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빅테크의 AI 투자 부담에 따른 현금흐름 악화 우려가 확산하면서 코스피 시장에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사진은 30일 개장 시황이 표시되는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뉴시스


코스피가 30일 장 초반 5% 넘게 급락하며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미국 빅테크의 실적 발표 이후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에 따른 현금흐름 악화 우려가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빅테크 기업의 자금 조달 부담이 시장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4분55초 유가증권시장의 프로그램 매도호가 효력이 5분 동안 정지됐다. 발동 시점 기준 코스피200 선물지수는 전 거래일 종가 대비 47.92포인트(5.12%) 떨어진 887.92를 기록했다. 코스피 시장에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것은 지수가 7.57% 폭락한 지난 15일 이후 11거래일 만이다.

국내 증시를 흔든 것은 미국 빅테크의 실적 충격이다. 지난 28일(현지 시각) 구글 모기업 알파벳은 시간 외 거래에서 주가가 10% 넘게 급락했다. 다음날 정규장에서도 12.64% 하락하며 시장에 충격을 줬다. 29일 장 마감 이후 실적을 공개한 아마존 역시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시간 외 거래에서 한때 9% 넘게 떨어졌다.

알파벳의 클라우드 매출은 102.6% 증가하며 시장 전망을 웃돌았지만 FCF가 발목을 잡았다. 알파벳의 3분기 FCF는 90억6500만달러 적자로 2분기 58억5500만달러 적자보다 규모가 확대됐다. FCF는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에서 설비투자 등을 제외한 금액으로 기업의 실질적인 현금 창출력과 투자 여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아마존의 2025년 3분기 기준 최근 12개월 누적 FCF는 147억9000만달러 흑자였지만 이번 분기에는 423억6000만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영업현금흐름은 424억2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9.4% 증가한 반면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유형자산 매입이 772억6000만달러로 120% 넘게 늘면서 현금 부담이 커졌다.

AI 투자 확대에 현금흐름 '적신호'

FCF 흑자를 유지한 MS는 29일(현지 시각) 약 250억달러 규모의 회사채 발행 계획을 밝혔다. MS가 회사채 발행에 나선 것은 2017년 이후 약 9년 만이다. 앞서 메타도 975억달러 규모의 회사채 발행 계획을 발표했고 스페이스X는 400억달러 규모의 부채 조달 계약을 맺었다.

양현경 iM증권 연구원은 "미국 빅테크의 AI 매출이 성장했지만 대규모 투자에 따른 현금흐름 악화가 부담됐다"며 "알파벳과 아마존의 잉여현금흐름이 모두 적자를 기록하면서 현금 창출력과 자금 조달 여력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AI 산업의 성장성보다 막대한 설비투자가 실제 수익으로 이어지는 시점과 투자 재원 확보 능력에 주목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기업별 현금흐름과 투자 계획에 따라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추격 매수를 경계해야 한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AI 산업의 장기 성장 가능성은 여전히 높지만 빅테크의 막대한 설비투자가 실제 수익으로 연결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급등할 때 추격 매수에 나서기보다 방어주 등을 활용해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리와 정치 이벤트도 변수로 꼽힌다. 김 연구원은 "단기 반등이 나타나도 AI 투자 지속성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어렵다"며 "고유가에 따른 금리 부담 완화 여부와 미국 중간선거, APEC 정상회의 등 거시경제 변수를 확인하면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