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내 가족이 살고 있는 집의 가치는 주택가격을 보고 판단하기보다는 다른 가정을 참고로 하면서 상대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
 
비유를 하자면 가정의 연소득이 수억원 이상 되는 사람이 벤츠처럼 비싼 외제차를 소유하고 운전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보이더라도 연소득이 대한민국 근로자의 연평균 소득보다 훨씬 작은 사람이 그렇게 한다면 부적절하게 보인다.
 
주택의 적정가격이 얼마인지를 평가하기 위해 비교하는 지표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것이 연가구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인 PIR(Price to Income Ratio)이다.
 
PIR을 사용하는 것은 주택의 경우 주식이나 채권 등의 유가증권처럼 장부상 보유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직접 사용하면서 거주하기 때문이다. PIR은 매년 버는 돈을 전혀 쓰지 않고 모두 모아서 집을 마련하려면 몇 년 걸리는지를 나타내주기도 한다. 다만 이 수치는 모으는 돈에 붙는 이자와 소득증가율 및 물가상승률 등은 고려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한다.
 
투자 측면에서는 모든 다른 조건들이 동일할 때 PIR이 높을수록 고평가이고 PIR이 낮을수록 저평가라 할 수 있으며, 주택을 매수할지 매도할지를 판단할 때에도 참고가 된다.
 

 
◆PIR만으로 주택가격 판단은 무리
 
'주택시장 장기침체 가능성 진단' 세미나(KB금융연구소 주최, 2012년 9월20일)에서 발표된 2010년 말 기준 세계 국가·도시의 PIR을 조사한 결과(이창무 한양대 교수)를 보면 한국 주택의 PIR은 4.4로 미국(3.5)과 캐나다(3.4)보다 높고 영국(5.2)과 호주(6.1)보다 낮다. 이 자료에서 PIR은 중간값인 중위 주택가격을 중위 소득으로 나눈 값을 취합했다. 수치만 본다면 한국의 주택가격은 미국보다 고평가이지만 영국이나 호주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라고 할 수 있다.
 
주요도시를 보면 서울의 주택 PIR은 7.7로 미국의 뉴욕(6.1), 샌프란시스코(7.2), 로스앤젤레스(5.9), 캐나다의 토론토(5.1), 영국의 런던(7.2)보다 높고 호주의 시드니(9.6), 멜버른(9.0), 캐나다의 밴쿠버(9.5), 홍콩(11.4)보다 낮다.
 
여기서 다른 국가 및 다른 도시와 PIR 수치만을 보고 상대적으로 고평가, 저평가 여부를 판단하기는 곤란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한국 주택이 미국 및 캐나다의 주택보다 PIR이 높지만 미국과 캐나다의 인구밀도가 한국보다 낮고 도시에서 주택지역이 더 넓게 퍼져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단순히 PIR로 판단하기는 무리다.
 
예컨대 같은 한국 안에서도 사람이 많이 몰려 사는 곳의 주택가격이 사람이 적게 사는 곳의 주택가격보다 높다고 상대적인 고평가라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직장까지 출퇴근시간이 30분 이내인 지역과 1시간30분이 걸리는 지역의 주택가격을 똑같은 잣대로 비교할 수 없다.
 
사람들이 거주하고 싶어하는 지역의 주택가격이 외진 시골보다 몇배 더 높아도 누구나 당연하다고 여긴다. 국가 전체적으로 비교해보면 캐나다보다 한국 주택의 PIR이 높지만 도시로 국한하면 서울에 비해 밴쿠버의 PIR이 훨씬 더 높다.
 
이는 서울에 비해 토론토 주택의 PIR이 더 낮은 것과 대비된다. 같은 캐나다 안에서도 서부의 태평양 연안에 위치한 서안해양성 기후로 날씨가 좋은 밴쿠버가 대륙성 기후에 가까워 겨울에 춥고 여름과 기온차가 큰 동부지역 토론토보다 사람들이 더 선호하는 편이다.
 
이 자료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똑같은 도시 안에서도 세부지역에 따라 주택가격이 크게 달라 PIR도 상당히 차이가 난다. 대도시 런던에서 직장이 밀집한 시내 가까운 지역은 가격이 매우 높고 집 구하기도 힘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홍콩이 서울보다 PIR이 훨씬 높은 11.4에 달하는 것도 지역의 세부적인 상황이 PIR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나타내준다. 따라서 적정 PIR이 얼마이며 PIR이 일률적으로 어떤 수치를 넘으면 고평가, 어떤 수치 이하면 저평가라고 제시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서울에서도 높은 언덕 위에 좁은 골목이 있는 동네라면 PIR이 매우 낮아 PIR상으로는 상당히 저평가 상태다. 그러나 그런 동네의 PIR이 낮다고 사람들이 투자하고 싶어하거나 들어가서 직접 거주하고 싶어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동네라도 재개발이 계획돼 미래가치가 현재보다 높아질 전망이 대두되면 주거환경이 아직은 변함이 없어도 미리 가격이 올라가서 PIR이 높아지기도 한다.

