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채권운용사 핌코의 최고투자책임자 빌 그로스는 "주식투자의 시대는 갔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신앙과 같았던 '부동산 불패론'도 무참하게 무너져버렸다.
투자 의욕이 절로 꺾이는 시대다. 시중의 갈 곳 잃은 돈들은 안전자산으로 대거 숨어들고 있다. 그러나 시절이 하수상하다고 안전자산에만 눈길을 준다면 만족할 만한 수익은 기대하기 어렵다.
자신 있게 권할 만한 유망 투자대상을 찾기 어려운 시대, PB 100인에게 '5년 뒤 가장 웃을 수 있는 금융상품'에 대해 물었다. 과연 어떤 금융상품이 투자자들에게 값진 수확을 안겨줄 수 있을까. PB들은 대체로 투자기간이 5년의 중기라면 '국내펀드'를 추천했고, 1년 이하의 단기라면 'ELF(주가연계펀드)·ELD(주가연계예금)·ELS(주가연계증권)' 등 주가연계 상품이 유망하다고 꼽았다.
◆ 5년 투자, 최고 유망 대상은 국내펀드
'5년 뒤 가장 웃을 수 있는 재테크 상품'을 묻는 질문(일부 복수응답 포함)에 36명이 '국내 펀드'라고 답했고, 22명이 '주식'을 꼽았다. 복수응답을 감안해 응답비율을 환산해보면 국내펀드가 약 35%, 주식이 약 21%로 전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향후 5년간 재테크 유망투자 대상으로 직·간접 주식투자를 권한 셈이다.
펀드와 주식에 이어 'ELF·ELD·ELS'와 '금 등 실물자산'이 각각 16명, 12명으로 3, 4위에 올랐다. 반면 5년간 투자할 유망 금융상품으로 안전자산의 대명사인 정기예금을 꼽은 PB는 단 한명도 없었고, 채권투자를 권한 PB도 9명에 그쳤다.
PB들이 5년 중기 유망 투자대상으로 직·간접 주식투자를 가장 많이 꼽은 이유는 경제 성장의 수혜를 가장 많이 받을 수 있는 자산이기 때문이다.
김봉진 메리츠종금증권 대리는 "적립식펀드는 다른 상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작으면서 고수익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 조태희 우리은행 아시아선수촌지점 PB팀장 또한 "투자기간 5년의 시간을 감안하면 펀드가 유리하다"고 꼽았다.
주식시장에 대한 정보와 경험이 있을 경우 직접 투자도 권유했다. 김경미 현대증권 PB는 "저평가된 중소형주가 많은 시기로 주식투자가 가장 유망하다"고 분석했다.
국내펀드나 직접 투자에 이어 금 등 실물투자가 추천받은 이유는 인플레이션 대비 차원이 크다. 이수연 우리투자증권 강남센터 과장은 "인플레이션의 가능성이 높은 상황인데다 실물투자는 안전자산과 위험자산 성격을 모두 가지고 있어 꾸준히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실물투자를 권했다.
고선규 농협 울산PB센터 팀장 역시 "무위험 자산의 경우 수익률 저하가 예상되고 경제위기 극복과정 동안 나타날 인플레이션 헤지 및 경제성장 과정에 동반되는 원자재 가격 상승이 예상되므로 금 등 실물투자가 유망하다"고 추천했다.
소수이지만, 해외펀드를 유망 투자대상으로 꼽은 경우도 있다. 김화정 미래에셋생명 마포은퇴설계센터 차장은 "현재는 글로벌 경기의 동조현상으로 인해 실질적인 이머징시장 동력에 제한을 받고 있는 부분을 감안하면 (경기 회복 뒤에는) 본격적인 시장 성장분이 해외펀드의 수익에 반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1년 투자, ELF·ELD·ELS가 적당
'앞으로 1년간 가장 유망한 재테크 상품'을 묻는 질문(일부 복수응답)에 대해서는 'ELF·ELD·ELS' 등 주가연계상품이 첫손에 꼽혔다. 34명의 PB가 유망상품으로 주가연계상품을 꼽았고, 이어 '주식'이 23명의 추천을 받아 2위에 올랐다. 다음으로는 채권(12명), 국내펀드(11명), 금 등 실물자산(10명)이 고른 답변을 받았다.
