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 2.4m, 길이 33.5m 크기의 공적기념비에는 4대강 사업을 강력하게 추진했던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민간 건설사 및 관계부처 실무진 등 6400여명의 이름이 빼곡히 등재돼 있다.

하지만 공적비 속 그 어디에도 4대강 사업을 위해 밑바닥에서 피땀을 흘리며 일하다 쓰러져간 근로자들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최근 4대강 사업에 참여했던 대우건설 임원진 및 관련 공무원 등 8명은 공사비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40억원에 이르는 비자금을 조성하고 뇌물을 주고 받은 혐의로 검찰에 무더기로 구속됐다.

이들은 낙동강 칠곡보 공사를 추진하면서 존재하지도 않는 '페이퍼 인력'을 만들어 임금을 지급하거나 공사 현장 주거래 주유소 대표와 담합해 허위매출서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4년간에 걸쳐 무려 40억원을 조성한 혐의다.

이 가운데 대우건설 임원 3명과 공무원 2명은 국가사업에 참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버젓이 공적비에 그 이름이 올라있어 이들을 방관했던 관련부처의 미온적 행정에도 지탄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명심보감>(明心寶鑑) 현재수훈(玄帝垂訓) 편에 보면 '암실기심(暗室欺心)이라도 신목(神目)은 여전(如電)'이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어두운 방안에서 자신의 양심을 속일지라도 귀신의 눈으로 볼때 번개와 같이 밝게 보인다'는 뜻이다. 4대강 사업에 참여한 공을 인정받아 가당치 않은 공적비에 이름 석자는 올렸지만 음성적인 거래를 통해 자신의 이익을 챙긴 대우건설 임원진과 관련 공직자들의 빗나간 윤리의식을 지적한 표현임에 분명하다.

천문학적 국가 예산이 투입됐지만 국민들의 저항이 여전히 심화되고 있는 4대강 사업은 이제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그동안 4대강 사업만이 국격을 올릴 수 있다는 명분 하에 파헤쳐진 전국 곳곳의 환경은 이제 초토화 지경에 이르렀다.

국토의 보존과 정서에 반한다는 국민적 저항을 외면한 채 강행됐던 이 사업이 결국 부정과 부패의 온상으로 비쳐지면서 다시 한번 국민들을 씁쓸하게 만들고 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이라는 거창한 플랜을 통해 막대한 국민의 혈세를 쏟아부었지만 남은 것은 국토 절반의 훼손과 비리뿐"이라는 모 사찰 주지스님의 탄식 가득한 한마디가 가슴에 와닿는 것은 어쩌면 주객이 전도된 공적비의 부끄러운 이름 석자 때문은 아닌지 모르겠다.

중국 상고시대(上古時代) 오경(五經) 중 동양의 정치학 교과서로 널리 알려진 <서경>(書經)에 보면 '나라가 잘 되려면 자본과 결탁해 부정과 부패를 일삼는 관리들의 사악함을 가장 먼저 척결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비롯된 '거사물의'(去邪勿疑)라는 고사성어가 나온다.

이 말에 담긴 의미는 '사악함을 제거할 때는 한치라도 주저하거나 망설이지 말고 거침없이 행하라'는 것이다. 자신의 이익과 영달만을 추구하기 위해 세상을 속이고 음침한 어둠 속에서 기업과 더불어 부정과 비리에 흠뻑 젖어있는 현시대의 공직자들을 지칭한 고사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