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도 거리를 둬라!" (공정위)
"우리가 알아서 하겠다!" (편의점업계)

편의점업계와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신규점포 출점 거리 제한' 기준을 놓고 기싸움에 들어갔다. 최근 공정위가 올 하반기 500m 이내 같은 편의점 브랜드의 출점을 제한하는 내용의 모범거래기준을 내놓겠다고 하자, 편의점업계가 기존 가맹점주의 상권보호를 위해 자체적으로 신규출점을 제한하는 내부규정을 마련하겠다며 맞대응하고 나선 것이다. 
 
 
◆신규출점 자제 '강수' 둔 편의점업계

가장 먼저 행동을 취한 쪽은 GS리테일이 운영하고 있는 업계 2위 GS25다. 이 편의점은 기존 점포와 거리가 150m(동선기준) 이내인 지역에는 가맹점의 동의 없이 신규 출점을 자제하는 등 규정을 마련했다고 지난 5월29일 밝혔다.

불가피하게 150m 이내에 오픈할 경우 기존 점포 경영주에게 복수점포 운영에 대한 권리를 우선 부여하며, 복수점 운영을 원치 않는 점포에 대해서는 신규점포 오픈으로 인한 수익 하락을 보전해주기로 했다. 또 가맹점의 의견을 수렴하는 '가맹경영주 간담회'를 일부 지역에서 전국으로 확대하고 창업 지원 프로그램도 도입한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이번 규정으로 GS25는 전년 대비 신규 점포수가 최소 20%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해 신규 오픈점이 1300여개인 상황에서 올해는 '150m 거리 제한' 규정을 적용하면 260~300개 정도는 줄어들기 때문이다.
 
세븐일레븐과 훼미리마트도 유사한 출점 내부 규정을 운영하고 있거나 새로 기준을 변경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보광훼미리마트는 이미 지난 2월말 신규 점포 출점 시 기존점 동선거리 기준 50m 이내 출점을 금지하고 100m 이내에는 인근점포 점주에게 운영 우선권을 부여해 복수점 운영으로 기존점주의 추가 수익 창출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내용의 출점 기준안을 내놓았다.

세븐일레븐의 경우 점포간 거리 제한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세븐일레븐은 50m 이내에는 신규점포 출점을 하지 않고 있고 기존 점포와 상권이 겹치는 구역(100~150m)에서는 기존 점포 운영자에게 신규점포 우선 운영권을 주고 있다. 복수점 운영을 원하지 않을 경우에는 매출 손실을 보전해주기도 한다.

따라서 세븐일레븐은 현재 신규 점포를 열지 않는 기준거리인 50m를 150m~200m 수준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반기 공정위 제재 앞두고 여론 선점?

신규출점 거리제한과 관련해 편의점 업체들의 이 같은 '자정 노력'을 놓고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기준안을 확정하기 전에 여론을 선점하기 위한 제스처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최근 공정위가 제과·제빵업계에 이어 커피전문점 등 프랜차이즈 점포의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대대적인 손보기에 나선 것을 감안해 편의점업체들이 '선제 방어'에 나섰다는 것이다. 

실제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GS25의 신규출점 제한 규정 발표 이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편의점 점포수가 2만1000개를 넘어서는 등 편의점 출점 경쟁이 심화되고 있지만 정작 프랜차이즈본부는 로열티 등으로 이득을 챙기고 있다"며 하반기 편의점업종에 대한 모범거래 기준을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정위의 이 같은 방침에는 대기업 계열사들이 편의점 가맹점주들에게 불공정거래 행위로 횡포를 부리고 있다는 판단이 바탕에 깔려 있다. 편의점은 6000만∼7000만원으로 비교적 소자본 창업이 가능한 데다 실패 위험이 적다는 생각으로 은퇴자들이 대거 뛰어들면서 크게 늘었지만 실제로는 대기업 계열사들만 이익을 보고 편의점 가맹점주들은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편의점업계 2위인 GS25가 선도한 이번 '자율 출점 거리 제한' 조치에 대해 일부에서는 오히려 편의점업계 쪽으로 비난의 화살을 돌리려는 시각도 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다른 대형유통업체들한테는 강경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공정위가 유독 편의점업계에는 지나치게 관대하기 때문이라는 논리다. 

업계 한 관계자는 "편의점업체들의 골목상권 침범 얘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나왔음에도 다른 유통업체와 달리 지금까지 공정위로부터 그 어떤 제재도 받지 않았다"면서 "공정위가 편의점업체들의 신규 출점 제한 방침을 밝혔음에도 구체적인 조사시기를 밝히지 않은 것도 업체들에게 피해갈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준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제빵업계에 이어 신규점포 출점 제한 조치가 가시화된 가운데 벌어지고 있는 편의점업계의 최근 '이상 징후'는 공정위가 편의점업체들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조사를 벌이는 시점인 하반기에 접어들어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3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