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X 레이싱은 일반 자전거보다 작은 바퀴(20인치)로 특수제작된 소형 자전거로 언덕과 급커브가 있는 인공 장애물 코스(300~400m)를 최대 시속 60~70㎞로 달리는 '익스트림 스포츠'다. 레이싱과 프리스타일 부문이 있는데 레이싱만 먼저 올림픽 정식종목이 됐다.
그런데 대부분의 우리 국민들은 모르거나, 무관심하다. 'BMX 불모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응원과 국가적 지원이 미약하다보다 실력이 세계 수준에 못 미치고 또다시 관심이 줄어든다. 악순환이다.
이런 현실을 안타깝게 여기고 'BMX 부흥'에 나선 기업인이 있다. 자전거나 스포츠 용품 업계 인사가 아닌 제과전문그룹 크라운해태제과의 윤영달 회장(사진)이다. 그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수억원을 들여 아시아 최대규모 국제대회를 여는 등 지원에 앞장서고 있다. 올해에는 아예 한국BMX연맹 창립까지 주도했다.
그가 BMX 사랑에 빠진 배경은 이렇다. "2009년에 해외출장을 가던 중 우연히 BMX 레이싱 동영상을 봤다가 그 자리에서 마니아가 됐습니다. 일상의 무료함을 깰 수 있는 박진감 넘치는 스포츠인데 의외로 우리나라에선 소외돼 있어 놀랐죠."
토요일인 지난 6일 오후 편한 청바지 차림의 윤 회장이 부인인 육명희 여사와 손자를 양손에 꼭 잡고 한강 광나루 자전거공원에 모습을 드러냈다.
올해로 3번째를 맞는 '크라운해태 서울 국제 BMX대회'가 열리는 날이었다. 그는 때때로 소형 캠코더에 경기 장면을 담기도 했다. 평소에도 가족과 함께 진정으로 BMX를 즐기는 분위기였다.
전 세계 12개국에서 온 50여명의 선수들은 청명한 가을 날씨 아래 울퉁불퉁한 코스를 따라 역동적인 레이싱 경기를 펼쳤다. 이날 대회에선 올림픽 2연패 주인공인 'BMX 황제' 마리스 스트롬버그스(라트비아)가 메달권 밖으로 밀려나는 이변이 발생했다. 대신 세계랭킹 12위인 미국의 니콜라스 롱이 남자부문 우승을 차지했다. 축구에서 '공은 둥글다'는 말이 있듯, '바퀴는 둥글다'는 점도 BMX 레이싱 관전의 묘미다.
애석하게도 우리나라 대표선수들은 모두 예선에서 탈락하는 쓴맛을 봤다. 그렇지만 지켜본 윤 회장은 낙담하지 않았다. "점점 희망이 보입니다. 이번 대회에서 또다시 느꼈구요. 물론 서운한 점도 없지 않지만 시작 단계이니 차차 성과가 날 거에요. 꿈나무들인 유소년단도 잘 크고 있구요. 인구 250만 명의 라트비아가 'BMX 최강국'인 점을 볼 때 우리도 한번 해볼 만합니다."
지난 두번의 올림픽에서 우리나라는 BMX 국가대표를 내지 못했다. 윤 회장은 빠르면 2016년 브라질 올림픽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BMX연맹을 창립하며 2020년 올림픽 금메달 획득이라는 목표도 세웠다. 특히 브라질 올림픽에선 BMX 프리스타일 묘기까지 시범종목으로 채택될 전망이어서 자극을 주고 있다.
경기 중간 휴식시간에는 락음국악단의 축하공연이 열렸다. 익스트림 스포츠와 국악의 만남. 왠지 어색한 조합으로 느껴지지만 서로 닮은 점이 있다. 바로 외부의 관심이 부족한 문화·예술 분야라는 점에서다. 소외된 문화예술 일수록 더 많은 애정을 가져야 한다는 게 윤 회장 지론이 담긴 행사다.
매년 국내 기업 유일의 국악공연 창신제(創新祭)를 열어 국악계를 지원하고, 인형공모전 등 미술대회를 통해 젊은 예술가들을 발굴하며, 서울에서 세계 여자 비치발리볼 대회를 여는 것도 같은 연장선에 있다.
그는 BMX 활성화 프로젝트의 야심작으로 경기 양주에 BMX 전용 경기장을 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재 국내에 마땅한 전용 경기장이 없고, 이번 대회가 열린 광나루 자전거공원도 사실상 국제 수준에 비해 떨어지는 편이다.
"양주 경기장이 완성되면 BMX 저변 확대에도 많은 기여를 할 겁니다. BMX 종목에서 우리가 금메달을 따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행사말미에 기자에게 던진 윤회장의 각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