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진나라 사론서(史論書)인 '여씨춘추'(呂氏春秋)를 보면 '도둑이 종을 훔치러 들어왔다가 커다란 종을 작게 쪼개려다 그 종소리가 너무 커 두려운 나머지 귀를 막고 종을 훔친다'는 데서 비롯된 '엄이도종'(掩耳盜鐘)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풀이하자면 '어린석은 행동을 일삼는 자신을 향해 국민들의 원성이 쏟아지고 있지만 귀를 막고 있는 자신이 듣지 못하면 남도 듣지 못할 것'이라는 데서 유래한 말이다.


서민들을 위해 개발사업에 나섰지만 그 과정에서 고통받고 있는 또 다른 서민들의 목소리는 외면한 채 자신들의 정당성만을 내세우고 있는 LH의 요즘 행태를 보면 1800년대의 이 고사가 떠오른다.
 

 
무주택 서민의 든든한 후원자를 자부하고 나선 LH가 서민주거안정을 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택지개발사업이 토지보상 문제 때문에 세간의 화두가 되고 있다.

주민들은 LH가 지난 4년간 주민들을 농락했다는 배신감과 실망감을 표출하면서 LH의 이율배반적 행정을 거칠게 비난하고 있다.

오랫동안 터전을 일구며 살아왔던 원주민들의 이 같은 분노는 당연할 수밖에 없다. 택지개발사업 바람을 일으키며 적절한 이주보상안을 제시했던 LH가 하루아침에 입장을 바꿔 헐값에 토지를 수용한다는 것은 매월 수천억원의 이자부담에 시달리는 이곳의 주민들을 거리로 떠밀고 있는 형국으로 돌변했기 때문이다.


반면 당초 예상과 달리 지가하락에 따른 감정평가액이 낮아졌다는 이유를 내세워 보상에 나선 LH 입장에서는 헐값에 사들인 이곳에서 향후 보상비의 몇배에 달하는 수익을 챙길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때문에 빚더미에 앉게 된 주민들의 볼멘 목소리는 귀담아 듣지 않고 오히려 자신들의 정당성만 내세우는 '엄이도종'과 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LH가 경영부실에 따른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운정3지구와 같은 택지개발사업을 앞세워 헐값에 토지를 수용하는 대신 향후 민간기업들을 상대로 높은 가격에 토지를 매각해 충당하려는 이른바 '꼼수 경영'도 서슴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맹자에 보면 '군의막불의'(君義莫不義)라는 말이 있다. '군주가 의로우면 신하가 모두 의를 행할 것'이라는 뜻으로 그 조직의 수장의 생각에 따라 조직의 행정이 '義' 또는 '惡'으로 만들어지는 공직의 생리에 빗댈 수 있다.

맹자는 "무제한적 이윤추구는 사회 전체의 선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악이 된다"고 했다. 때문에 공적기업이 이윤만을 쫓아 '도덕적 해이'를 일삼는다면 이는 곧 백성들의 원망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장밋빛 미래를 위해 신도시를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 있어서 국민들의 가슴을 멍들게 하는 졸속적인 행정을 일삼는다면 이는 국민을 위한 공적기관으로서의 자격을 이미 상실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눈앞에 이익과 자본의 탐욕에 물들지 않고 의가 실천되는 나라는 곧 백성들이 주인이 되는 민본주의 국가의 초석이 될 수 있다"는 맹자의 말처럼 LH는 운정3지구 개발 과정에서 고통받고 있는 또 다른 서민들의 목소리에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5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