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하면 떠오르는 것은 무엇일까. 쇼핑의 천국, 성룡과 주윤발, 멋진 야경…. 그리고 또 있다. 미술이다. 

홍콩은 뉴욕, 런던, 베이징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로 큰 미술품 경매 도시다. 베이징이 급부상하기 전까지 만해도 홍콩이 세계 3대 미술시장이었다. 홍콩에선 해마다 5월과 11월 두차례 대규모 미술품 경매전이 열린다.

올 가을에도 서울옥션과 케이옥션 등 국내 양대 경매사가 홍콩에서 대규모 경매를 진행할 예정이다. 크리스티와 소더비 등 미국과 영국의 대형 경매사도 홍콩 경매가 중요한 연중행사다. 글로벌시장 진출을 꾀하는 중국 경매사들도 홍콩시장에 발을 내디뎠다. 어느 해보다 뜨거운 홍콩 미술경매전을 미리 살펴본다.
 

이우환 '점으로부터'

◆ 이우환 '점으로부터'…韓작가 최고가 도전

서울옥션은 오는 11월26일 홍콩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제10회 홍콩경매를 갖는다. 케이옥션은 오는 24일 르네상스하버뷰호텔에서 경매를 치른다. 케이옥션 작품은 15일까지 신사동 케이옥션 전시장에서 관람할 수 있다. 홍콩 프리뷰는 경매 전날까지 진행된다.

서울옥션의 홍콩 경매에서 눈에 띄는 작품은 이우환의 '점으로부터'다. 이 작품은 추정가 20억원에 출품돼 해외 미술시장에서 한국작가 최고경매가 기록에 도전한다.

이우환의 '점으로부터'는 세로 162.1cm, 가로 97cm 크기의 3점이 세트인 작품으로 1977년에 제작됐다. 이우환은 점을 찍는 행위의 반복을 통해 자신을 넘어서 있는 외부, 타자, 무한과의 관계를 표현하고자 했다. 이번 경매 출품작에서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질서정연하게 찍어 나가는 점들을 통해 작가의 철학적 사고를 표현했다.

종전까지 한국작가 해외경매 기록 가운데 1위는 뉴욕 크리스티에서 198만6500달러(약 22억4000만원)에 낙찰된 박수근의 '나무와 세 여인'이었다. 이번 경매에서 이우환의 작품이 추정가보다 높게 낙찰될 경우 새로운 기록이 세워질 수 있다.

한국작가 작품 가운데에선 전광영의 '집합', 정해윤의 '무제', 이동기의 '하늘을 나는 아토마우스' 등 우수한 현대미술 작품이 다수 출품된다.

케이옥션 홍콩경매에선 김창렬, 이동기 등 현대미술 작가와 야요이 쿠사마, 요시모토 나라, 타카시 무라카미 등 일본 작가들의 작품을 접할 수 있다.


장샤오강 '대가족'

◆ 장샤오강, 중국 최고가 현대미술도 관심

올 홍콩 경매에선 중국작가들의 작품이 어떤 기록을 세울지가 관심거리다. 서울옥션 홍콩경매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중국 현대미술 대표작가인 장샤오강의 '대가족'이다. 장샤오강은 혼란스러운 중국의 시대상황을 작품에 고스란히 담아내며 중국인들의 고뇌와 걱정, 슬픔을 표현해왔다.

대가족 시리즈는 그의 작품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작품으로 90년대 중국의 사회주의 체제 속에서 불안정한 사람들의 심리를 표현했다. 이번 출품작 역시 회색빛의 고요한 바탕 위에 다소 경직된 표정의 인물이 크게 자리하고 있고 안경 너머로 보이는 맑고 촉촉한 눈동자는 슬픔과 고뇌 등 무수한 감정을 암시하고 있다.