◆설정기준에 따라 PIR 2배 이상 차이
 
PIR은 개념상으로는 정의돼 있어도 주택의 종류와 조건이 다양하며, PIR 계산 시 주택가격과 비교하는 소득에서도 기준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유일한 값으로 PIR이 얻어지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있다.
 
어떤 주택가격을 사용하고 어떤 소득을 기준으로 하느냐에 따라 PIR은 고무줄처럼 늘어나고 줄어든다. 설정하는 기준에 따라 PIR 수치가 2배 이상 달라지기도 한다. 예건대 아파트만을 기준으로 하느냐, 빌라를 비롯한 모든 주택을 포함해 기준으로 설정하느냐, 임의로 선정한 표준주택을 취하느냐(예를 들어 전용면적 25평의 아파트), 주택가격의 평균값·중앙값 중 어떤 값을 사용하느냐, 소득은 명목소득·가처분소득 등에서 어떤 것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PIR이 달라진다.
 
한국주택의 PIR 계산은 사람들의 주거선호도가 높은 주택인 아파트만을 대상으로 하고, 선진국의 경우 모든 주택을 대상으로 한 결과를 비교해 저평가나 고평가를 논하는 자료들도 있다. 아파트 선호도가 한국보다 낮은 국가들도 많다. 한국에도 아파트만 있지 않고 연립주택, 다세대주택, 단독주택 등이 아직 많다.
 
오피스텔 중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건물도 많으며 오피스텔은 평당 가격이 아파트보다 훨씬 낮다. 연립주택(빌라) 가격은 평균적으로 아파트가격의 절반도 안된다. 주택 중에서 가격이 싼 빌라는 제외하고 가격이 비싼 아파트만을 대상으로 구한 PIR을, 외국 도시에서 모든 주택을 대상으로 구한 PIR 수치와 비교한다면 올바른 비교가 될 수 없다.
 
또한 같은 아파트라도 품질을 봐야 한다. 도쿄의 아파트는 평균적으로 서울의 아파트보다 좁다. 한국의 아파트는 활용도가 높은 발코니가 앞뒤로 넓게 있다. 또한 세대수가 매우 많아서 주거의 편리성과 쾌적함이 높다. 조경을 잘 해놓고 평당 에너지사용 비용 및 관리비가 적게 나가는 대단지의 아파트를 그렇지 않은 아파트와 비교할 때 가격만을 기준으로 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이러한 여러 모호한 점들을 고려한다면 소득 대비한 주택가격의 비율인 외형적인 PIR만 보고 상대적으로 고평가인지 저평가인지 판단하는 것은 무리임을 알 수 있다. 주택 구입에 대한 의사결정은 자신의 상황, 경제력, 성향 등에 맞춰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사람마다 직장이 어디인지, 가족상황은 어떤지, 주택에 대한 취향은 어떤지, 인생에서 어떤 부분에 가중치를 더 높게 두는지 등이 각자 다르다. 연봉이 1억원에 달하면서도 10년 넘은 중소형급 자동차를 모는 사람도 있고 연봉이 그보다 낮으면서도 훨씬 비싼 자동차를 몇년마다 바꾸는 사람도 있다.
 
자동차는 깨끗하고 잘 굴러가기만 하면 된다는 사고방식이면서 가족의 주거공간은 가급적 좋은 환경으로 유지하려는 사람도 있고, 집은 먹고 잠자는 공간으로만 의미를 두고 자동차는 가급적 고급자동차를 몰면서 만족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시내의 집값이 비싸도 그 대신에 평수를 줄여 직장 근처 아파트에 살면서 출퇴근 시간을 아끼려는 사람도 있고, 직장에서 멀더라도 대단지의 넓은 평수에서 살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다.

서울 아파트 시가총액은 700조원으로서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약 3.5배 수준이다. 송파구와 강남구는 아파트 시가총액이 각각 40조원대로 현대차 시가총액보다는 적고 포스코 보다 많다. 잠실동의 아파트 시가총액은 26조원대로 충청북도 전체의 아파트 시가총액과 맞먹으며, 이는 기아차 시가총액 수준이다. 삼성전자, 현대차, 포스코, 기아차 등의 주식은 누가 사고 팔든지 완벽히 똑같은 실물을 매매한다. 따라서 주식의 가치평가지표인 PER(주가수익비율), PBR(주가순자산비율) 등에 기초하는 판단이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된다.
 
