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을 공유하거나 미래의 전략과 방향을 제시하는 것도 결국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소통의 기술은 리더의 필수 자격조건이다. 스타벅스 CEO 하워드 슐츠는 "CEO가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날마다 자신의 가치관을 전달하는 것"이라며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늘 고민한다고 했다. 리더에게 소통은 끊임없이 준비하고 연습해야 하는 과제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 과제를 조금 더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사자소통>이 물음에 내놓은 답은 '사자성어'다. 고전 역사의 수많은 지혜가 축약된 네글자, 사자성어를 적절하게 사용하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짧고 강렬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영자들은 흔히 신년사에서 사자성어를 통해 확고한 메시지를 전한다. K은행장은 직원들이 반드시 지녀야 할 마음가짐으로 '절전지훈'(折箭之訓 ; 한개의 화살은 부러지기 쉽지만 여러개가 모이면 꺾기 힘들다)을 제시하며 팀워크를 강조했고, W은행장은 '등고자비'(登高自卑 ; 높은 곳에 오르려면 낮은 곳부터 시작해야 한다)를 통해 경영목표의 달성을 위해 차근차근 나아갈 것을 당부한 바 있다. 위기의 경영 환경에서 기본으로 돌아갈 것을 강조하며 조직원들의 단합을 모색했던 것이다.
CEO가 기업의 사명과 신념에 대해 논하는 자리에서도 사자성어는 힘을 발휘한다. 교육관련 업계의 D기업 CEO는 '배움'에 관해 쓴 칼럼에서 '공자천주'(孔子穿珠 ; 자신보다 못한 사람에게 무언가를 묻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를 언급했다. '젊은 나이에 창업해 다른 사람들보다 빨리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되다 보니 회사 규모가 커질수록 스스로 부족한 자질을 느낀다'는 고백과 함께 이 사자성어를 인용한 것이다. 환갑이 넘은 나이의 CEO가 공자천주 즉, 공자가 구멍이 아홉번이나 굽어 있는 구슬에 실을 꿰기 위해 밭에서 일하는 아낙네에게 물음을 구한 것처럼 그 대상을 가리지 않고 평생을 배움의 자세로 임하고자 한다는 메시지는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경영과 마찬가지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스포츠 현장의 감독들도 종종 사자성어로 의지를 표명하곤 한다. 특히 허정무 축구감독은 중요한 순간마다 자신의 의중을 사자성어로 나타내기로 유명하다. 그는 2010년 남아공월드컵 16강행을 결정짓는 경기를 앞두고 '파부침주'(破釜沈舟 ; 밥 지을 솥을 깨뜨리고 돌아갈 때 타고 갈 배는 가라앉힌다)로 굳은 결의를 다지며 출사표를 던졌다. 그리고 2011년에는 '교학상장(敎學相長 ; 가르치고 배우면서 성장함)의 해', 2012년은 '기호지세(騎虎之勢 ; 호랑이를 타고 달리는 형세)의 해'라 일컬으며 환희보다 좌절이 많았던 지난해를 돌이켜 이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뜻을 비유적으로 내비쳤다.
구구절절 늘어놓으면 잔소리가 될 법한 말도 이처럼 사자성어를 사용하면 매끄럽게 정리될 뿐만 아니라 깊이 있는 화두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저마다 마음속에 각인된 사자성어는 결정적인 순간에 선택을 돕는 생각의 기준이자, 삶의 잣대가 된다. 하지만 번듯한 말만 앞세우는 것이 아니라 진심어린 행동이 뒷받침되어야 진정한 소통이 가능하게 된다는 점은 명심해야 한다. 스티브 잡스의 수많은 명언들이 실제 그의 삶에서 도출된 것이었기에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은 곧 그 사람과 하나가 될 때 진정한 소통의 수단으로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법이다. 조직 문제 해결의 통찰을 구하고 탁월한 소통 전략으로 활용할 수 있는 사자성어. 그 명료한 힘은 리더의 자격 하나를 완성하는데 큰 힘이 되어줄 것이다.
이남훈 지음 / 쌤앤파커스 펴냄 / 1만 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