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중 상위등급을 받은 저신용자는 은행에서 연 10%대 후반의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서브프라임(비우량) 신용등급 평가시스템'을 개발해 이르면 오는 10월부터 시행키로 했다. 평가 대상은 기존 신용등급 7·8등급인 약 500만명이며, 연체이력과 대출 및 보증 규모, 신용거래 실적 등이 주요 평가지표로 적용된다.
가장 혜택을 받을 것으로 기대되는 등급은 세분화된 10개 등급 가운데 상위 1~3등급을 받는 사람들이다. 현행 7등급 이하는 급전이 필요할 때 저축은행이나 카드사 등 제2금융권을 이용해야 하는 형편이다.
◆저신용자 최대 8∼9%포인트 이자감면
금융당국은 현재 신용등급 7등급 이하 저신용자가 500만명을 훌쩍 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중 절반 가량인 250만명 가량이 제도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지 못해 연 20~30%대의 고금리를 부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은행 신용대출금리가 평균 연 6∼9%인 점을 감안하면 이자의 중간지대가 거의 없는 '금리양극화'가 심각한 셈이다.
금감원은 신용등급 안의 신용등급을 만들면 저신용자들도 10%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금리양극화를 줄일 수 있고 신규 대출상품 개발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는 것. 또한 이자를 감면하고 원금을 나눠 갚도록 하는 프리워크아웃(사전채무조정) 대상자 선정 등에도 활용할 수 있다.
만약 비우량 신용등급 평가시스템에서 1~3등급에 해당하면 대출금리가 최대 8~9%포인트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박용욱 금감원 특수은행검사국장은 "서브프라임 등급을 활용하면 정책적 금융지원이 필요한 서민인지 알 수 있고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문제도 줄일 수 있다"며 "금융회사의 건전성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물론 서브프라임 신용등급 안에도 최하위 등급은 존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금감원은 현재 수준에서 최고 대출금리가 더 오를 일은 없어 저신용자들이 사실상 적지 않은 혜택을 볼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가계대출 부담 완화… 저신용자 '호재'
이처럼 금융감독원이 비우량 신용등급 평가시스템을 내놓은 배경은 가계대출 규모가 예상보다 크게 올라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과 KCB 역시 저신용층의 가계부채 문제가 심화되기 시작한 지난해 11월부터 이 시스템의 개발을 준비해 왔다.
가뜩이나 유럽발 금융위기가 국내 금융시장을 강타하고 부동산시장이 침체되면서 불황을 겪는 마당에 가계대출 규모가 적정선 이상으로 올라가면 국내 경기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어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아파트 등 부동산 가격 하락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연내에 만기도래하는 은행빚이 100조원(제2금융권 제외)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306조여원(지난해 말 기준) 중 79조5000억원의 만기가 올해 돌아온다. 이 가운데 일시상환 대출은 59조9000억원, 거치기간이 끝나 원금상환이 시작되는 분할상환 대출은 19조6000억원 등이다. 여기에 신용대출액을 더하면 전체 가계 빚은 1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대출 상승 추이가 적정선을 넘어서면서 금융당국이 고육지책으로 저신용자들을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은 것 같다"면서 "저신용자들에게는 일단 대출금리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 PF 가동… 현실성은 '글쎄'
은행권은 일단 금융당국이 제시한 만큼 세부지침이 내려오면 새 시스템을 적용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우선 은행연합회 중심으로 '서브프라임(비우량) 신용등급 평가시스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가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새로운 지침이 내려오면 관련 내용을 살펴볼 예정"이라며 "상황에 따라 PF를 새로 가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은행연합회는 금융당국으로부터 지침을 받으면 사안에 따라 내부 전산시스템과 은행들이 실질적으로 새로운 지침을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 금융당국의 지침에 맞춰 시중은행들이 시스템을 변경하고 새 상품을 어떻게 개발해야 할지를 협의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과연 시중은행들이 적극적으로 저신용자들을 위한 상품을 내놓을지 여부다. 금융당국의 기대와는 달리 저신용자들의 상환능력이 뛰어나더라도 수익성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일부 부행장들과 상의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상 은행 내부에서 어떤 지침이나 사전조율을 한 것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새 상품도 오는 10월까지 개발해야 한다고 못을 박아 놓은 상태여서 애매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은행상품이 아이디어만 있다고 뚝딱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가계대출을 줄이려는 (금융당국의) 의도는 알겠지만 은행을 너무 압박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저신용자들을 위한 상품이 개발되면 당장 은행 수익성이 떨어지고 연체율도 올라갈 수 있어 어떻게 해야할지 우리도 고민된다. 가계대출이 크게 늘어나는 마당에 더 큰 리스크를 껴안으라는 의미와 같다"고 꼬집었다.
저축은행업계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저신용자들에게 당장 금리인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부동산시장이 폭락하고 마땅한 투자처도 없는 마당에 금리마저 내리기에는 여력이 안된다는 입장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의 대출금리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데 10%대로 대출금리를 낮추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아직 감독당국의 지침이 내려오지 않아 어떠한 답변도 해줄 수는 없지만 새 상품을 개발하는데는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3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