장샤오강의 대가족 시리즈는 세계경매시장에서도 고가에 거래되는 인기있는 작품이다. 아트프라이스에 따르면 장샤오강의 '혈연:대가족1호'는 지난해 홍콩경매에서 6562만홍콩달러(약 95억원)에 거래돼 아시아에서 거래된 현대미술 작품 중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장샤오강과 함께 중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정판즈의 '남자 초상'과 '두 남자', '스카이 시리즈'도 출품된다. 정판즈 역시 현대미술작가 중 세계미술품 경매 총액 2위를 차지하며 세계 미술경매시장에서 작품이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는 작가다. 정판즈는 사회를 관조하고 인물의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해왔다. 이번에 출품되는 '남자 초상'은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남자의 얼굴 위로 거칠게 드로잉된 선이 인상적이다.

중국 산수화의 대가 쟈 요우푸의 '교수태행야몽사'(翹首太行惹夢思)와 조춘야의 '녹색 개', 천리엔칭의 '전쟁을 피한 날', '분노의 청년', 양샤오빈의 '무제' 등 중국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과 데미안 허스트의 '렛어스프레이'(Let us pray), 앤디워홀의 '팬더곰' 등 서양 현대미술품도 찾아볼 수 있다.

◆ 크리스티 홍콩, 한국작품 다수 출품

세계 양대 경매사 중 하나인 크리스티는 11월24∼25일 홍콩전시컨벤션센터 그랜드홀에서 '아시아 20세기와 동시대미술 경매'를 진행한다.

크리스티홍콩이 내놓을 하이라이트 작품은 장샤오강의 '혈연:대가족'으로 낮은 추정가 1200만홍콩달러(약 17억원)에 출품됐다. 서울옥션이 내놓을 대가족 시리즈 중 하나다. 이외에 리우예·주태춘·자오우키, 일본작가 요시모토 나라 등도 나온다.

크리스티는 이번 홍콩경매에서 한국작가의 작품을 다수 출품해 눈길을 끈다. 작은 초상화를 하나의 픽셀로 삼아 커다란 대형 초상 작품을 그리는 김동유의 '다이애나 vs 엘리자베스'가 낮은 추정가 60만홍콩달러(8450만원)에 나온다.

김동유는 홍콩과 인연이 깊다. 김동유의 '마릴린먼로' 작품은 지난 2007년 홍콩경매에서 치열한 경합끝에 491만9500달러(약6억9000만원)에 낙찰된 바 있다. 추정가 대비 무려 15배나 높은 값이었다. 한국미술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홍콩시장에 알린 사건이었다.

크리스티는 이외에 김창열의 '회귀'(Recurrence)를 45만홍콩달러(6300만원)에 출품하고 남관, 노상균, 배준성 등의 작품도 경매에 부친다. 아쉬운 것은 한국작가 작품들은 대작들이 거래되는 이브닝 세일엔 출품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 중국 경매사 성과 얼마나 낼까

이번 홍콩경매에선 중국 경매사들의 성장이 어느정도 일지도 관심사다. 중국 최대경매사인 폴리옥션도 11월24∼25일 홍콩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대규모 경매전을 연다. 24일엔 보석전과 현대미술 경매를 갖고 25일엔 현대미술 및 조각전, 중국 도자기 및 고미술전을 진행한다.

이에 앞서 지난달엔 중국 제2의 경매사인 차이나가디언이 홍콩에서 첫 경매를 성공리에 마친 바 있다. 차이나가디언은 당시 3억5400만홍콩달러(약 500억원)어치의 경매를 성사시켰다. 낮은 추정가 총합인 1억8500만홍콩달러에 비해 두배 가까운 낙찰금을 보인 것.

쉬베이홍의 '독수리와 소나무'가 2127만5000홍콩달러(약30억원)에 낙찰되는 등 중국작가의 작품이 높은 값에 거래됐다.

이학준 서울옥션 대표이사는 "이번 홍콩경매는 중국, 한국 등 아시아미술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경매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5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