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대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환영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차기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 경제정책 공약을 수립할 때 업계의 목소리를 전달해 금융투자업계의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다. 다만 일부에서는 큰 기대를 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증권맨, 대선캠프 합류 '속속'
대선 캠프에 뛰어든 증권맨 중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 캠프에 합류한 김지완 전 하나대투증권 대표다.
김 전 대표는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와 박영철 고려대 석좌교수 등 각계 전문가들과 함께 문재인 후보의 경제정책 개발을 지원하게 될 전문가모임의 핵심멤버로 참여했다. 전문가모임은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우리나라가 대처해 나가야할 방향을 제시하고 구체적인 대안과 방법을 문 후보에게 조언하는 '경제싱크탱크'의 역할을 할 예정이다.
올해 중순 하나대투증권 CEO에서 물러난 김 전 대표는 40여년간 금융투자업계에 몸담은 인물로 부국증권과 현대증권, 하나대투증권까지 3개 증권사에서 14년간 CEO를 역임했다. 국내 자본시장의 성장을 현장에서 함께했고 하나대투증권과 현대증권의 상위권 도약을 이끈 경험이 있는 김 전 대표는 금융투자업계의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인물로 평가된다.
지난 19대 총선에 출마했던 이혁진 에스크베리타스자산운용 대표는 문 후보 캠프에서 정책특보를 맡고 있다. 이 대표는 CJ자산운용(현 하이자산운용)에서 최연소 특별자산운용본부장을 역임한 특별자산운용전문가로 업계 최초로 자원개발펀드, 원금보존추구형 엔터테인먼트펀드, 지적재산권펀드 등을 소개했다.
최경수 전 현대증권 사장은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캠프로 갔다. 최 전 대표는 중부지방국세청장, 조달청장 등을 지낸 관료 출신으로 2008년부터 올해 초까지 현대증권 대표를 지내면서 안정적으로 경영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한기 전 유진자산운용 대표도 박 후보 캠프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업계 목소리 확대 긍정적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증권맨들이 잇따라 대선캠프에 합류하는 것에 대해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A증권사 관계자는 "금융투자업계의 현실을 잘 알고 있는 정치인이 거의 없어 엉뚱한 방향의 정책이 만들어져 관계자들을 곤혹스럽게 하거나 현실이 외면당하는 등의 어려움이 있었다"며 "경험이 많고 내부사정을 잘 아는 이들이 경제정책 공약 수립과정에 참여하면 이런 문제를 줄이고 업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정책을 만드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이번에 수립되는 공약이 현실화되지 않더라도 공약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보다 많은 정치인들에게 업계가 처한 현실과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잘 전달하기만 해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금융투자업계를 위한 새로운 정책이 수립·시행되지 않아도 정치권의 인식 변화에 기여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는 정부의 각종 규제와 시장침체 등으로 수익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새 먹거리를 제공해 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정치권의 무관심으로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발만 구르고 있는 상황이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지난 18대 국회에서 표류하며 폐기됐다가 이번 19대 국회에 다시 제출됐지만 시급하지 않은 사안이란 정치권의 인식 때문에 계속 잠만 자고 있다. 이로 인해 대형투자은행(IB) 육성과 자본시장 인프라 개혁 등 자본시장 발전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자본시장법 통과를 예상하고 IB업무를 위해 대규모 증자를 단행했던 증권사들은 증자대금을 단기자금으로 운용하는 등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고 G20 정상회의에서 약속한 장외파생상품 청산소(CCP) 연내 설치도 사실상 물건너갔다.
◆"대통령이 되는 것도 아닌데…"
반면 증권맨들의 대선캠프 합류에 대해 직접적으로 정치권에 진출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큰 영향이 없을 것이란 의견도 적지 않다.
B증권사 관계자는 "이전에도 증권업계 출신 인사들이 캠프에 합류한 사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며 "경제정책 수립에 전권을 갖거나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를 맡게 된 것도 아니어서 정치인들의 인식변화나 업계 발전에 도움이 될 정책을 세우는데 큰 힘을 발휘하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선거가 끝난 후 낙하산 인사로 내려오는 등의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C증권사 관계자는 "유력후보의 대선 캠프에 합류한 이들이 업계 발전을 위한다는 것 외에 다른 목적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이번 정권에서도 캠프에 합류했다가 특정 증권사의 대표가 된 사례가 있는 만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2009년 대우증권 사장 교체 때 파문이 일었던 것처럼 낙하산 인사 논란 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성태 당시 대우증권 사장은 임기를 1년 남겨 둔 상황에서 사의를 표하며 물러났고 그 자리는 이명박 대통령 선거 캠프에서 경제특보로 활동했던 임기영 당시 IBK투자증권 사장이 차지했다.
당시 대우증권 대주주인 산업은행 측은 IB부문 육성을 위해 관련 전문가를 선임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도를 넘은 정치인사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대우증권의 전년도 실적이 눈에 띄게 향상됐고 IB부문에서도 양호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상황에서 명분도 없이 김 전 사장을 무리하게 끌어내렸다는 것이다.
이형승 전 IBK투자증권 사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획조정분과에서 자문위원을 지낸 뒤 IBK투자증권 대표자리에 올랐다.
일각에서는 대선 캠프에 참여했던 인사들이 김봉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의 후임으로 오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오는 12월19일로 예정된 대통령선거와 올해 말 끝나는 김 이사장의 임기가 맞물려 있어 캠프에 참여했던 인물 중 증권업계를 잘 아는 인사가 그 자리에 올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5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