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내부에서는 공정위가 밴사들의 뒷돈(리베이트) 거래 등을 파악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만약 밴사들의 리베이트 거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카드사로부터 받는 건당 수수료의 인하요구가 높아져 신용카드 가맹점수수료 논란이 재부각될 수 있는 상황이다.
공정위는 올해 1월 밴사업자와 대리점측에 대형가맹점에 지급한 수수료 내역과 대형가맹점에서 이용한 카드단말기 구입내역 거래현황 등을 서면자료로 요청한 바 있다. 공정위는 당초 서면조사에서 위법성이 발견되면 현장조사까지 강행할 방침이었다. 그리고 지난 3월 국내 16개 밴사를 직접 방문해 현장조사를 실시했고 3월 말 사실상 마무리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이번 현장조사에서 서면으로 제출받은 대형가맹점 거래내역과 밴사업자 및 가맹점간 이뤄진 계약서 등을 집중적으로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는 대형 밴사업자의 경우 3일, 일반 중소 밴사업자는 1~2일동안 진행됐다.
밴업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3월 본점을 방문해 내부조사를 시행했다"며 "이 기간 동안 대형가맹점들의 거래내역과 계약서 등을 중심으로 살펴봤다"고 설명했다.
◆위법성 판단 수수료 인하 영향은?
이처럼 공정위가 모든 밴사에 대해 현장실태 조사를 실시하자 업계 안팎에서는 리베이트 등 불공정거래를 적발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인 건에 대해선 어떤 말도 할 수 없다"며 즉답을 피했지만, 현장조사 진행 여부와 불공정거래 가능성이 높은 것에 대해 부정하지는 않았다.
이때문에 중소가맹점들은 신용카드 가맹점수수료 인하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리베이트 관행이 중단되면 가맹점수수료 인하 여력이 그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밴사들은 일반적으로 카드사와 가맹점의 결제 정보를 중계 처리해주는 통신서비스 업무를 한다. 이들은 카드사로부터 거래 승인업무와 카드전표 매입을 대행해주는 대가로 건당 70~120원씩 받는다.
그런데 밴사는 신용카드 거래건수가 많은 주유소나 대형마트, 백화점 등 대형가맹점에 전산수수료 명목으로 건당 50~70원을 리베이트로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유소와 대형마트, 백화점 등은 하루에 카드로 결제하는 건수가 일반가맹점에 비해 상당히 많기 때문에 한곳이라도 빠져나갈 경우 밴사들의 수익에 막대한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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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만약 공정위가 대형가맹점에 제공하는 리베이트 관행을 적발해 이를 중단시킨다면 밴사들은 카드사로부터 지급받는 건당 수수료를 낮출 여력이 생기고, 이는 신용카드사들의 중소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이어질 수 있게 된다.
신용카드사들은 그동안 밴사들에 지급되는 건당 수수료가 높아 중소가맹점수수료 인하가 힘들다는 입장을 표명해왔다. 따라서 공정위의 판결에 따라 가맹점수수료 논란이 또 다시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밴사업자들의 불공정거래가 확인되면 중소가맹점들은 카드사보단 밴사업자에 수수료를 인하하라고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렇게 되면 수수료 논란이 또다시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밴사들의 불공정거래에 움찔하는 카드사
그러나 밴사들의 위법성이 확정되고 수수료 논란이 재연된다고 해도 카드사들이 실질적으로 중소가맹점 수수료를 내릴지는 미지수다.
일단 밴사업자들의 불공정거래가 적발됐다고 하더라도 과징금이나 제재를 받는 곳은 생각보다 많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공정위 조사는 거의 주유소와 편의점 등 대형가맹점을 중심으로 조사를 진행했기 때문에 사실상 중소가맹점 수수료 인하와는 연관성이 없다는 것이 내부 관계자의 분석이다. 오히려 가맹점수수료를 인하한다면 중소가맹점보다는 대형가맹점들의 요구가 더 거세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밴사와 대리점의 리베이트 관행이 수년간 지속된 만큼 공정위에서 제재를 한다고 하더라도 한계가 있다는 점 역시 가맹점수수료 인하를 힘들게 이유 중 하나다. 더구나 밴사들은 이미 지난해 말 건당 수수료를 한차례 인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밴업계 관계자는 "우리는 이미 지난해 말 카드사의 압박에 굴복해 수수료를 한차례 인하했다"며 "그런데도 우리가 내린 만큼 (중소가맹점에) 수수료 인하가 적용되지 않았다. 카드사가 갑의 입장이고 우리는 을이기 때문에 (불공정거래와 상관없이) 카드사가 인하하라고 하면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때문에 곤혹스러운 곳은 오히려 신용카드사다. 그나마 밴사들이 건당 수수료 인하가 힘들다고 버틴다면 카드사들은 이를 핑계삼을 수 있지만 반대가 될 경우 입장이 모호지기 때문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밴사업자들의 불공정거래가 확인됐다고 해도 가맹점수수료 인하로 연결되기는 힘들 것 같다"며 "중소가맹점 수수료는 (밴사들의 건당 수수료와는) 별개 문제다. 그들이 내렸다고 해서 우리도 같이 움직이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만약 밴사들의 불공정거래 논란이 터질 경우 국회와 금융위원회의 입장이 어떻게 변할지가 가장 큰 변수"라며 "현재 양측 모두 가맹점수수료 현안을 두고 합의점을 찾는 과정인데 (수수료 논란이 확대되면) 또다시 입장차이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은 수수료 논란 자체가 부담스러운 상태"라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공정위의 현장조사가 형식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밴업계 관계자는 "공정위측에서 자료를 요청하고 현장조사를 할 때 일반적인 관행이어서 큰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언급했다"며 "공정위의 의도는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불공정거래 실태 조사가) 우리 밴사보다는 대형가맹점에 초점을 맞춘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