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를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요소는 다양하다. 많은 사람들이 고려하는 요소를 충족시키는 아파트가 매수 수요도 많기 때문에 아파트 가격이 높게 형성되곤 한다. 또 대단지가 아니거나 투자자금이 몰릴 정도로 주목을 끄는 지역이 아니라 하더라도 아파트 가격이 상대적으로 안정성을 나타내는 경향이 있다.
부동산 투자 붐이 사라지고 가격이 하락한 뒤에는 주거여건이 현실적인 측면에서 유리한 곳일수록 매매가격이 안정세를 찾아가고 경기회복 시 올라갈 확률이 더 높아진다. 매매가격이 올라가지 않더라도 편리한 주거여건상 전세로 주거하려는 수요가 많으면 전세가격은 올라가게 된다.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의 비율이 충분히 높아지면 언젠가는 매매가격이 올라갈 가능성도 커지게 된다.
◆주거지 선택 시 달라지는 요소
사람들이 주거지 선택에서 크게 고려하는 요소로는 교육환경이 대표적이다. 따라서 선호도가 높은 학군과 사교육 시설이 많은 곳에 흔히 주거수요가 많았다. 그런 지역에서는 새 학기가 다가오면 자녀를 위해 이사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 전세가격이 강세를 나타내곤 했다. 위치로만 보면 서울의 동북쪽에 치우쳐져 있고 서민들의 아파트가 밀집한 동네인 중계동의 은행사거리 일대가 노원구 내에서 상대적으로 인기지역이었던 이유도 학원이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강남권에서 거리가 먼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의 아파트가 강남권에 근접한 가격을 보인 것도 역시 교육환경 때문이다.
이렇듯 지금까지 교육환경이 주거 수요에 가장 큰 영향을 주었다면 미래에는 부부의 직장 출퇴근 여건이 주거수요에 큰 영향을 주는 또 하나의 요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선진국에서도 부동산이 불경기에 들어서고 주택가격이 하락한 뒤 상대적으로 빠르게 회복하는 곳은 일자리가 많은 지역으로 나타났다. 주택가격이 높을 때는 주택 가격이 싼 외곽지역으로 나가 살던 사람들이 주택가격이 하향 안정화될 경우 주택구입 부담이 줄어들어 일자리가 많은 도심으로 회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도 이미 지하철 역세권처럼 대중교통수단으로 출퇴근하기 용이한 곳의 선호도가 높아진 상태이다. 이러한 선호도는 앞으로 더 높아져 사람들이 아파트를 선택할 때 지금보다 더욱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된다. 왜냐하면 가정이 자녀중심에서 부부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는 데다 맞벌이부부가 계속 증가하고 있어 시간여건상 가정을 돌보기 힘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나이가 들어서도 일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교통체증이 심해질수록 자가운전보다는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경향이 커진다. 시내에 주차하기 힘들어지면 택시를 타지 않는 한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게 된다.
특히 기름값은 장기적으로 추세적인 상승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데 기름값이 올라갈수록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는데 따른 비용부담이 늘어나기 마련이다. 맞벌이부부의 경우 두 사람 모두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한다면 외벌이보다는 교통비 절감효과가 두 배로 커지게 된다.
또한 일하는 엄마가 자녀를 키우는데 있어 가장 힘든 것은 아이 돌보는 시간을 내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나마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서는 출퇴근에 시간을 적게 들여야 한다. 직장 근처에서 거주하게 되면 출근하기 위해 집에서 나오는 시간이 늦고, 퇴근 후 집에 빨리 들어가므로 가정에 있는 시간이 크게 늘어난다.
하지만 부부의 직장이 상당한 거리로 떨어져 있을 때 어떤 곳에 거주지를 정할 것인지가 고민거리로 등장한다. 이때 남편과 아내의 직장 중간 정도의 지역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가사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의 직장 근처로 거주지를 정하는 것이 정답이다.
예컨대 남편과 아내가 동등하게 모든 가사 일을 분담하지 않고 아내가 가사 일을 하는 비중이 좀 더 높은 가정이라면 아내의 출퇴근이 더 편리하고 아내가 가정에 있는 시간이 많도록 거주지를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특히 어린 자녀가 있다면 엄마가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을 길게 하기 위해서라도 거주지는 아내 중심으로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출퇴근 시간 줄이면 경제적으로도 이득
출퇴근에 시간이 적게 소요되면 직장 일 외에 여가를 즐기거나 자기계발을 할 시간도 늘어난다. 요즘은 취업 후에도 영어, 중국어 등 외국어를 공부하거나 운동과 취미생활을 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런 여러 가지 측면에서 가장 유리한 곳은 직장까지 걸어서 다닐 수 있는 곳이다. 직장근처에 살면서 걸어 다닌다면 교통비가 전혀 들지 않을뿐만 아니라 교통체증 시 운전할 때의 스트레스도 없고 만원버스나 지하철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 사무직으로 일하는 현대인은 흔히 운동부족이 되기 쉬운데 걷는 것을 통해 적당한 운동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일석삼조다.
필자의 지인 중에서도 직장까지 걸어 다니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한강에서 가까운 곳의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 중에는 한강변을 따라 길게 이어져 있는 자전거도로를 이용해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 또한 바쁜 일상 속에서 운동을 별도로 할 필요가 없으니 건강에도 좋다.
흥미로운 사실은 직장까지 출퇴근시간이 길면 이혼율이 높아진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스웨덴 우미아대학 연구팀이 5년간 200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출퇴근시간이 각기 45분 이상인 경우와 미만인 경우를 비교했을 때, 45분 이상인 경우의 이혼율이 40%나 더 높았다. 직장 가까이 살수록 가정을 잘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시간은 돈'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출퇴근시간이 절약되는 것은 직간접적으로 경제적인 이득이 된다. 출퇴근을 합해 매일 절약하는 시간이 60분이라면 1년에 250시간, 매일 절약하는 시간이 90분이라면 1년에 370시간 이상의 시간을 버는 셈이 된다. 물론 출퇴근 중에도 나름대로 시간을 효율적으로 잘 활용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시간을 버리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대중교통수단으로 출퇴근하기 가장 편리하고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곳은 전철역이 도보거리에 있는 역세권이라 할 수 있다. 두사람 이상의 가족이 각기 다른 곳에 출퇴근할 때는 전철노선이 한개인 곳보다는 두개인 더블 역세권이 유리하고 트리플 역세권은 더더욱 유리하다. 서울은 전철노선이 10개 이상으로 늘어 더블역세권도 많아졌다.
1개의 전철역에 3개의 전철노선이 지나는 역으로는 고속터미널역(3호선, 7호선, 9호선), 서울역(1호선, 4호선, 신공항철도), 왕십리역(2호선, 5호선, 중앙선, 분당선), 홍대입구역(2호선, 신공항철도, 경의선), 디지털미디어시티역(6호선, 신공항철도, 경의선), 공덕역(5호선, 6호선, 신공항철도, 경의선)이 있다(개통 예정도 포함). 이들 역 근처는 자연스레 트리플역세권이다. 또한 2개 이상의 전철역이 도보거리에 있어 이용 가능한 지역도 트리플역세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