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설립 이후 2011년 매출 약 300억원. 2015년까지 연매출 1000억원 달성으로 국내 화장품업계 10위에 오르는 것이 목표다. 규모는 중견기업 수준이지만 무시할 수 없는 저력이다. 업계 트렌드를 이끄는 '퍼스트 무버'로서의 영향력 때문이다. 진동파운데이션으로 화장품업계에 일대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는 한경희뷰티 얘기다.

'한경희 스팀청소기'에 이어 화장품 업계에 자신만의 방법으로 승부수를 던진 한경희 대표. 2008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선정한 '세계에서 주목해야 할 여성 CEO 50인'에 들었을 만큼 국내 대표적인 CEO로 자리잡은 한 대표의 남다른 행보에 화장품업계는 물론 세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진동' 하나로 화장품업계 '발칵'

한경희생활과학이 스팀청소기 등으로 생활가전 분야에서 자리를 탄탄하게 굳혔던 2007년 당시 한 대표는 한경희천연과학을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화장품시장에 뛰어든다. 이후 2008년 상호를 에이치케어로 변경하고 뷰티테크 개념의 오앤(O&) 브랜드를 론칭했다.

이 같은 한 대표의 행보에 당시 주변의 반응은 한결 같았다. 무리한 사업 확장이 아니냐는 우려였다. 그러나 한 대표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새로운 무기를 내밀었다. 그동안 한경희생활과학이 축적해온 생활가전 기술력을 화장품에 결합한 '스마트 뷰티'를 선보이겠다는 포부였다.

순탄치 못한 시작은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 이중열선을 사용한 히팅 뷰러로 여성 속눈썹의 볼륨감을 살려주는 마스카라, 경락 진동을 도입한 마사지 시트 등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했다. 여성들만 알 수 있는 사소한 불편을 해소한 아이디어 제품들은 홈쇼핑에서 없어서 못팔 정도로 입소문을 탔지만,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다. 한경희라는 이름값에 비해 '오앤'이라는 브랜드 인지도가 약했던 데다 생활가전업체에서 만든 화장품이라는 인식에 소비자들 역시 의구심을 표했던 것. 

판세가 뒤집힐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4월. 홈쇼핑을 통해 진동파운데이션을 선보인지 몇달 만에 매출이 100억원대로 뛰더니 출시 1년 만인 지난 4월 총매출 400억원을 넘어섰다.

한 대표는 이 같은 여세를 몰아 지난해 10월 사명을 '에이치케어'에서 '한경희뷰티'로, 브랜드명인 '오앤' 역시 '한경희'(HANN)으로 바꿨다. 새로운 트렌드를 창조해가는 '퍼스트 무버'로서 '한경희'라는 브랜드에 힘을 실어주기 위함이었다.

"내 이름을 걸고 세계 최고의 화장품을 만들겠다"는 한 대표의 포부 덕분일까. 개명 후 한경희뷰티는 성장세에 더욱 탄력을 받는 중이다. 지금까지 진동파운데이션을 비롯한 한경희뷰티의 제품들은 주로 홈쇼핑을 통해 판매돼 왔다. 아이디어 신기능을 중심으로 한 제품인만큼 실제로 사용 모습을 직접 보여주는 것이 유리하다는 점과 더불어 주시청자인 주부들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그러나 한 대표는 최근 이 같은 전략에 변화를 가져왔다. 지난 5월9일 전국 이마트 136개점에 입점하며 오프라인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해외 진출도 본격화한다. 지난해 11월에는 일본 메이저 홈쇼핑인 쥬피터에서 진동파운데이션 론칭 방송 첫회에 5억5000만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목표치를 150% 초과한 매출이다. 미국시장에서도 지난해 말 '로미'(ROMI) 브랜드로 진동파운데이션을 선보였다. 한 대표는 앞으로 중국, 일본, 미국 등을 중심으로 시장을 공략해 글로벌 뷰티 브랜드로 도약하겠다는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다. 
 

한경희뷰티 '한경희 워터 핏 진동차운데이션'
 
◆생활 속 불편이 '대박 아이디어'로 

사실 한경희 진동파운데이션의 이 같은 대박 성과 뒤에는 숨은 노력이 맞물려 있다. 진동파운데이션의 개발기간은 꼬박 2년. 아이디어의 출발은 다름 아닌 한 대표 본인이었다. 한경희 스팀청소기가 그랬듯 생활 속 작은 불편함을 바꿔보고자 하는 아이디어가 단초가 됐다.

'메이크업숍에서 화장을 받으면 화장이 '잘 먹는데' 왜 내가 직접하면 같은 화장품을 써도 자꾸만 들뜨는 걸까.' 여자라면 누구나 겪을 이 같은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직원들과 머리를 맞대기 시작했다. 
 
단순히 진동기능을 갖춘 파운데이션을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문제는 단순히 두드리는 기능만으로는 전문가와 같은 화장이 완성되지 않는 것이었다. 한경희뷰티와 한경희생활과학 직원들은 덕분에 꽤 오랫동안 '민낯 출근'을 감행해야 했다. 이들이 출근 후 가장 먼저 하는 업무(?)는 진동 파운데이션으로 얼굴을 두드리는 일. 남자직원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전 직원이 수백통의 파운데이션을 실험한 끝에 1분에 4000번 진동하는 파운데이션이 탄생한 것이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홈쇼핑을 통한 첫 판매 이후 두번째 방송부터 매진 사례가 이어졌다. 특히 누구나 손쉽게 사용할 수 있고, 바쁜 출퇴근 시간 여성의 메이크업 시간을 줄여준다는 데 높은 관심을 받았다.

'한경희 스팀청소기'가 그랫듯 미투(me-too) 상품도 쏟아졌다. 입큰, 엔프라니, 이자녹스를 비롯해 현재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진동파운데이션 브랜드만 해도 10여군데가 넘는다. 최근에는 파운데이션뿐 아니라 비비크림, 클렌징에까지 적용한 신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현재 한경희뷰티가 가장 많은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자녹스와 더페이스샵 등 경쟁업체들도 다양한 진동 제품을 선보이며 시장을 확대하는 중이다.

한 대표는 이외에도 다양한 기술력을 접목시킨 화장품을 앞으로 꾸준히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스핀 마스카라가 대표적이다. 마스카라에 전자기술을 적용해 자동으로 회전하며 속눈썹을 다듬어주는 제품이다. 손으로 직접 마스카라를 돌릴 필요가 없으니 화장시간이 단축되는 것은 물론, 속눈썹이 짙어보이는 효과도 있다. 아이디어를 통한 '퍼스트 무버'로서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당찬 자신감이 돋보이는 행보다.

'진정으로 여성을 이해하는 기업'. 한 대표가 늘 강조하는 경영 철학이다. 만들어진 트렌드를 좇기보다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내는 쪽을 선택하는 한 대표가 앞으로 어떤 새로운 도전을 이어나갈지 주목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3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