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이 바닥에서 스마트폰을 외면하면 버틸 수가 없죠."

이동통신업계에서 나온 말이 아니다. 국내 굴지의 게임개발사 관계자의 얘기다. 그는 "스마트폰이 게임산업의 풍속도를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2년 동안이 엔씨소프트 같은 온라인게임업체의 시대였다면 이젠 모바일게임업체의 시대가 됐다는 얘기다.

게임업계에서는 이제 일본 증시에 상장한 넥슨이나 엔씨소프트처럼 해외성공 가능성이 큰 온라인게임업체가 아니라면 모바일에 등 돌린 채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려워졌다는 말이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휴대폰이 더 이상 전화와 문자 등 전화기 고유의 기능에만 머물지 않게 되면서 생긴 변화다.

여론조사기관 마케팅인사이트가 지난달 초 14∼64세 스마트폰 사용자 8만896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스마트폰 이용시간 가운데 음성통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37%에 그쳤다. 대신 문자나 메신저가 21%, 웹검색과 애플리케이션 사용이 18%를 차지했고 동영상 감상·게임용으로 사용하는 시간은 24%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의 멀티기기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이런 추세는 더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출퇴근 지하철에서 휴대폰으로 전화나 문자를 하는 사람보다는 게임에 열중하는 사람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얘기다.

시류 변화에 민감한 증시에서는 이미 지각변동이 한창이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코스닥지수 500선 회복의 주역이 모바일게임주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사진_뉴스1 양동욱 기자

◆지각변동 한창…증권사 목표가도 줄상향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위메이드 주가는 지난해 7월부터 1년여 동안 250% 올랐다. 당시 1만5000원 수준이던 주가는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며 올해 5월 6만원대까지 올랐다.

위메이드는 온라인게임 개발·서비스업체로 시작했지만 일찌감치 모바일게임을 내놓으면서 관심을 받았다. 최근 국내 안드로이드마켓 총매출 기준 모바일게임 순위에서 3위에 오른 '바이킹아일랜드'가 주력이다. 5월 이후 잠시 약세를 보였던 주가가 이달 들어 반등하며 다시 6만원선에 바짝 다가선 것도 이런 영향이 크다.

최근까지 마켓 매출 상위권에 있던 '타이니팜' 개발사인 컴투스는 지난 4월부터 주가가 오르기 시작해 최근까지 200% 올랐다. 이달 들어서만도 주가상승률이 40%에 달한다. 경쟁사인 게임빌도 '2012 프로야구'의 인기몰이로 지난 5월부터 55% 올랐다.

증권사에서도 목표주가 상향이 잇따르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대우(5만5000원→6만원)·현대(5만원→6만3000원)·대신(5만6000원→6만5000원)·동양(3만원→5만5000원)·교보(3만5000원→6만8000원)·LIG투자증권(5만원→5만5000원) 등 10개 증권사가 컴투스 목표주가를 올렸다. KTB(6만5000원→7만원)는 보름여 만에 두차례나 목표주가를 조정했다.

반면 대표적인 PC용 온라인게임주인 엔씨소프트는 올해 들어 주가가 20% 가까이 밀렸다. 2분기 영업손실은 76억원, 당기순손실도 73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했다. 매출액 역시 1468억원으로 11.99%나 줄었다. 구조조정에 따른 희망퇴직 위로금 지급 영향이 크지만 증권가의 시선은 예전 같지 않다.

지난해 기준 국내 게임업계 매출 2위인 네오위즈게임즈 역시 슬럼프의 늪에 빠져 있다. 지난해 말 7만원대를 기록했던 주가는 현재 2만원대까지 떨어진 상태다.
 


◆고마워 카톡…지원군 잇단 등장

모바일게임주의 급등 배경은 폭발적인 실적 증가세다. 컴투스의 경우 2분기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7.9% 늘었다. 영업이익은 905.0% 늘어난 68억원을 기록했다. 게임빌 역시 2분기 영업이익이 6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7.4% 늘었다. 매출액과 순이익은 각각 152억원, 59억원으로 55.3%, 56.1% 증가했다.

이달 들어서는 모바일메신저 '카카오톡' 효과가 추가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카카오톡이 지난달 30일부터 모바일게임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강력한 마케팅 효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국내 모바일게임시장을 보면 연간 신규게임이 1000개 이상 출시되고 있어 후발주자가 시장에 진입하기 쉽지 않았다"며 "그런데 카카오톡이 모바일게임을 서비스하면서 후발 신규게임이 시장에 진입하고 성공하기가 훨씬 용이해졌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퍼즐게임 '애니팡'이다. '애니팡'은 카카오톡을 통해 서비스되면서 23일 만에 매출 1위 게임으로 올라섰다. 게임업계에서는 수개월 동안 1위 자리를 고수하던 JCE의 '룰더스카이'를 2위로 밀어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그만큼 카카오톡 효과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위메이드의 '바이킹아일랜드'도 카카오톡 서비스에 힘입어 최근 20위권에서 3위로 올라섰다.

카카오톡 효과가 불붙으면서 바른손게임즈의 경우 카카오톡과 게임 출시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만으로 지난 21일부터 사흘 만에 33.0% 급등하기도 했다.
 
◆시장 모멘텀보다는 실적 확인하면서 가야


모바일게임시장이 이제 막 태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성장의 수혜는 당분간 지속되겠지만 과실을 따먹을 수 있는 업체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적잖다. '되는' 시장일수록 경쟁업체가 몰릴 수밖에 없는 데다 다른 산업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프로그램 개발 장벽이 높지 않다는 점에서다.

김석민 현대증권 연구원은 "경쟁심화, 연구·개발에 따른 인력 충원과 수익 배분 조정 등으로 게임빌 등 현재 선두권에 있는 일부 업체에서도 추가적인 마진 개선이 어려운 경우가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연구원은 "솔직히 실적보다는 시장성장 기대감으로 주가가 과열된 측면이 있다"며 "이런 기대감을 충족할 만한 자체 개발 역량 강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지원군'으로 등장한 카카오톡 효과가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 회의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NHN, 다음 등 인터넷포털 성장사를 돌아볼 때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평가까지 내놓고 있다. 모바일게임업체가 카카오톡 등을 통해 마케팅에 나설 경우 수수료가 이중으로 지급되면서 수익성에 타격이 적잖아지기 때문이다.

현재 모바일게임업체는 매출의 30%를 애플 등 앱스토어에 수수료를 지불하고 있는데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서비스할 경우 다시 수수료를 내야 한다. 관련업계에서는 이럴 경우 매출이익률이 70%에서 49%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메신저 효과가 초창기이기 때문에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을 뿐이라는 평가절하도 나온다. 중장기적으로 메신저업체에서 많은 모바일게임을 무분별하게 유통할 경우 메신저 내에서의 모바일게임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마케팅 효과가 급감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우철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렇게 되면 모바일 게임업체 입장에서는 오히려 중간 유통과정만 한단계 더 증가한 꼴이 된다"며 "장기적으로 모바일 게임업체의 수익성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여지가 적잖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4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