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 사이에서는 김반장으로 통하는 김동현씨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평범한 소시민인 그는 집을 만들 수도 살 수도 없어서 손수 전셋집을 꾸몄다. 일꾼 한명 고용하지 않고 벽 페인트칠부터 부엌 타일 시공까지, 온집안에 그의 손을 타지 않은 게 없다.
결혼 4년차로 두 번 이사하면서 터득한 집 꾸미기 노하우를 오롯이 책에 실었다. 이름하여 <전셋집 인테리어>. 집 꾸미기는 '내 집 장만을 한 후' '돈을 조금 더 모은 후'라고 마음먹는 사람들이 뜨끔할 소리다.
"인테리어 업자를 고용하기엔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그렇다고 그냥 살자니 성에 차지 않았죠. 그래서 제가 팔을 걷어붙이게 됐습니다."
집을 꾸미는 과정에서 리폼과 가구제작은 필수였다. 좁은 전셋집에 맞추려다 보니 기존 가구는 사이즈가 맞지 않거나 작은 집과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좁은 전셋집에 꼭 맞는 크기와 디자인의 가구를 구하긴 쉽지 않았죠. 그래서 가구를 직접 만들고 리폼을 시작하게 됐어요."
리폼과 가구제작의 노하우는 그가 운영 중인 '김반장의 이중생활'이라는 블로그에 고스란히 실렸다. 그렇게 하나 둘 시작한 것이 어느덧 고수가 됐다. '이걸 어떻게 이렇게 만들었을까' 싶을 정도로 주옥같은 리폼이 그의 블로그를 장식하고 있다. 김반장은 대학에서 건축공학과를 전공했지만 그 전공 역시 인테리어나 가구제작, 리폼과는 거리가 멀다.
"처음에는 그저 인터넷을 통해 본 지식으로 무모하게 시작했어요. 인터넷으로 목재나 철물을 구입하고 '한번 해보자'하고 시작했던 거예요. 물론 저도 확신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고 아내도 '그냥 사지 그러느냐'며 만류했었죠."
김반장이 처음 만든 건 좁은 집에서 이동이 가능한 TV장이었다. 가구점에서 본 TV장은 너무 비싸 살 엄두가 나지 않았다. 고민 끝에 직접 만들어 보기로 하고 인터넷으로 목재를 주문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목재를 다듬고 붙이는 수고가 있었지만 목재가격으로 흔하지 않은 디자인의 TV장을 얻었다. 그렇게 시작한 가구제작은 간단한 리폼부터 침대 제작까지 다양하게 발전했다.
김반장이 제일 잘하는 것은 리폼이고 제일 못하는 것은 가구 버리기다. 가구를 사기 전 다시 한 번 쓸 만한 용도가 있을지 따져본다. 김반장의 블로그에도 평범한 가구의 변천사가 잘 드러나 있다. 어느 집에나 있을 법한 긴 책장이 달린 책상을 분해해 딸린 서랍장의 상판을 교체하고 손잡이를 바꿔 달아 거실용 서랍장으로 탈바꿈시켰다. 책장은 톱질로 크기를 줄이고 색을 칠해 세련미를 더했다.
"가구를 새로 사야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게 됐죠. 조금의 리폼과정만 거치면 흔하고 별 특색 없던 가구도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가구로 재탄생할 수 있어요. 새 가구를 사기 위해 거금을 쓰지 않아도 되고 일석이조죠."
김반장에게 리폼은 돈을 아끼는 것을 넘어 돈을 버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빈티지가구가 그 희소성을 인정받으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김반장에게는 버려진 가구를 리폼해서 빈티지가구로 재창조하는 것이 몇십만원, 몇백만원을 버는 것과 같은 가치다.
"예전에 길에 버려진 정말 맘에 드는 장롱을 봤는데 집에 가져오기 너무 커서 두고 왔어요. 머릿속으로만 어떻게 리폼할까 생각했는데 한 빈티지 가구점에서 제가 머릿속으로 리폼한 가구가 실제로 있는 거예요. 프랑스에서 건너왔다는 이유로 몇백만원을 호가했죠. 그때 버려진 가구를 주워서 리폼했으면 하는 생각에 아직도 아쉽습니다."
◆ 김반장의 리폼 따라하기
김반장의 포스팅을 보면 '나도 해볼까'라는 생각이 불쑥 들지만 마땅한 공구가 없어 주저하는 사람이 많다. 그는 공구는 부수적인 문제라고 말한다.
"언제까지나 공구 탓만 할 순 없잖아요. 공구가 있으면 작업이 편하고 수월하지만 없더라도 상관없어요. 손으로 사포질 하고 톱으로 잘라내면 그뿐이니까요."
그래도 공구가 필요하다면 유선전동공구부터 사라고 조언한다. 어느 집이건 나사를 조이고 못질을 할 때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 다음엔 무선 전동공구를 사서 나사조이는 데 쓰라고 말한다. 이후 나무를 자르는 직소기나 사포질을 대신하는 샌딩기가 있으면 작업시간은 크게 단축된다.
김반장은 공구가 없더라도, 할 장소가 마땅치 않더라도 리폼을 포기하지 않았다. 창고처럼 쓰는 작은 방에 나무와 페인트를 쌓아놓거나 배란다에 나와서 작업하기도 한다.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면 비상계단이나 주차장을 이용하기도 했다. 리폼할 공간은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가구를 부수고 붙이는 작업은 먼지도 많이 날려 아무래도 어려운 게 사실. 김반장은 보다 쉽고 간단하게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했다. 바로 페인팅이다.
"페인팅이나 래커칠은 모든 리폼의 기본이죠. 단돈 몇 천원으로 금세 분위기를 바꿔 애용하는 편이에요."
김반장은 리폼작업을 할 때의 마음가짐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리폼 잘하는 법은 과정을 즐기는 것이다.
"잘 만든 결과에만 집착한다면 길고 고된 작업이 그저 힘들기만 할거에요. 저도 뚝딱뚝딱 쉽게 만드는 게 아니라 길고 힘든 인고의 과정을 참아내죠. 과정 자체에 의미를 두면 작업은 훨씬 수월해질 겁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5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