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당국이 제2금융권 옥죄기에 나섰다.
 
시중은행의 대출규제를 강화하면서 이른바 대출수요가 보험사와 신협 등 제2금융권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미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2금융권 가계대출 잔액은 402조3000억원으로 은행권(455조9000억원) 수준에 육박했다. 규모도 커졌지만 증가율은 더 심각하다. 지난해 정부의 종합대책 효과로 은행권 가계대출은 전년 대비 5.7% 늘어난 데 그쳤지만 2금융권의 가계대출은 9.9%나 늘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부는 이를 계속 방치하면 가계부채의 질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판단하고 전면적인 대책안 마련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저소득층을 위한 구제책 없이 무조건적인 대출 규제는 서민들을 불법 사채시장으로 내모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각 보험사 전년 대비 5000억~1조 증가
 
금융감독당국의 제2금융권 대출 규제 강화 정책에 가장 긴장하고 있는 곳은 보험사들이다. 보험시장이 포화상태가 되면서 대출 규모를 늘려 수익을 극대화하려고 했던 보험사들이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보험사별로 가계대출 규모는 얼마나 될까. 상당수 보험사들이 전년에 비해 5000억~1조원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12월말 현재 금융감독원에 공개된 자료를 보면 생보사들의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52조2800억원이다. 이중 삼성생명과 대한생명, 교보생명 등 이른바 '빅3' 생보사의 가계대출 규모가 32조원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각 보험사별로는 삼성생명이 무려 19조8461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전년(19조2400억원) 대비로는 6000억여원 늘었다.
 
이어 대한생명이 9조9762억원(전년 9조3674억원), 교보생명 9조9270억원(8조7580억원) 순이었다. 삼성생명의 경우 가계대출 상승 비중은 크지 않지만 생보사 가계대출 잔액의 30% 이상을 차지했다. 이밖에 미래에셋생명(8430억원), KDB생명(8250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같은 기간 손해보험사의 가계대출 잔액은 14조4500억원. 이중 삼성화재가 손보사 전체 가계대출 잔액의 30%를 넘긴 6조1657억원대로 대출 규모가 가장 컸다. 전년(4조9296억원)에 비해 1조2000억원 급증했다. 이어 LIG손해보험이 2조3521억원으로 전년(1조7929억원)보다 6000억원 상승했다. 현대해상(2조4133억원), 동부화재(1조9220억원), 메리츠화재(6968억원), 한화손보(4661억원)이 그 뒤를 이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형보험사를 중심으로 가계대출 비중이 크게 올라갔다"며 "지금 시점에 견제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전했다.
 
◆대손충당금 적립기준 은행 수준으로
 
이처럼 꾸준히 올라가는 보험사들의 가계대출 비중을 막기 위해 금융감독당국이 내놓은 칼은 대손충당금을 은행 수준으로 높이고 대출 모집인을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정상 여신의 경우 현재의 0.75%에서 1%로, 요주의 여신은 5%에서 10%로 각각 인상키로 했다.
 
또한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과 비슷한 보험사의 위험기준자기자본(RBC)에서 신용위험액을 산출할 때 주택담보대출 위험계수를 올리기로 했다. 일반 주택담보대출은 위험계수를 현재의 1.4%에서 2.8%로, 고위험 주택담보대출은 4%로 3배가량 상향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오는 4월부터 보험사에 적용할 예정인 위험평가제도(RASS)에도 가계대출 관리 항목을 추가하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앞으로 제2금융권 등 부문별 가계대출 동향과 대책의 시행효과 등을 지속적으로 점검해 필요할 경우 추가 대응책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진=류승희기자
 
◆상호금융 비조합원 대출한도 규제
 
제2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의 원인이 된 농협과 신협 등 상호금융에 대한 규제도 강화된다.
 
금융당국은 우선 상호금융의 예대율(예금잔액에 대한 대출금잔액 비율)을 80% 이내로 관리하기로 했다. 또한 상호금융의 가계대출 급증을 가져온 비조합원에 대한 대출한도를 신규 대출총액의 3분의 1로 일원화하기로 했다. 단위농협은 비조합원 대출한도가 2분의 1에서 3분의 1로 줄어들고 대출한도 규제가 없는 단위수협은 2015년부터 3분의 1로 축소된다. 단위수협의 비조합원 대출 비중은 지난해 11월말 기준으로 66%에 달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조치로 농협의 경우 올해 4000억원, 수협은 2015년부터 3200억원 정도 대출을 감축해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
 
상호금융 조합원 간주 범위에서 '다른 조합의 조합원'은 삭제된다. 이렇게 되면 다른 조합의 조합원에 대한 대출은 앞으로 비조합원 대출에 포함돼 규제를 받는다.
 
저소득층을 위한 대출 지원에 대해서는 미소금융과 햇살론, 새희망홀씨 등의 비중을 늘리기로 했다. 또한 고금리 전환대출인 '바꿔드림론' 규모와 지원 대상을 확대할 방침이다.
 
◆서민 사채시장 내몬 탁상행정 비판 제기
 
하지만 이에 대해 탁상정책이라는 비난도 나온다. 이미 은행권 등 제1금융권의 대출 규제를 강화했는데 제2금융권마저 막으면 서민들이 불법 사채시장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미소금융과 햇살론 등 정부가 운용하는 서민금융제도는 지원자격이 까다로워 실질적으로 혜택을 받는 사람들이 미미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 감독당국이 돈줄을 조이는 것은 현실을 너무 모르는 탁상행정"이라며 "사채시장에 내몰리는 서민들을 먼저 구제하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시장논리를 무시하고 무조건 조이기만 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될 수 없다"면서 "혹여 대부업과 불법 사채시장들만 더욱 활성화되는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