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동차는 왜 이토록 인기를 누리고 있을까? 이에 대해 에이드리언 슬라이워츠키는 행동경제학적 측면에서 답을 주고 있다. 자동차는 인간에게 자유로움과 편리함, 그리고 재미를 선사한다고 한다. 이 세가지 이유를 모두 만족시키는 새로운 매력적인 교통수단을 생각해내지 못하는 한 자가용의 인기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는 저서 <디맨드>를 통해 이러한 비합리적인 소비의 형태 속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수요의 창출’에 대해 밝히고 있다.
이책에는 카-쉐어링(Car-sharing)사업에서 세계적인 브랜드로 떠오른 집카(zipcar)의 사례가 등장한다. 집카는 자동차들을 인근의 차고나 주차장 등 사전에 마련된 여러 위치에 분산 보관해, 멤버십을 가진 고객이면 누구나 마우스를 몇번 클릭해서 가장 가까운 장소에 있는 자동차를 신청한 다음, 디지털코드가 적힌 카드로 문을 열어 자동차를 이용하게 하는 서비스다. 이때 사용료 지불은 온라인에서 자동으로 이뤄지게 하고 이 가격에 보험료를 포함시켰으며 주유비는 멤버십카드로 따로 정산되는 시스템이다. 기존에도 유사한 카-쉐어링 비즈니스가 있었지만, 집카는 고객들의 가장 큰 불만사항이었던 ‘기능성’을 극적으로 향상시킴으로써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
집카는 이전에 좋은 의도를 가진 사회적 기업가들이 실패를 거듭했던 곳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 2002년 이래로 집카의 매출은 매년 92%씩 성장해왔다. 오늘날 7000대 이상의 집카 자동차가 미국과 캐나다에 있는 50개 이상의 도시와 150개 이상의 대학에서 40만명의 개인고객과 1만곳의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제 집카는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수요를 창조하는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 중 하나라는 점이 확실해졌다. 수많은 집스터(zipster: zipcar 회원을 이르는 말)들이 자동차 소유를 완전히 포기했지만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
집스터들은 주차, 유지·보수, 수리, 보험가입과 같은 번거로운 일을 처리하느라 시간을 전혀 낭비하지 않을뿐더러 자동차 소유주들에 비해 1년에 수천달러의 돈을 절약한다. 그러나 집카를 이용하도록 그들의 결정을 이끌어낸 촉매는 집에서 10분이 아니라 5분만 가면 집카를 탈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5분이란 차이는 별 것 아닌 듯 보이지만 고객의 입장에서는 큰돈을 절약할 수 있다는 말보다 더욱 강력하게 작용하는 ‘방아쇠’였던 셈이다.
집카는 사소한 소비자의 니즈까지도 기꺼이 충족시켜 줬다. 매력적인 제품의 비결은 바로 여기에 있다. 에이드리언 슬라이워츠키는 이 책에서 ‘디맨드’에 대해, 사람들이 알아채기 전에 사람들이 진짜 원하는 것을 창조한다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 책은 수요를 창조하고자 하는 이들의 여정에서 좋은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
에이드리언 슬라이워츠키 지음 / 다산북스 펴냄 / 2만 2000원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3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