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착오적 발상과 관치에 의한 메가뱅크 설립은 헛된 꿈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금융 일괄매각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임혁 우리은행 노조위원장 겸 우리금융 노조협회장)
 
"정부가 농협중앙회의 사업구조 개편에 앞서 6조원을 출자하기로 약속했는데 지키지 않고 있다. 금융노조와 힘을 합쳐 끝까지 싸우겠다." (허권 농협중앙지부 위원장)
 
"노동조합은 연대와 단결이 생명이다. 단결이 안되면 힘이 약해진다. 지금 은행 노조는 다른 단체에 비해 단결이 잘되고 있다." (강태욱 산업은행 노조위원장)
 
시중은행 노동조합이 경영권 보장과 민영화 반대를 요구하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해마다 이 시기에 임금인상과 복지향상 등을 요구해온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은행 노조위원장들의 행보도 분주하다. 우리금융 민영화와 농협중앙회 관치금융 반대를 위해 양측 노조위원장들이 서로 연계해 정부에 각을 세우고 있다. 또한 국민·우리·신한·씨티·산은·외환·기업은행 등 국내 대다수 시중은행 노조위원장은 우리금융과 농협 노조 등을 지지하며 서로 물밑 정보교환을 하고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최근 노조위원장들이 서로 정보교환을 위해 만남이 잦아진 것 같다"면서 "외환은행 매각을 기점으로 금융노조의 단결이 좀 더 강화된 분위기"라고 말했다.
 

사진 뉴스1 양동욱기자
 
◆은행권 노조 이슈는?

이처럼 노조위원장들이 잦은 만남을 갖는 이유는 우리금융 민영화를 막기 위해서다.
 
앞서 금융위원회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는 지난 4월29일 우리금융 매각 공고를 내고 오는 7월27일까지 예비입찰을 받는다고 밝혔다. 또 예보의 주식의결권을 위임하거나 제한해 경영권 자율성을 보장해주기로 했다. 덩치가 큰 우리금융을 합병방식으로 매각하려면 정부가 우리금융 최대주주라는 걸림돌을 없애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금융위는 우리금융 입찰에 외국인 투자자들까지 허용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제2의 외환은행 사태가 벌어질 것을 염려한 우리은행 노조는 정부의 정책에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임혁 우리은행 노조위원장은 5월7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권 말기에 우리금융 민영화를 시도하려는 금융당국의 저의가 의심스럽다"며 "메가뱅크 탄생을 위해 일방통행으로 (우리금융 민영화가) 시도된다면 총파업과 대정부 투쟁으로 맞서겠다"고 말했다.
 
최근 KB금융과 합병설이 돌고 있는 가운데 박병권 국민은행 노조위원장 역시 뜻을 같이했다. 박병권 위원장은 "주택은행과 합병한 이후 추가 합병은 필요 없다는 것이 국민은행의 입장"이라며 "국내 금융산업 현실에 메가뱅크는 맞지 않고 은행원만 죽는 결과를 불러올 것이다"고 비판했다.
 
한 노조 관계자는 "은행 노조들은 우리금융 민영화를 최대쟁점으로 보고 임 위원장을 중심으로 미팅을 많이 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임혁 위원장을 중심으로 투쟁 방식과 민영화를 막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A은행 노조위원장은 "은행 노조간에 단결이 강화된 것은 아마도 외환은행의 영향이 큰 것 같다"며 "금융노조가 힘을 합쳐 외환은행을 지켜내려고 했지만 사실상 실패하면서 이제는 우리금융마저 빼앗기면 안된다는 위기의식을 갖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농협중앙회의 '경영개선계획 이행약정서'(MOU)도 노조의 주요 관심사다. 정부는 농협중앙회의 사업구조 개편에 앞서 6조원 출자를 약속했다. 그러나 정부가 당초 약속했던 6조원 출자를 지키지 않고 2조원만 출자하기로 하면서 농협중앙회 노조의 반발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현재 정부 안은 정책금융공사가 가지고 있는 주식 중 산은금융지주 주식 5000억원과 도로공사 주식 5000억원 등 총 1조원을 농협중앙회에 출자하고, 농협금융지주가 발행하는 농협금융채의 이자를 향후 5년간 보전해주는 것이다. 이자는 매년 1600억원, 총 8000억원으로 추정된다.
 
농협중앙회 노조는 "정부가 6조원 출자, 2조원 출자 약속을 어기고 매년 1600억원의 이자만을 지원하면서 MOU를 강요하는 것은 명백한 관치금융"이라고 주장했다.

 
사진 뉴스1 양동욱기자
 
◆은행 노조 동상이몽?
 
시중은행 노조들이 민영화와 경영권 보장 등을 위해 투쟁하고 있지만 각 노조별로 동상이몽을 꾸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동안 은행 인수·합병(M&A)은 국내 은행과 은행이 서로 먹고 먹히는 전쟁의 연속이었다. 이 때문에 인수자 노조와 피인수자 노조간의 자존심 싸움도 그치지 않았다.
 
실제로 지난해 3월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하나금융 노조가 외환은행 노조를 질타하는 성명서를 발표해 노노갈등이 벌어진 바 있다. 당시 하나은행 노조는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지분 인수가 매국행위인 것처럼 호도하는 행위는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며 외환은행 노조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 때문에 하나금융은 아직도 금융노조와의 정보교류에 합류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산업은행 노조는 다른 은행 노조와 마찬가지로 우리금융 민영화 반대에 대해서는 지지하지만, 산은금융 민영화에 대해서는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산은금융은 올해 연말까지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등 민영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강태욱 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우리금융 민영화와 산은금융 민영화는 별개의 문제"라며 "아직까지는 사측과 아무런 문제가 없다. (산은금융 민영화에 대한 입장은) 좀 더 지켜본 후에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노조들이 대외적으로는 단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은행과 은행들이 합병하게 될 경우 서로 입장이 바뀔 수밖에 없다"면서 "서로 정보교류를 하면서도 동상이몽을 꾸는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3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