지시각) 가뭄을 겪고 있는 인도네시아 반텐주 르박 소망마을의 모습./로이터=뉴스1


차동현 교수는 내년 '슈퍼 엘니뇨'가 전 세계적으로 어떤 현상을 일으킬지에 대해 "한반도는 이 고기압 가장자리에 들면 장마철 집중호우가, 고기압 영향권에 들면 폭염과 열대야가 강해질 수 있다. 다만 이 영향의 크기와 위치는 인도양 수온 분포에 따라 달라지므로 계절 예측을 계속 점검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엘니뇨는 전 세계적인 식량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올해 이미 인도 북서부 곡창지대에서 호주 동부 밀 산지, 태국 쌀농사와 인도네시아 팜유 농장까지 고온과 강수 부족이 작황을 해치고 있다"며 "바다에서는 해양 열파로 산호 백화가 확대될 수 있고 우리 연근해 양식업도 고수온 피해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진호 연구원도 식량 위기를 우려했다. 유 연구원은 "엘니뇨가 발달하는 겨울철, 한반도는 대체로 기온이 평년보다 높고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강수가 많아지는 경향이 있다. 이번달에 발표한 APCC 예측 결과도 동아시아 지역 기온과 강수가 평년보다 높을 확률을 나타내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한반도는 북극 한기나 성층권 순환 등 다른 요인 영향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짧고 강한 한파가 나타날 가능성은 여전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전 세계적으로는 지역에 따라 기록적 폭염, 가뭄과 홍수 동시다발, 대형 산불, 해양 열파가 함께 나타날 수 있다. 이것이 농업 생산 감소와 식량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위험도 크다"며 "특히 대응 역량이 부족한 개발도상국과 태평양 주변 국가들의 피해가 클 것으로 우려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