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에서 사명 변경은 반가운 이슈가 아니다. 보통 사명이 변경되는 경우는 주인이 바뀌었거나 회사에 치명적인 악재가 있어 악명이 높아진 종목명을 바꾸기 위해 조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회사는 다르다. 사명 변경과 함께 시장의 모든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오랜 주인 찾기 끝에 SK그룹의 품에 안긴 하이닉스 얘기다. 지난 3월23일 주주총회에서 사명 변경이 이뤄졌다. 이제는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는 국내는 물론 글로벌시장에서도 메모리반도체(D램 등)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추격하는 2위다. 그런데 그냥 2위가 아닌 막강 2위다. 증권가가 하이닉스 주가 추이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다.

SK그룹과 랑데부한 SK하이닉스는 올해 총 4조2000억원을 설비투자에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기존에 강점을 갖고 있는 D램 외에도 낸드플래시 관련 설비투자가 이뤄질 전망이어서 앞으로 시장지배력이 더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2만2000원대를 맴돌던 SK하이닉스 주가는 올 들어 날개 돋힌 듯 올랐다. 3월22일 종가기준 2만9350원을 기록 중이다. 증권사들의 목표주가도 잇따라 상향조정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가 최근 목표주가를 3만9000원으로 올렸으며 동부증권은 4만원의 목표가를 제시했다. 앞서 현대증권 역시 목표주가를 3만9000원으로 상향조정한 바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하이닉스 혜주공장을 방문해 메모리반도체 생산라일을 둘러보며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머니투데이

◆시장은 왜 SK하이닉스를 주목하나

D램시장은 그야말로 격변하고 있다. 엘피다가 파산보호신청을 낸 가운데 원자재와 부품 수급이 어려운 상황이다. 점유율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올해 SK하이닉스의 D램 시장점유율은 매출액 기준으로 약 20% 후반에서 30%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명실상부한 2위 지위를 확보하게 된 셈이다.

게다가 삼성전자의 D램 점유율이 지난 4분기 매출액 기준으로 이미 46%(수량 기준으로는 37%)에 이르고 있어 반독점 이슈가 야기될 수 있다. SK하이닉스로서는 더 유리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

김영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28nm D램이 아직 의미 있는 양산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며 "2분기에 본격적으로 29nm 양산을 앞둔 SK하이닉스가 D램 기술격차를 다시 축소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점진적으로 PC수요가 늘어나고 있으며 엘피다 파산보호 신청으로 인해 D램 등의 안정적 공급이 가능한 SK하이닉스로 고객사 구매 비중확대 조짐이 파악되고 있다. 특히 엘피다 매각작업은 모바일D램 부문과 커머디티D램 부문으로 분리되지 않는 한 성사되기 어렵다는 것이 시장의 분석이다. 법정관리 체제에서 금방 정상화되기는 어렵다는 것.

특히 PC용 D램이 모듈형태에서 온보드 형태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어 제품품질이 확실한 업체에 수요가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모바일D램에 강점을 갖고 있는 SK하이닉스가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SK하이닉스의 실적개선 조짐이 시장에서 전반적으로 확인되고 있는 셈이다.
 


◆1Q 실적 "적자여도 반가운 적자일 것"

SK하이닉스의 1분기 실적은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증권업계는 1250억원 안팎의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1분기가 전통적인 비수기인 데다 PC수요가 여전히 분기 기준으로 역성장하고 있어서다. 그러나 시장 컨센서스는 크게 상회할 전망이다. 2분기 이후 본격적인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김 연구원은 "2분기부터 D램부문에서 BEP(손익분기점) 수준의 실적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모바일D램 38nm 양산공급이 4~5월께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2분기부터 수익이 가파르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D램 신규공정이 안정화되면서 생산비중이 크게 늘고 있다. 2분기 이후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개선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전방산업의 계절적 성수기 진입으로 가격 하락속도가 둔화될 경우 수익성은 더 커질 수 있다. 동부증권은 최근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를 9160억원으로 기존 대비 7% 상향 조정했다.

진성혜 현대증권 연구원은 "1분기 영업손실 폭이 크게 축소될 것으로 기대되는 데다 전 분기 대비 감가상각비 감소에 따른 비용축소가 기대된다"며 "PC용 D램 가격 강세와 이에 따른 재고평가익 반영으로 뚜렷하게 영업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4.2조원 투자…낸드시장 경쟁력도 급상승

스마트폰과 태블릿PC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에 이어 울트라북이 출시되면서 임베디드 낸드플래시시장은 가파른 성장추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올해 전체 낸드 소비량의 50%가량을 임베디드 낸드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선두업체와 낸드기술 갭을 크게 축소시킨 데다 공격적인 투자로 시장점유율이 크게 향상되고 있다. 올 들어 20nm급 낸드 공정 양산이 시작돼 낸드부문의 이익 기여도가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신현준 동부증권 연구원은 "인텔의 IM플래시 추가투자 중단, 난야의 지분축소를 통한 이노테라 투자중단 등 해외 경쟁사들의 추가투자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SK하이닉스의 공격적인 투자기조는 올 하반기 이후 메모리시장서 중장기적으로 수익성 차별화를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올해 계획된 4조2000억원의 투자금액 중 60%가량을 낸드 설비에 할애한다는 방침이어서 앞으로 낸드시장 경쟁력이 크게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박현 동양증권 연구원은 "올해 투자를 기반으로 20nm 낸드라인 공정전환과 M12 신규가동이 진행되고 있다"며 "생산능력 확대는 규모의 경제를 강화해 SK하이닉스 낸드사업부 경쟁력 제고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보수적인 채권단 관리체제에서 벗어나면서 인수합병(M&A)을 통한 컨트롤러 기술습득도 가능해졌다"며 "낸드기기 성능은 낸드칩과 컨트롤러에 의해 좌우되는 만큼 사업부의 미래가 낙관적이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연구원 역시 "SK하이닉스가 여러 컨트롤러업체와 기술제휴를 통해 간접적으로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SK텔레콤이 중장기적으로 비메모리 부문을 전략적으로 키워나갈 의지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컨트롤러 기술을 내재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