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에선 10일 대통령이 주재하는 '메가프로젝트 민관합동 제2차 점검 회의'가 열려 추진 상황을 점검했다. 인공지능(AI) 중심의 산업 대전환을 목표로 민간협력을 통해 반도체,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에 총 1500조 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는 초대형 국가성장 전략 사업인 '3대 메가프로젝트'가 이처럼 속도를 내고 있다.

프로젝트가 성공하려면 부지·인재·전력·용수·자금·협력사 등 핵심 요소를 당연히 충족해야 한다. 이러한 양지의 기반 시설만큼 꼭 필요한 '음지의 인프라'가 바로 재산과 안전을 지켜줄 보안과 방첩이다. 보안은 위험·위협·침해, 그리고 비밀 유출 등에 대응하는 모든 보호 활동·조치다. 방첩(counter-intelligence)은 국익을 침해하는 적대 세력(위장우호세력 포함)이나 외국 정보기관·공공기관·학교·기업·개인의 정보 탈취·수집, 파괴 공작 등을 미리 차단·대응하는 안보 활동이다. 나라의 명운이 걸린 메가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려면 보안과 방첩을 위한 비상한 대응이 필수적이다.



지난 6월 수출이 전년 동월보다 70.9% 늘어난 1022억 5000만 달러로 독일, 중국,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월간 수출 1000억 달러를 넘겼다. 반도체가 가져온 초호황이다. 사진은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수출용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모습./로이터=뉴스1



이제 한국에서 메가프로젝트를 둘러싼 음지의 경제 전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식재산권 탈취를 노리는 산업스파이는 물론, 해킹·크래킹에 스파이웨어 침투 등으로 정보를 무단 절취하고 인질화·무력화·마비화를 시도하는 사이버 공격도 등장할 것이다. 메가프로젝트 건설과 가동을 뒷받침하는 원전·SMR·송전선·용수·인력·자재·원료에 대한 정보 입수와 크래킹을 시도하는 배후 스파이전도 당연히 벌어질 것이다. 관련 시설을 대상으로 유사시 발사체·드론 공격, 특수부대 침투, 사보타주 등 테러활동으로 무력화를 시도하는 안보 공작도 있을 수 있다.

가장 주목할 대상이 한국의 주요 교역 파트너인 중국이다. 안타깝게도 중국은 국가보안법·데이터보안법·반간첩법 등 3법으로 외국인과 진출 기업의 정보 수집과 해외 전송을 통제하는 것은 물론 국내외 중국계의 친중 정보활동 협조를 의무화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 7월 1일 시행에 들어간 민족단결법은 조선족·티베트족·위구르족 등 55개 소수민족 사이에 '공유된' 민족 정체성을 만들고 해외에서 중국 분열 행위를 처벌하는 내용을 담았다. 민족에 상관없이 중국공산당에 충성을 요구하고, 당국의 요구대로 정보수집이나 보고 등을 하도록 압박하는 시스템이다. 물론 구체적 범죄 혐의 등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데도 특정 국적자라는 이유로 의심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러한 중국의 사법 체계를 감안하면 국내에 머무는 중국인이 이러한 보안·첩보 활동에 나설 엄두를 아예 내지 못하도록 예방적 오프라인·온라인 체크를 강화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주목할 점은 중국이 외국인에게 주로 적용하는 반간첩법이다. 이 법은 전통적인 국가기밀 유출뿐 아니라, 국가 안보·이익과 관련됐다고 당국이 임의로 해석할 수 있는 모든 일반 문건·데이터·자료의 수집·제공까지 간첩 행위로 처벌할 수 있다. 자의적 집행 우려가 크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이 때문에 상당수 서방 국가들은 공직자나 국익 관련 기밀 정보 소지자의 중국 본토와 홍콩·마카오 출입을 금한다. 입국은 물론 항공편 환승도 막는다. 중국 공안이나 정보기관이 인신을 구금하고 심문해 정보를 얻거나 노트북·스마트폰 등을 압류해 데이터를 빼낼 수 있는 모든 곳을 정보누출 위험 지역으로 간주해 출입을 막는 셈이다. 한국도 관련 공직자나 산업정보 취급자, 그리고 최소한 메가 프로젝트 종사자는 해당 지역 여행을 제한하는 내부 보안 규범이 필요하다.



