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2일 금감원에 따르면 일동제약의 지분 10%가량을 보유하고 있는 안씨는 이정치 일동제약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최영길 이사의 사외이사 선임, 이종식 감사의 감사선임 등 3월16일 있었던 주주총회 결의 내용을 취소해달라고 4월2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주총 결의안에는 이정치 회장에 대한 사내이사 선임안이 포함돼 있어 안씨의 이번 행보는 사실상 현 경영진에 대한 불신임을 의미한다. 때문에 향후 법원 판결 결과에 따라 일동제약의 경영권 향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안희태 씨, 주총 결의 취소 소송 제기
일동제약 경영진을 향해 안씨는 이미 두번이나 '칼'을 꺼내든 바 있다.
지난 2009년 그는 일동제약이 알토란 같은 일동후디스의 가치가 반영되지 않아 저평가되고 있다며 투명경영을 위해 사외이사와 감사 등 총 4인의 선임을 요구했다. 일동제약의 100% 자회사였던 일동후디스의 지분율이 30%대로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전문경영인(이금기 당시 일동제약 회장)의 일가친척은 오히려 일동후디스 지분을 33%로 확대했다고 비난한 것. 그해 4월 경영권 참여를 선언한 안씨는 6월 정기주주총회에선 소액주주연합을 형성해 당시 경영진과 표 대결까지 벌였지만 끝내 고배를 마셨다.
이어 2010년 그는 펀드매니저 출신 신명수 씨를 비상근감사 후보로 추천하는 주주제안을 정기주총에서 제안하며 또 다시 경영권 분쟁을 일으켰다. 그러나 일동제약 대표이사를 27년간 역임한 이금기 회장이 퇴진하고, 주주총회에서 안씨의 제안이 받아들여지면서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올 들어서도 안씨는 각각 2대, 3대주주인 이호찬, 피델리티와 함께 일동제약 측이 안건으로 내놓은 '이사책임 경감' 항목이 포함된 정관일부 변경 안건을 부결시키며 회사측이 주주들의 이익에 반하는 경영을 한다며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취약한 지분구조로 오너십 '불안'
안씨의 이번 소송제기가 일동제약의 경영권을 흔들 수 있는 현실적인 근거는 바로 지분구조다.
현재 일동제약의 최대주주는 오너인 윤원영 회장이며 이금기 전 회장 등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율은 28.06%다. 하지만 개인투자자 이호찬 씨(12.57%)를 비롯해 피델리티(9.99%), 안희태 씨 외 5인(9.85%), 환인제약(6.64%) 등도 일동제약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녹십자도 뛰어들었다. 녹십자는 지난해 현대차그룹에 매각한 녹십자생명이 보유하고 있던 일동제약 지분 8.3%를 올 3월 157억원에 사들였다. 이로써 비경영진 세력의 지분율이 현 경영진을 압도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
특히 주목할 점은 올 초 일동제약 경영진을 압박하며 힘을 합쳤던 안씨와 이호찬 씨, 그리고 기관투자가 피델리티 이들 3인의 지분율을 합하면 총 32.41%로 일동제약 최대주주 측(28.06%)보다 4.35%포인트나 많다는 사실이다.
이는 일동제약의 최대주주이자 오너인 윤 회장 측의 보유지분이 취약해 그만큼 일동제약의 경영진이 불안한 상황 속에서 회사경영을 지속해야 한다는 점을 방증한다.
이와 관련 일동제약 홍보팀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 자체가 지나친 확대해석"이라며 "현재 안씨가 제기한 소송에 대비해 변호사 선임을 끝냈지만 이후 진행된 것은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녹십자, 경영권 인수 '다크호스'?
일동제약의 경영권을 향한 안씨의 '도전'과 더불어 업계에 또 하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은 지분율 5% 이상씩을 가진 동종기업 녹십자와 환인제약의 경영권 참여 여부다.
특히 지난 3월 녹십자생명을 매각하면서 현대차그룹에 넘어갔던 일동제약 지분 8.28%를 되사들인 녹십자의 행보를 놓고 주변에선 적대적 인수합병(M&A)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까지 하고 있다.
지난해 2월 당시 녹십자생명은 일동제약 지분율을 5.5%에서 6.7%로 확대하면서 주요주주로 부상했다. 당시만 해도 시장에서는 녹십자생명이 2010년부터 일동제약 주식을 꾸준히 매입해도 단순 투자로 판단하는 분위기였다. 이후 녹십자홀딩스는 그해 10월 녹십자생명의 보유주식 89% 전량을 현대차그룹에 매각했다.
그리고 올 3월 녹십자가 일동제약 지분을 되사면서 새 국면을 맞고 있다. 녹십자와 환인제약이 일동제약의 지분 보유목적을 '단순 투자'라고 밝히고 있지만 향후 일동제약의 경영권까지 눈독들이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녹십자는 지난 2010년 삼천리제약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가 동아제약에 넘겨준 전력이 있고, 이후에도 중소제약사를 중심으로 인수를 타진해왔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녹십자가 현 경영진과 대립하는 세력과 합할 경우 일동제약의 경영권을 언제든 위협할 수 있는 상황이다.
위기의식을 느낀 탓인지 윤 회장 등 일동제약 최대주주 측도 이미 지난 2009년부터 최근까지 지분율 확대에 나서며 방어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 2009년 3월 말 22%를 밑돌았던 윤 회장 측 지분율은 올 들어 28.06%로 올라갔다.
한편 녹십자 측은 일동제약 인수건과 관련 "일동쪽 지분 인수는 단순 투자가 목적"이라며 적대적 M&A 시도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3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