주가연계상품이 이처럼 1년 재테크 상품으로 가장 주목받는 것은 글로벌 위기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단기변동성에 대비할 수 있다는 장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송승용 하나은행 압구정골드클럽 PB팀장은 "글로벌 위기가 아직은 봉합수준이어서 1년 안에 본격적인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이고, 안전자산인 정기예금이나 채권투자는 금리가 너무 낮다는 것이 단점"이라며 "때문에 일정수준 하락을 해도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ELS 등이 유망한 재테크 항목이라고 생각된다"고 답했다.
금 등 실물자산도 이러한 변동성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대표적인 금융상품으로 꼽힌다. 유상훈 신한은행 역삼PB센터 PB팀장은 "앞으로 1년간은 달러 약세 수혜종목이 가장 큰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에 실물자산에 투자를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며 "다만 밸류에이션 등의 가격 매력도와 수급 현황을 파악하면서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남용 삼성증권 투자정보팀 연구위원은 "시장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하락의 일정부분을 헤지하는 파생상품이 인기 투자대상"이라고 답했다.
여전히 불투명성이 우려되는 현 경제상황에서 안정적인 투자가 각광을 받을 것이라는 조언도 나온다. 김진호 미래에셋증권 상품기획팀 과장은 "글로벌 재정위기 해소 전까지 안정형 상품에 대한 초과수요가 예상된다"며 채권투자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다.
◆ 황금 포트폴리오 공식은 '균형'
자산관리 전문가들은 위험을 관리하면서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자산배분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합리적인 포트폴리오가 투자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5년 후를 내다봤을 때 투자상품과 저축상품의 안배는 어떻게 해야 할까. 투자성향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100인의 PB 중 절반(49명)은 포트폴리오의 균형을 강조했다. 지나치게 수익 추구에 쏠려서도, 위험을 피한다고 안전자산에만 묻어서도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영훈 하나은행 영업1부 골드클럽 PB부장은 "저금리로 인해 저축상품이 매력을 잃은 지 오래이며 자산가격의 변동성도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분산투자가 현명하다"며 "특히 저축상품은 중장기 금리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사용 가능성이 있는 자금은 저축상품으로, 노후자금이나 교육비 등 장기목돈 마련을 위한 투자는 투자상품으로 배분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이명헌 한화생명 FA추진팀 매니저는 "자산 배분을 고려하는 투자자라면 투자상품과 저축상품의 균형을 고려할 것"이라며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해야 자산 손실을 방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적극적인 성향이라면 투자상품에 조금 더 무게를 실어도 좋다는 의견도 많았다. PB 44명의 지지를 받았다. 조한조 IBK기업은행 WM사업부 차장은 "투자형 자산들의 저평가 국면과 안전자산의 고평가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며 "5년 이상 장기투자를 고려한다면 지금은 투자형상품의 비중을 늘려야할 때"라고 조언했다.
◆ 노후대비 최적상품, 연금보험
노후대비에 있어 최고의 금융상품은 역시 연금으로 나타났다. '노후대비를 위한 가장 적합한 상품'을 묻는 질문에서는 연금보험이 압도적으로 많은 추천을 받았다. 69명의 PB들이 연금보험을 선택했다. 펀드(10명)나 주식(7명), 수익형 부동산(6명), 예금(3명) 등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김현규 하나은행 강남PB센터 PB팀장은 "연금은 장기 안정적으로 유지가 가능하며 금액이 클수록 절세 효과가 뛰어나다"고 추천 사유를 밝혔다.
변승환 삼성생명 FP센터 과장은 "연금 본연의 목적인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소득원 마련의 특성이 노후대비에 가장 적절하게 부합한다"고 권했다. 강신해 미래에셋생명 역삼은퇴설계센터 대리도 "투자형 변액연금을 통해 세금 없이 안정적인 노후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천이유를 밝혔다.
반면 노후자산을 공격적으로 불려나가려는 투자자에게는 펀드나 주식 등도 추천됐다. 외환은행 PB본부 김춘수 프로덕트 매니저는 "펀드는 다양한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초과수익을 추구하는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매월 일정한 현금 흐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투자도 추천된다. 강병인 신한금융투자 안동PB센터 PB는 "노후에는 매달 일정액을 받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며 "수익형 부동산은 현금 창출 및 유동성을 갖고 있어 노후의 일정한 수익 마련에 적합하다"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5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