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왜 교토에서는 게이샤가 아직도 번창하고 있는 것일까? 왜 게이샤가 되길 원하는 젊은 여성들이 교토로 몰려드는 것일까? '게이샤'라는 주제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은 저자의 질문은 바로 여기에서 시작된다. 그 질문과 답을 담은 책이 바로 <게이샤 경영학>이다.
교토에 위치한 게이샤 업소 ‘하나마치’의 역사는 자그마치 400여년에 달한다. 독일의 파버카스텔 사가 200년이 넘게 연필을 만들고 있고, 휘슬러 사 또한 150년이 넘게 냄비를 생산하는 것을 뛰어넘는 장구한 세월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각종 대체재가 넘쳐나고 저비용을 무기로 압박하는 경쟁자가 수도 없이 생겨나는 시대에 어떻게 게이샤와 같은 낡은 것이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아니, 단순히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동경과 호감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까?
우선 교토 하나마치는 자존심이 강하다. 이곳의 게이샤는 전통적인 화장법과 머리 장식을 고수하고 수백만 엔을 호가하는 의상으로 자신을 치장한다. 더욱이 이들은 처음 오는 고객을 받지 않는다. 만석이라거나 게이샤가 없다는 이유를 대며 돌려보내는 것이다. 검증되지 않은 고객은 상대하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결국 기존 고객의 소개가 없다면 교토의 하나마치는 들어가고 싶어도 못 들어간다. 바로 이런 전략이 게이샤에 대한 일반인의 동경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동시에 교토 하나마치는 시대적 변화를 인정한다. 오시자키(술자리)는 전통 방식을 고수하지만 그 외의 공간에서는 일반 고객에게 다가간다. 각종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고 오차야 바(게이샤가 시중을 드는 바)처럼 가벼운 접대 방식도 만들어 냈다. 전통의 옷을 입고 비즈니스를 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합숙과 엄격한 육성을 힘들어하는 신세대의 특성에 맞게 마이코(견습 게이샤) 육성 방식도 바꾸고 있다. 시대의 변화를 모른 척하지 않는다.
이와 같은 양수겸장 전략을 펼침으로써 교토 하나마치의 명성을 유지해올 수 있었다. 사라질 운명의 낡은 것이 명품이 되어 새 시대에 살아남는 법을 치열한 생존경쟁 속에서 터득한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교토 하나마치의 생존비결은 아마 정신과 전략의 최적 조합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전통과 문화를 이야기하면서 세상과 소통하는 문을 닫으면 도태되고 세상의 흐름에 따르기 위해 정신을 양보하면 격을 잃게 된다. 이 두가지 상반된 것을 조화시키기 위해 교토 하나마치 경영진이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이 이 책 구석구석에 담겨 있다.
자존심을 지키되 소외되지 않고 적응하지만 타협하지 않는 것. 너무 빨리 변하는 세상이지만 지켜야 할 것 또한 많은 우리들이 곱씹어볼 만한 대목이 적지 않다.
니시오 구미코 지음 / 페이퍼로드 펴냄 / 1만 3500원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3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