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여행의 시작, 이순신공원
1592년 8월 4일 당포(현재 통영 산양읍 삼덕리)의 목동 김천손이 견내량(현재 거제대교 부근)에 정박한 왜군함대를 발견하고 이순신 장군 진영에 알린다. 이순신 장군은 적의 함대를 쳐부술 전술을 고민했다.
이순신 장군은 한산섬 뒤에 59척의 함대를 숨긴 뒤 유인선 5~6척을 왜군함대가 정박하고 있던 견내량으로 보낸다. 적장 와키자카 야스하루는 이순신 장군의 전술에 넘어가 유인선을 쫓아 전 함대를 이끌고 한산섬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건 이순신 장군의 ‘학익진’. 학의 날개처럼 바다에 진을 친 이순신 장군의 함대는 한산섬 앞 바다에서 일본함대를 궤멸시켰다. 이것이 이른바 세계 4대 해전 중 하나인 ‘한산대첩’이었다.
이순신공원, 이순신 장군 동상
경남 통영 정량동에 가면 ‘이순신공원’이 있다. 바닷가 언덕에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 서 있고 바다를 향해 포가 놓여 있다. 포의 입구가 향한 곳이 바로 조선의 함대가 학익진을 펼쳐 왜군함대를 궤멸시킨 한산도 앞바다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해마다 그 바다에서 한산대첩의 학익진을 재현하는 축제가 열린다. 이순신공원에서 바라보면 학익진을 펼친 함대의 움직임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멀리 한산도가 보이고 치열했던 전장, 그 바다는 이제 그윽하고 편안하다. 공원 한쪽으로 바닷가로 내려가는 계단을 만들었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서 바다 바로 앞에 설 수 있다.
청마 유치환 생가 문과 통영 바다
◆푸른 해원을 향해 나부끼는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이순신공원에서 강구안 쪽으로 1km 정도 가다보면 청마문학관과 생가가 있다.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초가가 한채 자리 잡았다. 통영시 정량동 산기슭에 있는 시인 청마 유치환의 생가다. 초가 사립문 앞에 서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그의 시 '깃발'에 나오는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저 푸른 해원(海原)을 향하여 흔드는/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이라는 구절이 생각난다.
파란 하늘과 흰 구름 몇점 그리고 넘실대는 파도와 머리를 헝클어뜨리는 바람에 옛 시인의 향수가 묻어나는 듯하다.
계단을 내려와 강구안으로 발길을 옮긴다. 오래 걸리지 않아 강구안 바다를 만났다. 강구안에 서서 언덕을 바라보면 파란 하늘 아래 집들이 촘촘하게 박혀 있다. 집마다 바다로 열린 창문이 햇빛을 반사해 눈이 부시다. 그곳이 벽화가 있는 마을로 이미 유명해진 동피랑마을이다.
강구안에서 올려다 본 동피랑마을은 전체가 그림이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마을에 그림을 그린 것 같다. 마을 언덕에 사람들이 서성이는 게 멀리 있는 강구안에서도 보인다. 재개발의 위기에서 마을을 지금처럼 살린 게 그림이다. 마을 벽과 담장, 골목길에 그림을 그리면서 여행자들의 발걸음이 늘었고 마을에도 활기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마을 언덕길로 올라갔다. 마을로 들어가는 길 초입 축대에 ‘동피랑에 꿈이 살고 있습니다’라는 글이 적혔다. 마을 이름은 동호동이지만 ‘동피랑길’이라는 골목 이름이 더 살갑게 느껴진다.
아이들 목소리가 들린다. 술래는 이마에 두손을 올리고 눈을 감은 채 벽을 바라보고 하나에서부터 스물까지 센다. 그 사이 아이들은 골목 곳곳으로 흩어져 숨는다. 스물을 다 헤아린 술래가 쏜살같이 달려 내 앞을 지나간다. 보이지 않는 골목에서 ‘히히덕, 낄낄’거리는 웃음소리와 함께 맑고 높은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술래가 숨은 아이를 찾은 모양이다. 골목 어느 집 아주머니는 문을 열고 ‘저리 가서 놀아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소리는 컸지만 속이 텅 빈, 나무람 없는 소리라는 것을 아이들은 알고 있는 듯했다.
