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인터넷 검색엔진 기업인 미국의 구글(Google). 인터넷·모바일 시장에서 유투브(YouTube), 안드로이드(Android) 등의 혁신 아이디어를 내놓을 뿐만 아니라 금융자본시장에서도 새로운 실험(?)을 잇따라 시도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자본시장에서 구글의 새로운 실험은 2004년 IPO(기업공개) 때부터 시작된다. 구글은 기업을 공개하면서 창업주에게 수퍼의결권(super votes), 즉 1주당 10개의 의결권을 준 반면 일반주주들에겐 1개의 의결권만을 허용, 월스트리트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즉 창업주와 일반주주의 의결권 사이에 차등을 두면서 일반주주들의 의결권을 제한했던 것이다. 수퍼의결권을 가진 창업주는 소수 지분만으로 기업의 경영권을 확실히 지배할 수 있다.

차등의결권 제도는 그 당시 만해도 뉴욕타임즈나 워싱턴포스트, 다우존스(월스트리트저널 소유)등과 같은 신문사나 컴캐스트(NBC 소유), 뉴스코프(Fox News 소유) 등의 방송사에서 종종 채택됐었지만, 실리콘 밸리의 인터넷기업엔 드물었다.

일반주주들은 "구글이 투자자들에게 돈만 받고 정당한 의사결정 권리를 제한한다"며 반발했지만, 구글의 창업주는 직접 작성한 '창업주 서신(Letter from the Founders)'을 통해 "차등 의결권은 단기 이익을 좇는 월스트리트식 경영 간섭에 연연하지 않고 기업의 장기 전략을 가능케 한다"면서 "이게 싫다면 구글에 투자하지 말라"며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후 다수의 실리콘 밸리 인터넷기업이 구글을 모방, 소수의 지분으로 기업 전체를 지배할 수 있는 차등 의결권을 잇따라 도입했다. 지난해 기업을 공개한 그루폰(Groupon), 링크트인(Linkedin), 징가(Zynga)를 비롯해 올해 초 상장한 옐프(Yelp)가 그 예다. 그리고 올해 IPO 예정인 세계 최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기업인 페이스북(Facebook) 또한 IPO후 창업주에게 수퍼 의결권을 부여할 예정이다.

자본시장에서 구글의 또 다른 새로운 실험은 IPO 진행시 전통적 방식이 아닌 '더치 옥션(Dutch auction)' 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그 당시 더치 옥션은 매우 생소했는데, 소액 투자자들에게 더 많은 투자 기회를 주는 개방적이고 민주적인 방식이다. 월스트리트 투자은행들은 전통적인 IPO방식을 통해 큰 이익을 거둘 수 있었기에 구글에 온갖 협박과 회유를 가했지만, 구글은 끝내 더치 옥션 방식을 고집, 월스트리트의 대형 투자은행들을 기분 나쁘게 만들었다. (결국 월스트리트 투자은행들의 훼방(?)으로 구글의 IPO가격 크게 낮아지고 말았다.)

한편 전통적인 IPO방식은 기관투자자나 큰손들에만 대부분의 공모주가 배정되는 폐쇄적인 방식이었기에 비난의 목소리가 컸고, 결국 미 SEC(증권거래소)는 전통적인 IPO방식에 대한 개선안을 내놓게 되었다. 결국 구글의 고집이 승리한 셈이었다. 이후 적지 않은 인터넷 기업이 구글과 같은 더치 옥션 방식을 채택, 기업을 공개했다.

그리고 최근 구글은 또 이상한(?) 주식배당을 한다고 발표했다. 새로운 종류(Class C)의 주식을 발행, 1대1로 기존 주주들에게 배당하는데, 이 새 주식엔 의결권이 없다고 했다. 즉 새 주식을 받은 주주들은 주주총회에서 아예 투표할 권리가 없는 것이다.

구글의 이번 주식배당이 특이한 것은 의결권이 없는 새 종류의 주식을 발행하면서까지 일반주주들의 권리를 제한하려는 전례가 없다는데 있다. (또한 형식은 주식배당(stock dividend)이나 효과는 1대1 주식분할(stock split)과 똑 같다는 점도 전례가 없을 만큼 특이하다.)

구글의 무의결권 주식배당에 대한 월스트리트의 시선은 결코 곱지 않다. 씨티은행의 마크 매허니(Mark Mahaney) 애널리스트는 "(슈퍼 의결권이 있는 창업주에 비해) 이미 '2류(second class)' 주주 취급을 받던 일반주주들이, 이제 새로 무의결권이 발행되면 '3류(third class)' 주주로 전락하게 된다"고 혹평했다. 델라웨어 주립대의 기업지배구조센터 찰스 엘슨(Charles Elson) 소장은 "구글의 이런 행보는 매우 위험한 트렌드를 초래한다"며, "결국 주주들이 손해를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cnbc의 허브 그린버그(Herb Greenbrg) 기자는 구글의 이런 행보를 '실리콘 밸리식' (자본)주의라며 구글이 자본시장에서 새로운 제품(?)을 만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구글의 창업주는 "구글의 이번 결정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있음을 알지만, 기업의 성공적인 미래를 위해선 꼭 필요하다"며 "our (or Google's) way or the highway (번역: 중이 절이 싫으면 떠나면 된다)"를 또다시 상기시켰다. 이번 결정을 결코 뒤집지 않겠다는 말이다.

그런데 세상의 반응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구글의 창업주가 수퍼 의결권을 남용, 회사를 망치거나 일반주주들에 손해를 입힐 것으로 예상해서가 아니다. 실제로 무의결권 주식배당 발표 날, 애널리스트들과의 컨퍼런스콜에서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우려는 거의 없었고 오히려 구글의 목표주가가 잇따라 상향조정됐다.

구글은 창업주가 초심을 잃지 않고 탐욕스럽지 않았기에 IPO후 한번도 성장을 멈추질 않았다. 구글은 직전분기에서 매출액과 순익이 각각 24%와 61%씩 오르는 실적을 거뒀다. 그래서 세상은 이번 무의결권 주식배당도 구글의 창업주를 믿고 있다.

그러나 창업주의 2-3세에게서도 창업주와 똑같은 혁신 정신을 기대할 수 있을까? 많은 연구결과가 창업주의 2-3세는 경영능력이나 기업가정신 등 여러 면에서 창업주에 비해 떨어진다고 보고한다. 특히 창업주의 2-3세는 과감한 투자를 회피하고 단기 이익에 더 치중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연 창업주의 2-3세에게도 수퍼의결권을 남용하지 않을 거란 확신을 똑같이 가질 수 있을까?

또한 세상은 구글의 이런 행보를 무작정 추종하는 기업들이 늘어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창업주에게 권력이 집중되고 일반주주의 간섭을 배제하는 차등의결권 제도가 특히 무능력하고 신뢰받지 못하는 창업주나 경영자를 가진 기업으로 확대되지는 않을까 걱정한다. 세상은 구글의 새로운 실험을 따라하는 추종자들이 구글 창업주의 의도와 달리 세상에 큰 피해를 초래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 속에서 구글의 최근 움직임을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강상규
미래연구소M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