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글로벌 경제와 증시는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다. 유로존 상황도 아직 불확실한 부분이 많아 국내 증시를 긍정적으로만 전망하긴 어려운 게 사실. 그래도 증시전문가들은 소소한 변화에서 희망을 엿보는 중이다. 장기적인 시각에서 주식시장에 접근하고 있는 투자자라면 현재 나타나고 있는 긍정적인 신호들을 간과해선 안될 것이다.
◆스페인 리스크 완화
우선 스페인의 구제금융 신청이 유로존 불확실성을 완화시키며 주식시장에서 긍정적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7%에 근접했던 스페인 장기채 금리와 뱅크런 현상으로 인해 은행 유동성 위기에 처했던 스페인 정부가 최대 1000억유로에 달하는 은행 구제금융을 유럽연합(EU)에 신청했다.
스페인 구제금융은 유로재무장관 회의를 통해 곧바로 받아들여졌으며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또는 유로안정화기구(ESM)를 통해 제공될 예정이다. 스페인 정부기구인 은행구조조정펀드(FROB)가 구제금융을 수령해 민간 부실은행에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임종필 현대증권 연구원은 "이 같은 조치는 강한 구조개혁 및 재정긴축을 조건으로 하는 전면적 구제금융이 아닌, 금융권 자금지원으로 한정돼 스페인 정부의 추가적인 대규모 재정긴축 부담을 수반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현재 유로존 재정위기 방화벽이 스페인 전체 부실자산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있지 못한 상황에서 먼저 스페인 금융시스템 안정을 통한 시간적 여유를 확보한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고 덧붙였다.
즉 이번 스페인 은행권 구제금융이 단기적으로 유로존 리스크 완화에 긍정적 요인이 될 것은 분명하다는 게 임 연구원의 견해다. 다만 그는 "스페인 전반의 재정위기 해소를 의미하지는 않으며, 스페인과 유사한 경로를 가고 있는 이탈리아에까지 위기가 확산될 시 EU가 이를 구제할 자금여력이 있는가 하는 불안감도 남아있다"며 "따라서 장기적 관점에서 증시 상승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의 금리 인하
중국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7일 전격적으로 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0.025%포인트 인하를 발표했으며, 이는 최근 단행됐던 세 차례의 지급준비율 인하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기의 하강 신호가 연속됐기 때문이다.
즉 중국 경제의 경착륙을 막기 위한 고강도 부양정책의 신호탄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임종필 연구원은 "중국의 5월 무역수지는 예상을 뛰어넘는 호조를 기록했고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3%,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12.7% 상승하면서 중국 경기반등 기대감이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러나 이전에 발표된 5월 소매판매, 산업생산 등은 예상치 보다 낮은 수준을 기록해 5월의 수출입 호조는 일시적인 현상이며 기조적인 상승 전환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국내증시는 스페인 구제금융으로 인한 불확실성 해소와 중국의 경기부양 기대감 등에 힘입어 단기적으로 안도랠리가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 임 연구원은 "하지만 그리스 2차 총선 결과에 따라 디폴트 리스크가 또다시 증시를 혼란에 빠지게 할 수 있다"며 "신용평가사의 미국 대형은행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도 언급되는 등 증시의 불안요인들은 여전히 시장에 남아있으므로 신중한 대응이 요구된다"고 당부했다.
◆투자자들의 대응
주식시장에 대응하는 투자자들의 모습이 달라졌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지난 5월과 달리 유럽사태에 대한 투자자들의 동요가 잦아들고 있다는 것.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유럽사태가 다시 악화됐을 때에도 코스피가 20일선에서 강한 하방경직성을 보이며 1850선을 회복했고 코스닥은 지수가 플러스로 돌아서며 장을 마감했다"고 밝혔다.
또 국내증시의 변동성지표(VKOSPI) 역시 2007년 이후 평균 이하 수준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움직임을 유지하는 등 지난 5월에 비해 유럽사태에 대한 투자자들의 민감도나 동요가 잦아드는 모습이라고 박 연구원은 분석했다.
박 연구원은 "6월 들어 주식시장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이유 중 하나는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주요국들의 대응과 논의들이 꾸준하게 이어지면서 적어도 유럽 국가들이 도미노처럼 쓰러지는 극단적인 상황으로 발전하거나 글로벌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여전히 낙폭과대주에 주목할 시기
여전히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업종은 IT 및 자동차, 그리고 낙폭과대업종인 것으로 보인다.
박승진 삼성증권 연구원 "여전히 증시에 불확실성 요인들이 있으므로 과거 수차례 경험했던 것처럼 기대와 우려가 반복되며 주가의 출렁거림이 이어질 것"이라며 "그러나 이후에는 위기 반복에 따른 학습효과와 적절한 정책 대응을 통한 모멘텀들이 긍정적인 주가 흐름을 이끌 것"이라고 예상했다.
따라서 장기적인 시각에서는 실적에 대한 신뢰가 높은 IT, 자동차 업종을 중심으로 분할 매수에 나서는 전략이 유효하다는 게 박 연구원의 분석. 반면 그는 단기적으로는 낙폭과대 경기민감주를 중심으로 한 트레이딩 관점의 시장 대응이 수익률 제고에 유리할 것으로 분석했다.
아울러 장희종 대우증권 계량분석 연구원은 이익개정비율(실적전망치 상향 및 하향조정 비율, Earnings Revision)을 종목 선정의 기준으로 제시했다. 장 연구원은 "증시 급락 이후 양호한 성과를 보여준 낙폭과대주에 대해 성과 추이와 펀더멘털 지표를 점검해보면 과거 낙폭과대주의 전반적인 상승 시기와 연결 짓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낙폭과대주 중 이익개정비율 상위 종목의 경우 증시 급락과 이후 정체 시기에도 시장대비 상대적으로 긍정적 성과를 보였던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연구원이 꼽은 낙폭과대주 중 이익개정비율 상위 종목군은 대우조선해양, 현대미포조선, 네오위즈게임즈, 솔브레인, 실리콘웍스 등이다.
그는 "이 종목들은 방향성이 불분명한 증시 상황에서도 이미 급락해 하락 리스크가 제한적"이라며 "양호한 이익개정비율로 이익전망 개선이 기대되는 종목들이 시장대비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과를 낼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3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