아이들은 바다가 보이는 언덕 마을에서 그렇게 자란다. 언젠가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생길 때쯤이면 술래잡기 하며 바다가 보이는 언덕 마을 골목길을 누볐던 추억을 떠올리겠지.
산언덕 마을의 남루한 생활 속으로 파고든 그림은 고단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 얼굴에 웃음을 피어나게 만들었다.
미륵산 한려수도 조망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에 올라 바라본 풍경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다
포연과 함성으로 들끓던 옛 바다는 사라지고 이제는 바다를 지고 사는 사람들의 삶이 넘실대는 바다가 여행자를 반긴다.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다가 통영에 있다. 거친 바다의 하루를 담아 온 고깃배들이 어깨를 맞대고 쉬고 있는 강구안 바다. 그 바다에 쪽배를 띄우고 파도와 함께 일렁이는 땡볕 같은 바다사람들의 삶. 그들의 삶이 엉기고 풀리는 또 다른 바다, 항구 앞 난전. 통영의 바다는 언제나 뜨겁다.
‘철퍽’대는 바닷소리를 들으며 항구 길을 걷고 있는데 길 오른쪽에 김밥집이 보인다. 길 한쪽이 다 ‘충무김밥’집이다.
강구안을 벗어나 서호시장 앞 바닷길로 발걸음을 옮긴다. 여객선터미널을 지나면 바다 옆 도로를 따라 걸을 수 있다. 수협공판장을 지나 바닷가 길을 따라가면 통영과 미륵도를 잇는 해저터널이 나온다. 이 부근 바다가 ‘손돌목’이다.
이곳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연전연승의 기세에 눌린 일본군의 도주로였다. 원래 이곳은 바닷길이 없었는데, 일본군이 도주를 위해 지협을 파고 뱃길을 만들었다. 해저터널 또한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진 것인데, 임진왜란 때 자신들의 조상이 수장된 바다 위로 배를 띄울 수 없어 땅 밑으로 굴을 뚫고 지나다녔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해저터널과 멀지 않은 곳, 손돌목 바다가 보이는 육지 쪽 언덕에는 ‘착량묘’가 있다. 착량묘는 충무공 이순신을 기리는 사당이다. 통영에는 충무공을 기리는 사당이 두곳 있는데 그중 한곳이 이곳에 있는 착량묘이고 다른 한곳은 중앙동에 있는 충렬사다. 충렬사는 왕명으로 세워졌고 착량묘는 일반 백성들의 뜻으로 세웠다. 착량묘 앞 계단에 앉으면 손돌목 바다가 내려다보인다.
노을 피어나는 통영의 바다 풍경과 충무교
◆걸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길
도남관광지로 자리를 옮긴다. 마리나스포츠센터 건물 앞을 지나면 바다다. 오른쪽으로 바닷가 산책로가 시작된다. 거센 파도 우렁찬 그 소리도 없다. 맑고 푸른 바다가 길 아래 모래와 갯바위에 숨죽이듯 스며든다. 갈매기 몇마리 소리 없이 날고 섬들도 그 바다에서 가볍다.
고즈넉한 바닷가 마음 편한 왕복 6km 정도의 산책길을 걷는다. 그 길 초입에서 보이는 풍경이 편안하다. 갯바위에 나무가 자랐다. 그 앞 바다에 유람선이 떠간다. 햇볕 내려앉은 바다가 반짝이고 갈매기 몇마리 그 위로 날아다닌다. 그윽한 바다가 수채화처럼 마음에 그려진다. 산굽이 돌아가는 굽은 길을 따라 천천히 걷는다.
길은 산기슭을 따라 구불거리며 이어지다가 저 앞 산모퉁이를 돌아서면서 보이지 않는다. 통영 공설해수욕장을 지나면 간단한 먹을거리와 자전거를 빌려주는 가게가 나온다. 그곳을 지나치면 바다로 뻗어 나온 낮은 다리가 보인다. 등대낚시공원이다. 바다로 뻗어 나간 다리로 걸어가면 그곳에 좌대가 있고 낚시를 할 수 있다(유료). 시간이 지나서인지 다리로 가는 입구 문이 잠겼고 사람도 없다.
날은 어두워지고 바다와 하늘에는 노을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산과 섬에 가려 해는 보이지 않았지만 그 주변 하늘과 바다가 노을빛으로 물들어 가고 있었다. 길을 재촉했다.
