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금융지주의 출범과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등으로 인해 금융권이 지각변동을 맞고 있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인수를 계기로 우리금융과 KB금융, 신한금융을 제치고 제1금융지주사를 노리고 있고 지방 고객과 전국 최다 지점을 보유한 농협은행은 리딩뱅크를 위한 물밑 작업에 한창이다. 절대 강자가 없는 금융시장에서 각 은행들마다 리딩뱅크로의 입지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치열한 자산규모 경쟁… 영원한 1위는 없다?
 
시중은행들의 치열한 경쟁은 자산규모 현황만 봐도 쉽게 이해된다. 순위경쟁이 무의미해지고 서로 선두권을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충만하다.
 
지난해 9월 말 현재 국민은행의 자산규모는 278조4000억원으로 가장 많다. 이어 우리은행(258조5000억원)과 신한은행(253조7000억원), 농협은행(191조3000억원), 하나은행(172조9000억원)이 뒤를 잇고 있다.
 
그러나 하나은행이 외환은행(125조4000억원)과 합쳐질 경우 총 자산규모는 298조원으로 단숨에 국민은행을 제치고 1위 자리에 오르게 된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역시 국민은행과 불과 십수조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충분히 국민은행을 따돌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금융지주 자산규모를 보면 KB금융은 3위로 떨어진다. 현재 금융지주별 자산규모는 우리금융이 395조원으로 1위를 지키고 있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인수로 387조원으로 늘어나며 2위로 올라섰다. KB금융 362조원, 신한금융 332조원, 농협은 240조원으로 금융지주 5위다.
 
지점 점포수 역시 농협은행이 1172개로 1165개인 국민은행보다 많다. 다음으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을 합친 국내 점포망은 1012개, 신한과 우리는 각각 965개, 949개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경쟁이 가장 치열한 서울만 놓고 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농협은행의 서울지역 점포는 185개로 국민은행(420개), 우리은행(418개), 신한은행(377개), 하나은행(322개)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농협은행은 올해 서울지역에 10여개의 점포를 신설할 예정이지만, 당분간은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위기 이전만 해도 국민은행이 상품과 정책을 선도하는 리딩뱅크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퇴색된 느낌"이라며 "앞으로 1~2년 안으로 2~4위권 은행들이 국민은행 자산을 충분히 따돌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류승희기자
 
◆총성 없는 전쟁 본격화
 
이처럼 은행과 지주사들이 추월 가능 범위 내에서 순위경쟁을 하면서 순위를 높이기 위한 총성 없는 전쟁도 시작됐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이미 금융사들의 지각변동은 예견된 일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시장이 어려워지면서 더 이상 예대마진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 또한 유럽재정위기와 경기침체, 고물가 등이 장기화되면서 금융권의 긴장감을 증폭시켰다.
 
이 때문에 금융권들은 지난해부터 잇따른 구조조정과 함께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한 인수합병(M&A)에 관심을 가졌다. 금융지주사들이 잇따라 비은행권 강화를 강조하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금융권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저축은행 사태 등으로 금융권의 신뢰가 바닥을 치고 있다"며 "더 이상 기존의 금융상품으로 경쟁하면 오히려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나오고 있어 그들만의 총성 없는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카드·보험 등 계열사 경쟁도 후끈
 
이 같은 순위경쟁이 금융지주와 은행만의 일은 아니다.
 
우선 카드업계의 변화가 예상된다.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로 가장 수혜를 얻을 수 있는 곳은 하나SK카드다. 신한카드가 LG카드를 인수하고 단숨에 1위로 뛰어올랐듯이 하나SK와 외환카드가 합쳐지면 전업계 카드시장을 뒤흔들 수도 있어서다.
 
일단 두 카드사의 합병은 은행보다는 빠를 것으로 보인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의 합병은 5년씩이나 걸려서는 안 된다고 본다"며 은행과는 달리 카드사 통합이 빨라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특히 일부 부서들은 이미 직원들 간의 정보교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두 회사가 합쳐지면 삼성카드나 현대카드와 대적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성장하게 된다. 현재 전업계 카드사 시장점유율 1위는 신한카드(23%)이며 2위는 KB국민카드(14%), 3위권은 삼성카드와 현대카드(11~12%)가 경쟁하고 있다.
 
지난 2009년 출범한 하나SK카드의 시장점유율은 6%에 불과하다. 그러나 외환카드(3%)와 합쳐지면 약 9%로 롯데카드와 우리은행카드(8%)를 앞서게 된다. 가맹점 통합도 이점이다. 하나SK카드의 독자가맹점 수는 40만개로 신한카드(240만개), KB국민카드(226만개) 등 타 카드사보다 턱없이 적다. 출범 후 자체 가맹점 구축에 나섰다가 중단하고 BC카드 가맹점을 대신 이용했기 때문이다.
 
반면 외환카드의 독자가맹점 수는 220만여개에 달한다. 따라서 두 카드사가 합병되면 하나SK카드는 가맹점수가 대폭 늘어나는 것은 물론, BC카드 가맹점을 사용하는 데 소요되는 약 60억원의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외환카드 고객들은 타 카드사 고객보다 충성도가 상당히 높다"며 "외환카드의 장점과 하나SK카드의 공격적인 전략이 뭉치면 시장점유율 확장은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여진다. 앞으로 하나SK카드가 신한카드처럼 효자 계열사로 등극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험업계도 변화가 예상된다. NH농협금융지주의 출범과 함께 현대차그룹도 생보업계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농협금융의 출범으로 기존 농협공제가 NH생명과 NH손해보험으로 분사한 후 본격적으로 보험업계에 뛰어들었다. NH생명은 자산 32조원 규모로 설립과 동시에 삼성생명(150조원), 대한생명(65조원), 교보생명(60조원) 등 이른바 '빅3'에 이어 업계 4위에 자리잡게 된다.
 
현대차그룹에 인수된 현대라이프생명(옛 녹십자생명) 역시 강자로 떠오를지 지켜볼 만하다. 현대라이프는 국내 22개 생보사 가운데 18위에 불과하지만 현대차그룹의 막강한 자본력과 금융계열사들 간 시너지 효과 등을 감안하면 성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