하지만 PIR 계산에 들어가는 주택에서는 품질과 조건이 크게 다른 물건들이 함께 포함돼 있다. 주택을 아파트로 국한하더라도 고급아파트, 서민형 아파트, 대형 평형, 소형 평형, 대단지아파트, 나홀로 아파트, 오래된 아파트, 신형아파트, 역세권 아파트, 지하철역이 먼 아파트 등이 섞여 있다.
 
따라서 주식에서 사용하는 PER, PBR 등에 비해 주택에서 사용하는 PIR은 평가에 일관성을 가지기 힘들다. 자신이 주거하는 주택의 가격이 소득 대비 적정한지 여부는 차라리 소득이 비슷한 다른 사람들과의 상대적인 비교를 통해 보는 것이 나을 수 있다. 특정국가, 특정도시에서 소득이 비슷한 수준의 사람들이 주거하는 주택의 PIR끼리 비교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이는 주식에서 서로 다른 성격의 주식을 일률적인 PER로 비교하는 것보다는 비슷한 성격의 주식들의 PER과 상대적인 비교를 통해 고평가, 저평가 여부를 판단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PER이 높게 형성되는 집단의 주식들도 있고, PER이 낮게 형성되는 집단의 주식들도 있기 때문이다. 주택에서는 특정국가, 특정도시에서 소득이 비슷한 수준의 사람들이 주거하는 주택의 PIR끼리 비교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개인의 행동양식에 따라 고·저평가 결정돼
 
KB부동산 통계에 의하면 2012년 6월 기준 전국에서 중간 정도의 주택가격은 2억1970만원이고 2012년 2분기 기준 중간소득가구 연소득은 4313만원으로 이 두 수치를 기준으로 할 때의 PIR은 5.1배로 조사됐다.
 
서울에서는 중간 정도의 주택가격이 4억4502만원이고 중간소득가구 연소득은 4367만원으로 10.2배로 산출됐다. KB부동산 통계의 표본주택 중 아파트 비율은 전국에서 82%, 서울에서 81%로, 실제 모든 주택 중 아파트비율이 전국에서 59%, 서울에서 59%인 것에 비해 훨씬 높게 잡혀있다.
 
따라서 모든 주택을 대상으로 한다면 PIR이 좀 더 낮아질 것이다. 다만 일정한 표본주택을 대상으로 조사한 범위 내에서 소득 수준과 지역에 따른 상대적인 비교는 가능하며, 시간에 따른 변화의 추이도 살펴볼 수 있다.
위의 <표>에서 보듯이 전국에서 가구 연소득이 1분위인 사람이 평균주택가격이 1분위에 속하는 주택에 거주하는 경우 PIR이 6.4로 산출되고, 가구 연소득이 2분위인 사람이 평균주택가격이 2분위에 속하는 주택에 거주할 경우 PIR은 5.0으로 산출된다.
 
대략적으로 소득구간이 높아짐에 따라 이들이 거주하는 평균주택가격도 높아지면서 소득구간에 따라 큰 차이 없이 PIR은 비슷하게 나타난다. 연소득이 5분위인 가구의 평균주택가격도 5분위에서는 PIR이 6.1배 수준이 된다. 오히려 연소득 1분위인 가구가 소득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좀 더 높은 가격의 주택에 거주하는 셈이다.
 
소득구간과 주택가격 구간이 일치할 때에는 PIR이 비슷하게 나온다는 사실을 볼 때, 누가 억지로 유도하지 않아도 모든 사람의 행동양식이 평균적일 경우 소득수준에 따라 자연스럽게 주택가격 수준을 선택하게 됨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평균적인 행동양식에서 크게 벗어나 소득구간에 비해 높은 구간의 아파트를 구입할 때 하우스푸어가 될 우려가 있는 것이다.
 
분위별 PIR을 보면 ▲1분위 소득의 경우 PIR이 14.6 ▲2분위 7.0 ▲3분위 5.1 ▲4분위 3.9 ▲5분위 2.4다. 중간가격 주택을 소유하고 거주할 때 1분위 소득인 가구는 높은 PIR로 소득 대비 비싼 집에 살고 5분위 소득인 가구는 상당히 싼 집에 사는 셈이다.
 
연 소득 구간이 5분위인 가구가 평균주택가격이 4분위 이하인 주택에 거주하면 사람들의 평균적인 주거행태에 비해 저평가인 주택에 거주하는 것에 해당하며, 연소득이 3분위인 가구가 평균주택가격이 4분위 이상인 주택에 거주하면 고평가인 주택에 거주하는 것에 해당한다. 개인의 삶에서 고평가, 저평가 여부는 국가 전체적으로 나타나는 지표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행동양식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5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