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에서는 1차적으로 이들 저축은행의 매각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매각에 실패할 경우엔 예금보험공사가 떠안고 가거나 파산 또는 청산을 할 수밖에 없다. 어느 경우든 예보로서는 자금적으로 상당한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금융지주, 산다는 말은 '무성'
"다소 큰 비용이 들더라도 저축은행을 반드시 인수하겠다."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7월,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
"서울·수도권 저축은행 인수 추진할 것"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 (6월 말,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
"저축은행 인수에 항상 관심을 갖고 있다. 추가로 인수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 (9월, 추석 행사)
"저축은행 인수를 검토 중이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 (5월, 미소금융중앙재단 업무협약식)
4대 금융지주 회장들은 올해에만 이미 수차례 저축은행 인수의지를 밝혔다. 금융당국의 암묵적 개입과 함께 은행이 금융계 맏형으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책임감과 여론의 인식 때문이다. 이번 저축은행 영업정지 이후 금융지주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어윤대 KB금융 회장은 올 초부터 저축은행 인수의지를 강력히 피력해 왔다. KB금융 관계자는 "저축은행을 인수하겠다는 어윤대 회장의 의지는 지금도 유효하다"며 "KB금융에 시너지가 창출되는 것은 프리미엄을 주고서라도 살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은 이번 7개 저축은행에 대해 실사를 해본 후 인수를 판단할 예정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삼화저축은행이 규모가 작다 보다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 다른 저축은행 인수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며 "저축은행의 추가 인수 여부는 실사를 거쳐봐야 안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금융지주로서의 사회적 책임도 중요하지만 실익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부실 저축은행 인수전에 금융지주사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들지는 미지수다. 금융지주가 저축은행을 인수한 곳은 올해 2월 삼화저축은행(현 우리금융저축은행)을 인수한 우리금융지주뿐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금융지주별로 처한 환경이 달라 나름의 계산이 있을 것인데 우리금융이 삼화저축은행을 인수한 것은 민영화 문제를 두고 자사의 존재가치를 보이고 싶은 이유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현재 저축은행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 주주가치를 훼손하면서까지 저축은행을 무리하게 인수하는 것은 배임혐의로 간주될 수 있다"며 "면밀한 실사를 거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이동훈 기자
그러나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상황이 어렵지만 지주사로서 사회적 책임도 무시할 수 없다"며 여전히 저축은행 인수의지가 있음을 강조했다.
◆은행 아닌 금융당국이 나서야
금융지주들의 이러한 입장과 달리 전문가들은 저축은행 인수에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시중은행은 저축은행 인수로 사업다각화 등의 시너지를 노리지만 실제로는 큰 이익을 내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저축은행 인수 움직임이) 구색 맞추기가 아니겠느냐"고 잘라 말했다. 그는 "자산 300조원인 은행이 자산 2조~3조원에 불과한 저축은행을 인수하며 골머리 썩일 일이 뭐가 있겠느냐"며 "해왔던 사업도 아닌데 단 1% 늘리겠다고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 역시 "저축은행은 그리 매력적인 매물이 아니다"며 "적극적으로 나서는 척 하다가 발을 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부실자산을 청산하고 나면 저축은행의 규모는 더욱 작아져 가격도 현재 제시되는 것보다 낮아져야 할 것"이라며 "은행과 예보 간의 협상 단가가 달라 저축은행 인수는 녹록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부동산PF 등의 사업을 펼칠 수 없는 등 저축은행 영업의 한계도 드러나고 있다. 본래의 서민금융기관으로 탈바꿈하면 모를까 바람직한 매물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매각이 불발돼 남은 저축은행들은 예보가 떠안고 가거나 청산하게 된다.
한 애널리스트는 "저축은행 부실 문제를 연내에 마무리 짓겠다는 금융당국의 노력은 높이 평가하지만 이를 은행에만 떠넘기려는 태도는 문제가 있다"며 "금융당국이 나서서 공적자금을 투입해 부실을 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7개 저축은행의 총자산은 12조원. 이중 약 43%가 부채여서 6조~7조원가량만 투입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수신기반 없는 증권사, 인수 가능성 있어
은행 외에 증권사도 저축은행의 인수자로 나설 수 있다. 증권사로서는 예금, 적금 등 수신기반이 없기 때문에 저축은행을 통해 이를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또 증권과 대출 연계영업 등이 가능해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만 하다.
현재까지 저축은행 인수에 관심을 보인 증권사는 대신·키움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이 있다. 이들 증권사는 부산저축은행 등의 컨소시엄 매각 때 참여를 했고, 대신증권은 유일하게 '중앙부산·부산2·도민저축은행'(현 대신저축은행)을 인수한 바 있다. 또 한국투자증권은 그룹 관계사로 한국투자저축은행을 보유하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증권업계의 특성상 리스크 관리를 잘 하기 때문에 증권사에서 부실 금융을 인수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 것 같다"며 "다만 서로 부실화되는 것은 잘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저축은행은 자산가들도 상당수 이용하고 있어 이 자금을 증권시장에 유입시킬 수도 있다"며 "증권사 입장에서는 저축은행 인수로 영업시너지는 물론 우수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