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자니 허리가 휘고 안 보내자니 불안한 학부모들의 '학원 딜레마'. '사교육 걱정없는 세상'의 김승현 정책실장으로부터 이에 대한 해답을 들어봤다.
◆학원도 '똑똑하게' 쇼핑하자
"물건 살 때는 그렇게 꼼꼼하게 따지면서 학원은 옆집 아줌마가 '어디 좋다더라' 한마디 하면 끝나잖아요. 학원도 똑똑하게 쇼핑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사교육 걱정없는 세상'은 현재 사교육비의 거품을 지적하고 대안을 찾기 위한 교육시민단체다. '아깝다 학원비' '아깝다 영어 헛고생' 등의 소책자를 펴내고 잘못된 사교육 정보를 알리는데 애쓰고 있다. 그렇다고 "사교육을 하지 말자"고 말하는 곳은 아니다. 다만 옆집 아줌마의 과장된 정보나 분위기에 휩쓸려 안 써도 될 학원비를 과하게 지출하는 현실을 바로잡자는 것이다.
김 실장은 "현실적으로 공교육을 보충하기 위해 일정부분 학원의 필요성을 인정한다"며 "하지만 학원의 교육 스타일, 커리큘럼 등이 자녀에게 맞는지 등을 기준으로 똑똑하게 따져보고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류승희 기자)
우선 최대 2과목 이상의 학원 수업은 피하는 것이 좋다. 학부모들은 대부분 학원에 보내면 당장 성적이 오른다고 생각한다. 틀린 얘기는 아니다. 학원에서 예상문제를 모두 풀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원수업에 의존하는 학생들의 경우 고등학교 2학년쯤 되면 성적이 하락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공부하는 습관과 기술을 터득해야 할 시기에 과한 학원 수업을 받다보면 그럴 기회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김 실장은 "초·중학생의 경우 최소 2~3시간은 아이들이 스스로 학습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같은 맥락에서 학원을 선택하는데 있어서도 부모 주도형보다는 아이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는 것이 좋다. 아이 스스로 어떤 과목이 취약한지, 또 자신에게 맞는 공부법이 어떤 것인지를 고민하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자녀가 직접 친구들을 통해 학원을 탐색한 뒤 선택할 수 있도록 맡겨두는 것도 권할 만하다.
◆예습보다 '보충·심화'에 중점
일반적으로 학부모들은 선행학습 진도가 빠른 학원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3개월 이전의 선행학습은 무의미하다는 것이 김 실장의 주장이다.
그는 "6개월~1년 정도 빠른 예습은 기억하지도 못할 뿐더러 학습기간도 길어진다. 그만큼 비용이 낭비되는 결과를 낳는다"며 "비용 대비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예습보다는 '보충'과 '심화'에 초점을 두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기간을 정해놓고 학원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어느 과목, 어떤 부분에 보충이 필요하며 기간은 3개월을 목표로 설정해두는 식이다.
김 실장은 "보충과 심화에 중점을 둔다면 1대 1 맞춤학습이 좋다"며 "어려운 학원보다는 온라인 강의나 개인과외를 이용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온라인 강의의 경우 가격이 저렴할 뿐 아니라 학생이 스스로 과목을 선택하고 의식적으로 수업에 집중할 수 있어 효과적이다. 그만큼 자기주도성이 강한 매체라는 얘기다.
그러나 무엇보다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잘 다스려야 한다는 것이 그의 당부다. 김 실장은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사교육비를 감당하고자 하는 것은 아이의 학습 효율성보다는 부모들의 불안감을 달래기 위한 목적이 더 크다"고 꼬집었다.
■Q&A로 알아본 '아깝다 학원비'
Q. 맞벌이 가정의 경우 아이를 학원에 보내지 않고 방치할 수는 없잖아요?
A. 맞벌이 가정이라면 아이가 혼자 있는 시간을 이용해 오히려 자율적인 시간관리와 독립적인 학습을 유도할 기회가 많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이상은 공부에 방해되는 환경을 먼저 잘 관리하고, 책 읽기 및 공부 계획을 함께 세워 아이를 격려해 주세요. 초등학교 저학년은 '지역 도서관'이나 '문화센터' 등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Q. 선행학습은 학교 진도에 효과적이지 않나요?
A. 3개월 이전의 선행학습은 효과가 적습니다. 최상위권이 아닌 학생의 경우 복습에 집중하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Q. 아이들이 원해서 학원에 가는 것도 문제가 되나요?
A. 아이들이 원해도 두 과목 넘는 수강은 해롭습니다. 최소 하루 2~3시간은 학교 공부를 복습하는데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고등학생의 경우 종합학원보다는 온라인 강의 등을 통해 보충이나 심화학습을 권하고 있습니다.
(사진=머니투데이)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교과 공부를?
'문화센터에서 학원 수업을?'
지난 2월21일 신세계백화점이 '학원업' 등록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자초지종은 이렇다. 지난해 개정된 학원법에 의해 백화점과 이마트 문화센터를 '합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3월 중순부터 적용되는 개정 학원법에 따르면 학교 교과과정을 가르치지 않더라도 3세 이상 유아나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면 학교교습학원으로 분류하도록 돼 있다.
신세계의 이 같은 발표에 한국학원총연합회는 발끈하고 나섰다. 대기업이 개인사업영역인 학원업까지 침범하느냐는 논리다. 신세계백화점은 '학원사업에 진출할 뜻은 절대 없다"며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학원가에서는 "문화센터에서 초·중등학교 교과과정을 개설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며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