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장기화되면서 국내 은행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유럽의 재정위기가 점차 확산될 경우 미국은 물론 아시아까지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은 글로벌 재정위기로 소비가 위축되고 경기가 침체로 이어진다면 중소기업과 개인의 대출상환능력이 떨어져 대출대란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미 가계대출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기업과 개인이 빚을 갚지 못하고 파산할 경우 모든 부실을 은행이 떠안을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외화차입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유럽 재정위기가 지속되고 그리스에 이어 이탈리아와 스페인까지 확대된다면 은행들이 보유한 외화 자금 고갈은 말 그대로 시간문제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와 은행장들(사진 뉴스1 이광호 기자)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박사는 "글로벌 악재가 지속되면 투자심리가 위축돼 소비가 줄어들어 중소기업이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며 "이렇게 된다면 결국 은행 빚을 진 중소기업과 개인들은 은행에 돈을 갚지 못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또 "외화차입도 사정은 마찬가지"라며 "유럽재정위기가 언제 다시 정상화될지 알 수 없는 만큼 다양한 시각으로 리스크를 견제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행히 아직까지 시중은행의 외화차입 문제는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 수출이 국내 성장을 부양하는 국내시장의 특성상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계속 제기되고 있지만, 은행들의 외화차입 고갈문제는 아직까지 시기상조라는 것. 전문가들 역시 유럽 재정위기 악재가 국내 은행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분석한다.
 
특히 일부 은행들은 오히려 유럽 재정위기 확대를 대비해 외화 자금을 더 끌어올리는 추세다. 외환은행은 최근 7억달러 규모의 5년 만기 글로벌본드를 발행했고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들도 앞장서서 사무라이본드와 딤섬본드 등 경쟁력 있는 자금조달시장 개척에 나설 계획이다. 일부 국제신용평가사들도 아직까지 국내 시중은행은 안전하다는 입장이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 6월13일 한국의 신용등급 상향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서정호 금융연구원 박사는 "유럽 재정위기가 아직까지 우리나라 은행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은행들의 외화 유동성에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태규 박사는 "유럽 리스크가 아직까지는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낮은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앞으로 유럽발 재정적자가 그리스에서 이탈리아, 스페인 등 선진국으로 확대될 경우 은행들이 어떻게 방어할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리스크로 떠오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앞으로다. 해외투자자들이 국내에 투자하는 자금은 대부분 단기성이다. 언제라도 위기가 생길 경우 우리나라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조치다. 따라서 국내 은행들은 경기침체와 외화차입 우려에 대해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서정호 박사는 "세계경제의 부진이 계속될 경우 신용위험 관리와 주식·채권시장 등의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며 "앞으로 시장 변동성과 해외투자자들이 국내 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다양한 분야에서의 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3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