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국내 녹내장 환자는 전체 인구의 약 2% 정도를 차지하며, 녹내장으로 치료를 받은 환자수는 지난 2002년 20만7000명에서 2009년 39만9800명으로 무려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겪는 질환이지만 녹내장은 시신경이 80~90% 이상 손상될 때까지 특이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이를 인지하기 어렵다. 또한 인지했을 당시엔 이미 상당부분 병이 진행돼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인 경우도 많다.
◆소리 없이 손상되는 시신경 질환 ‘녹내장’
녹내장은 시각 정보를 뇌로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는 시신경과 신경섬유층이 손상되어 시야가 점점 좁아져 실명에 이르는 질환이다. 이러한 증상은 대부분 안압이 높아져 시신경과 신경섬유를 눌러 기능장애를 일으킨다는 것이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눈의 압력이 높지 않아도 나타날 수 있다. 이를 정상안압녹내장이라고 하는데, 이 증상은 동양인에게 특히 많이 나타난다. 한국녹내장학회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인에서는 정상안압녹내장이 70% 이상을 차지한다.
정상안압녹내장의 경우 안압 외의 다른 요인에 의해서도 발병이 되는데 특히 혈압에 관련된 요인을 확인해 보아야 한다. 전신 고혈압, 고혈압 치료를 위해 투약하는 약물, 야간 저혈압, 그리고 눈으로 가는 혈액의 압력이 낮은 경우 등이 녹내장의 위험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녹내장은 긴 기간에 걸쳐서 서서히 진행되는 질환으로 말기가 될 때까지 눈이 통증이 느껴지거나 시력이 갑자기 떨어지는 등 눈에 관련된 전조 증상이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잠시 어지럽다던가 하는 등 눈 외의 곳에서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안구적 질환으로 생각하기 어려워 진찰을 받아 보아도 정확한 진단이 나오기 어렵다. 따라서 조기에 발견이 힘들고,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점 때문에 증상이 심해진 후 안과를 찾게 되어 되돌릴 수 없는 상태로 오는 환자들을 보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사람들의 인식 속에 녹내장은 노인들에게만 해당되는 질환으로 생각되어 왔지만 식습관 변화와 과한 음주, 흡연 등 환경적 변화로 인해 녹내장 환자들의 연령층이 점점 낮아져 젊은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녹내장은 회복 불가능한 몇 안 되는 질환으로 일찍부터 눈을 관리하는 습관을 들여야 실명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기질적 저혈압이라면 녹내장 검진 받아야
최근 녹내장에 관하여 주목을 받는 부분은 정상안압녹내장의 발병에 야간 저혈압(저녁에만 혈압이 떨어지는 현상)이 관여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서울 아산병원 안과 국문석 교수팀과 실제 환자군을 대상으로 7년 동안 추적 검사한 결과 정상안압녹내장 환자 132명 중 55명(42%)의 환자에게서 야간 저혈압이 동반되어 있는 것이 발견 되었고 이러한 환자들에서는 눈으로 가는 혈류가 불안정하였다. 또한 이 중 101명을 6년 동안 추적 검사한 결과 눈으로 가는 혈류가 불안정한 사람들은 녹내장의 진행 속도가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야간 저혈압을 가지고 있어 눈으로 가는 혈류가 불안정한 환자들은 시신경에 산화 스트레스, 즉 활성산소가 축적되어 손상이 발생한다. 이러한 손상은 오랜 시간 동안 축척되어 녹내장을 일으키는 주범이 된다. 따라서 기질적으로 저혈압을 가지고 있는 경우엔 녹내장 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이 연구결과를 발표하기 전까지 대부분 사람들의 생각은 고혈압으로 인해 혈압이 오르면 안압도 함께 올라 녹내장에 걸린다는 것이 대부분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저혈압도 녹내장 발병의 원인이 됨이 증명된 만큼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저혈압, 고혈압, 당뇨, 손발이 차가운 수족냉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반드시 녹내장 전문의의 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헬스·요가, 안압 상승 유발
녹내장으로 인해 시신경이 손상된 경우 회복이 불가능하며 안구의 압력이 더 이상 낮아지거나 높아지지 않도록 유지시키는 것이 최선의 치료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생활습관의 변화이다. 혈류의 흐름을 불안정하게 하여 안압 상승을 유발하는 과도한 흡연과 음주를 삼가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도록 한다. 유산소 운동의 경우 꾸준히 하게 되면 혈액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여 안압을 유지시켜 주지만 무거운 기구를 드는 헬스 운동과 요가와 같이 머리에 혈액이 쏠리는 운동은 안압 상승을 유발해 녹내장을 악화 시킬 수 있으니 삼가는 것이 좋다.
이러한 생활 습관을 통해 예방하는 방법도 좋지만 녹내장으로 인한 실명은 막는 가장 좋은 예방법은 정기적인 녹내장 검진으로 조기 발견하여 치료하는 것이다. 눈의 노화가 시작되는 40세 이상의 저혈압 환자들은 1년에 한번은 녹내장 검사를 받아 예방하는 것이 좋다.
대부분 사람들이 녹내장은 시력의 상실을 가지고 오기 때문에 두려워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그런 이유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치료 방법으로는 크게 약물치료, 레이저치료, 수술적치료가 있다. 약물치료는 안압을 떨어뜨리거나 안혈류를 증가시키는 방법이고, 레이저치료나 수술적치료는 눈 안에서 안압을 조절하는 액체인 방수가 순환하는 경로를 바꾸어 안압을 조절하는 방법이다.
녹내장에 관한 치료법은 시신경의 손상을 최소화시켜 더 이상의 손상 발생을 최소화하는 것이지 손상된 시신경을 재생시킬 수는 없다. 따라서 노안이 시작되기 전 자신의 눈 건강에 관심을 갖고 예방하여 건강한 시야를 확보하기를 바란다.
최재완
센트럴서울안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