서방은 사람은 물론 물품의 중국 통과도 통제한다. 거기에는 이유가 있다. 2010년 9월 사우디아라비아의 방산 전시회에 참가한 뒤 한국으로 돌아오던 육군의 K21 장갑차 1대와 군용 차량이 홍콩 콰이청 화물터미널에서 현지 해관(세관)에 압류됐다가 무려 51일 만인 11월 12일 반환된 사건이 주는 교훈 때문이다. 의문은 2017년 중국 최대 국영 방산업체인 중국북방공업공사(NORINCO)가 VN17 궤도형 장갑차를 내놓으면서 어느 정도 풀렸다. 차체 형상, 포탑 실루엣, 무기 배치 구조, 승무원 구성 등이 K21과 흡사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다.

이제는 미래를 주도할 반도체 관련 산업정보가 보안과 방첩 대상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이 지난달 27일 상하이의 중국 국유기업이 개발해 생산에 들어갔다고 보도한 액침식 심자외선(DUV) 노광장비가 시선을 끄는 이유다. DUV 노광장비는 반도체 웨이퍼에 극미세 회로를 새기는 핵심 장비다. 7나노급 이하의 초정밀 칩을 만들려면 세계 최대 반도체 노광장비 업체인 네덜란드 ASML의 최첨단 극자외선(EUV) 노광장비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중국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미국의 수출통제로 이를 도입하지 못한다. 대신 그보다 한등급 떨어지는 7~14나노급 칩을 생산하는 액침 DUV 노광장비를 활용할 뿐이다.

한성숙 국무총리가 지난달 30일 대전 유성구 나노종합기술원에서 반도체 펩 공정 투어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중국은 이처럼 미국 등 서방의 견제나 수출 통제 때문에 확보하지 못한 기술이나 장비를 '목이 졸리고 있다'는 의미의 '차보쯔(卡脖子)'로 표현한다. 중국은 차보쯔 입수를 위해서는 방법의 합법과 비합법을 가리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ASML은 중국 법인에 근무하던 전직 중국인 직원이 자사의 핵심 제조 기술 관련 기밀 데이터를 유출한 사건을 2023년 2월 공식 적발·공개했다. 당시 유출 데이터가 중국의 반도체 장비 개발 시도에 이용됐을지 모른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중국은 이전에 수입한 ASML의 노광장비를 분해해 역설계를 시도하다 적발된 적도 있다.

산업스파이의 지식재산권 탈취를 막고 국익을 지키려면 보안 시스템 업그레이드가 필수적이다. 최첨단 방식으로 인적·물적 보안을 고도화해야 한다. 토종 보안업체를 최대한 활용하되 전 세계 최고 수준의 보안 업체들에 열린 태도를 보이는 지혜가 필요하다. 사실 1500조 투자를 둘러싸고 치열한 정보전·방첩전·공작전은 이미 막이 올랐다. 익명의 협조자들이 벌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공작이 이미 시작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들은 미군 군함이 우리 항구에 기항하면 금지된 드론을 주변에 띄우거나 망원카메라를 들고 접근해왔다. 이제 이런 행동을 메가프로젝트 공사 현장 주변에서도 그대로 할 것으로 보인다.

메가프로젝트 구역을 '보안지대'로 선포해 이러한 접근을 원천 봉쇄하는 대책이 절실하다. 정부는 메가프로젝트에서 속도전을 넘어 전격전을 요구한다. 메가프로젝트를 음지에서 지켜줄 보안·방첩을 위해 우방국 정부나 민간보안기업 등과 손잡고 관련 시스템 구축과 훈련에도 전격적 수준의 속도를 내야 한다. 지키지 않으면 뺏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