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2일 광저우시 바이윈국제공항에서 공항고속도로와 광션옌장고속도로를 타고 루어강구에 있는 LG디스플레이 광저우공장에 가기까지 1시간30분 동안, 이시용 LG 상무는 계속 놀라움을 나타냈다. "1999년에 처음 광저우에 왔을 때는 이곳저곳에서 건물을 짓기 위해 공사판이 벌어져 먼지와 쓰레기가 나뒹굴었던 것과는 180도 바뀌었다"며 감탄사를 쏟아냈다.
이런 놀라움은 비단 이 상무만의 것이 아니었다. 매연과 황사, 교통신호를 무시하며 달리는 자동차와 횡단보도를 건너는 행인들로 북적북적하고 어수선한 베이징의 모습에 익숙해 있는 필자도 같은 느낌이었다. '중국은 복잡하고 지저분하다'는 고정관념을 한번에 날려버리는 광저우는 '새로운 중국'을 보는 경이로움이었다.
광저우가 이처럼 환골탈태한 비결은 무엇일까. 광저우에서 10여년 동안 살고 있는 한강수 씨(가명)의 말은 상전벽해로 변한 광저우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2010년 광저우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이 광저우의 발전을 8~10년 정도 앞당겼다는 것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것에 자극받은 광저우는 베이징보다 더 인상적인 아시안게임을 보여주겠다는 '콤플렉스'가 발동했다. 광저우를 완전히 탈바꿈해 '개혁개방의 첨병'으로서 지난 30년 동안 발전된 모습을 중국인과 아시아인은 물론 전 세계에 보여주기로 했다.
IFC 및 스카이라인
광저우의 상징으로 '광저우탑'를 세운 게 대표적이다. 2010년 9월에 개관한 광저우탑은 탑(건물) 높이만 450m이고 송신탑(150m)까지 합하면 600m나 된다.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캐나다국가TV송신탑(553m)과 상하이(上海)의 세계금융센터(World Finance Center, 492m)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다. 광저우시의 한복판을 흐르고 있는 주장(珠江)의 남쪽 강변, 아시안게임 개막식이 열렸던 스타디움이 있는 하이신샤따오와 광저우시 중심지(Central Business District)의 건너편에 자리 잡고 있다.
광저우의 광(廣)자 위의 '민갓머리' 모양으로 디자인한 광저우탑 107층(428m)에 있는 전망층에 올라가면 현대도시로 바뀐 광저우시의 스카이라인이 한눈에 들어온다. 북쪽으로는 85층 높이의 광저우국제금융센터(IFC)와 81층 높이의 중신플라자가 보이고 그 뒤로 광저우의 명물 중 하나인 바이윈산이 눈에 들어온다, 아시안게임의 개막식이 열렸던 스타디움과 광저우대극원 등도 성냥갑처럼 작게 보인다. 동쪽으로는 광저우 전람센터가 있고 남쪽과 서쪽은 아파트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주택가다. 광저우탑에서 내려다 본 광저우시 모습은 남산에서 본 서울보다 더 발전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뾰족하게 솟은 빌딩만이 눈에 띄는 것은 아니다. 광저우탑에서 중신플라자로 연결되는 중심도로인 화샤로의 양옆은 먼지가 거의 없을 정도로 깨끗하게 정리돼 있다. 공기도 5월 하순의 습기를 머금은 30℃가 넘는 뜨거움을 감안한다면 상쾌한 편이다. 교통도 베이징처럼 심하게 막히지 않는다.
무엇보다 매연을 내뿜으며 무법천지처럼 질주하는 오토바이를 찾아볼 수 없다. 공기오염을 막기 위해 광저우시내에서 오토바이 타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광저우시내에서 오토바이를 타면 경찰이 강제로 압수한다. 베이징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자토바이도 찾아볼 수 없다. 자토바이는 자전거에 엔진을 달아 오토바이처럼 타고 다니는 것으로 교통 혼잡과 대기오염을 유발한다.
광저우는 개혁개방의 첨병으로 중국에서 23년 동안 GDP 1위를 유지하고 있는 광둥성의 성도다. 면적이 7434㎢로 서울(605㎢)보다 12.3배나 크다. 상주인구는 1300만명이지만 유동인구는 2000만명을 넘는다. 1인당 GDP는 지난해 1만3000달러. 중국 전체의 1인당 GDP 5300달러보다 2.5배나 높다. 광둥성에 있는 선전 주하이 산터우 등 3개 경제특구와 함께 중국 전체에서 소득이 높은 30대 도시 가운데 10위 안에 들어간다.
'개혁개방의 총설계사'란 별명을 갖고 있는 덩샤오핑 전 주석이 1992년 1월, 88세의 노구를 이끌고 난쉰장화(南巡講話)를 하면서 개혁개방을 강조한지 20년이 지나면서 광저우는 중국 현대화의 미래 모습으로 확실하게 자리 잡고 있다.
그렇다고 광저우에 그늘이 없는 것은 아니다. 광저우의 명물인 광저우탑과 천자쓰(陣家祠), 신해혁명의 대부인 쑨원을 기념하는 중산기념관(중산은 쑨원의 호) 등에는 사람이 그다지 없다. 사막지역을 빼고는 중국 어디를 가나 사람 물결에 시달리는 것과 비교할 때 매우 이례적이다. 관광지는 물론 상가지역에도 대낮에 사람이 별로 없다. 이유가 뭘까.
한 중국인은 "광저우 사람들이 밤새워 유명 브랜드의 짝퉁을 만들고 낮에는 잠을 자기 때문"이라고 귀뜸했다. '설마…'하는 눈길을 보내자 "진짜"라며 재차 강조한다. 병마용 같은 문화유산이 많은 시안이나 자연풍광이 아름다운 꾸이린과 장자계, 자금성과 천안문광장이 있는 베이징처럼 관광자원이 별로 없으니 여행객이 많지 않다는 게 더 합리적인 설명일 듯하다. 하지만 '짝퉁론'도 어느 정도는 그럴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든다.
또 이미 SOC 건설이 마무리됐다는 것은 성장잠재력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혁개방 30여년이 지나면서 의류 피혁 등을 중심으로 한 저부가가치 임가공산업이 중심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LG디스플레이가 광저우에 8세대 LCD 패널공장을 짓기 위해 첫삽을 뜬 것에 대해 광저우시는 물론 광둥성이 기대를 갖고 있는 것도 이와 관련이 깊다.
고부가가치 첨단산업으로 경제 및 산업구조를 바꾸기 위해 LCD같은 분야의 투자를 적극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광저우와 광둥성의 구조전환은 중국 전체의 발전모델 전환과 일맥상통한다. 광저우가 지금까지의 하드웨어 중심의 중국 발전 모습을 보여줬듯이, 중국의 미래를 보려면 광저우가 소프트웨어 위주로 환골탈태할 지를 다시 한번 지켜봐야 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3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