눈앞에 우뚝 솟은 바위가 보인다. 기이하게 생긴 바위 위에는 나무가 몇그루 자라고 있다. 그 바위를 지나면 거대한 절벽과 동굴이 있는 광장이 나온다. 이곳이 이번 걷기여행의 반환점이다.
광장에서 바라보는 바다에는 노을이 짙다. 해를 직접 볼 수는 없었지만 어둠에서 피어나는 노랗고 붉은 노을빛이 그윽하게 마음을 물들인다.
왔던 길을 되짚어 걷기 시작했다. 방금 전에 지나왔던 기이하게 생긴 바위를 광장 쪽에서 바라보니 사람 얼굴 같기도 하고 아이를 업은 엄마의 형상을 닮은 것 같다.
지나왔던 통영 공설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작은 방파제 끝 가로등에 불이 들어왔다. 어둑어둑해지는 바다에 불빛이 물결 따라 흔들린다. 첫 발자국 내딛은 그곳으로 돌아간다.
[여행정보]
<길안내>
자가용 대전~통영 고속도로 북통영IC - 통영 - 이순신공원 - 강구안 - 충무교 - 도남관광지 충무 마리나리조트 부근(해안길 산책로 시작지점) - 미륵도 일주도로 - 클럽이에스 통영리조트 - 달아공원 - 충무교
대중교통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 또는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통영행 버스 운행.
통영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도남관광단지까지 가는 시내버스를 타면 된다. 도남동(충무마리나리조트 입구 종점)에서 내려서 약 3~4분 정도 걸으면 통영 바닷길 걷기여행 출발 지점인 마리나스포츠센터 건물이 나온다. 강구안, 동피랑마을, 청마문학관, 이순신공원 등은 도남관광단지 전에 나온다. 버스 기사님께 내리는 지점을 확인(여행지 바로 앞까지 가는 버스는 없다. 인근에 내려 걸어가야 한다).
<숙박>
클럽이에스 통영리조트 도남관광지에서 미륵도 일주도로를 따라 가다보면 클럽이에스 통영리조트가 나온다. 바다 조망이 좋다. 솔숲에 자리한 숙소 건물도 특이하다. 편안한 휴식을 즐기기에 안성맞춤. 이곳은 숙박이 아니더라도 한번쯤 들러볼만 하다. 특히 바다를 조망하며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는 미륵도 일주도로 중간에 있기 때문에 드라이브와 함께 이곳에 들러 솔숲에서 바다를 조망하는 낭만을 즐길 만하다.
충무 마리나리조트 도남관광지 바다 앞에 있다.
<음식>
통영은 특산물 먹을거리가 많다. 그 역사가 일제강점기까지 올라가는 충무김밥은 간단한 식사나 간식으로 충분하다. 충무김밥을 먹은 뒤 강구안 바다를 구경하며 충무교까지 걸은 뒤 그 부근 장어집에서 장어안주에 소주를 곁들여 저녁만찬을 즐긴다. 다음 날 아침은 중앙시장 한산집에서 파는 졸복해장국으로 속을 풀면서 산뜻한 아침을 맞이한다.
*장어구이 - 충무교 아래 장어구이집이 많다. 양념을 하지 않고 구워 소스를 찍어 먹는 식이다. 담백하고 구수한데 기름기가 많다. 장어는 강장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비타민A와 단백질 지방 등이 많다. 모세혈관을 강화하고 피부미용, 노화방지 등의 효과도 있다고 전해진다.
*졸복해장국 - 중앙시장 한산집이 유명하다. 작은 복어를 끓인 맑은 해장국이다. 정약전이 지은 자산어보에 ‘소돈’이라고 나오며 속명을 ‘졸복’이라고 했다. 지방이 적고 단백질이 많다. 아연 엽산 철분 칼륨 칼슘 등이 많다. 숙취해소 등에 좋다고 알려졌다. 또 혈액순환과 노화방지 등의 효과도 있다고 전해진다.
*충무김밥 - 강구안 바닷길 한쪽에 충무김밥집이 줄지어 있다. 한입 크기로 만들어진 김밥과 무김치(현지사람들은 ‘슷박’이라고 부른다), 어묵·쭈꾸미무침이 한접시에 담겨 나온다(쭈꾸미가 귀할 땐 오징어를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