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철만 되면 수능과 대학 입시에 전국적인 관심이 쏠린다. 요즘 상당수의 학부모들은 아이의 성적만 우수하다면 아이가 다른 면에 문제가 있어도 개의치 않을 정도로 오로지 대학진학만을 위해 자녀교육이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년들은 취업할 때 자신의 적성에 맞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지를 따지기보다는 직장의 외형적인 네임밸류와 연봉만을 보고 직장을 결정하는 경향이 강하다.
다행히 최근 사회적으로 행복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고 여러 기관에서 나름대로 행복의 척도를 나타내는 행복지수를 정의 내려 발표하고 있다. 특히 어른이 아닌 청소년들이 얼마나 행복한가에 대해서는 별도의 관심이 필요하다.
'어른의 날'은 없지만 '어린이날'은 있지 않은가. 행복한 아이가 자라나서 행복한 어른이 될 확률이 높고, 행복한 어른들이 모여서 행복한 국가를 만들어가는 주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 OECD 국가 중 '꼴찌'
한국의 어린이와 청소년이 느끼는 주관적 행복지수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에서 가장 낮다는 연구조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6410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지난해 실시한 조사에서 '주관적 건강' '학교생활 만족도' '삶의 만족도' '소속감' '주변상황 적응' '외로움' 6가지 영역에 대한 응답을 수치화했다(한국어린이행복지수 국제비교, 한국방정환재단과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한국의 어린이와 청소년은 이 주관적 행복지수가 66점으로 OECD 평균인 100점에서 34점이나 떨어진다. 한국 다음으로 가장 낮은 헝가리의 86.7점에 비해 20점 이상 뒤떨어지며,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스페인의 113.6점에 비하면 47.6점이나 낮다. 그 이전에도 2009년 64.3점, 2010년 65.1점으로 큰 변동 없이 OECD 국가 가운데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다.
그러면 올해는 얼마나 개선됐을까. 올해 다시 같은 기관에서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6791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OECD 평균인 100점에 비해 여전히 매우 낮지만 69.3점으로 그나마 다소 개선됐다.
흥미로운 것은 OECD 국가 중 어린이·청소년의 주관적 행복도가 가장 높은 국가 1위와 2위가 스페인과 그리스로, 유럽재정위기의 중심 국가라는 사실이다. 지중해 연안의 낙천적인 성향으로 인해 국가 재정문제와 아이의 행복이 직접 연결되지 않는 것 같다. 3위는 네덜란드, 4위 오스트리아이며 미국은 10위이다.
네덜란드 사회는 아동 중심이며 점심시간에 아이를 학교에서 집으로 데려와 함께 식사하는 가정도 있다.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도 부모와 자녀 사이에 많은 대화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2007년 유엔아동기금). 또 다른 보고서도 연구가 실시된 41개국 중 네덜란드의 부모가 아이와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누며 유대관계가 가장 좋다고 밝혔다(2008년 세계보건기구).
네덜란드 부모는 자녀가 감정을 솔직히 나타낼 수 있도록 격려하고 자녀의 의견을 존중하며, 아이들은 부모에 매우 만족한다. 이러한 부모 자식 관계는 네덜란드의 문화와 전통이다. 어린이에 대한 배려는 어린이가 자유롭게 자라면서 독립적인 생각을 계발하도록 만들어준다.
네덜란드 가정에서 부모 자식간 유대와 세대간 소통이 원활한 것이 어린이·청소년의 주관적 행복도가 높게 나오는 주요 배경임은 한국의 가정에서 참고할 부분이다.
주관적 행복이 아닌 물질적 행복에서는 한국이 2011년에 이미 100점 이상인 110.7로 높아져서 OECD 국가 중 4위를 기록한 바 있다. 올해도 그 수준을 유지했다. 한국 어린이·청소년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행복감은 많이 부족하지만, 물질적인 행복감은 최상위권인 셈이다.
지난해 물질적 행복이 크게 좋아진 까닭에 올해 들어 주관적 행복이 다소 나아지는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OECD 국가 중에서는 핀란드가 어린이·청소년 물질적 행복도가 가장 높고, 오스트리아가 뒤를 이었다.
한국의 어린이 및 청소년은 보건과 안전에서 100점을 상회하는 수준이 유지된 반면, 가족과 친구관계는 100점 이하에서 약간 하향하고 있다. 학교에서 '왕따' 현상이 늘어나고 있고 학생들 사이에서 폭력사건이 종종 보도되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초등학생 중에도 자살과 가출 충동을 느끼는 비율이 늘고 있다. 교육정책에서 인성교육 및 학생들의 학교생활 관리에 대한 비중을 상대적으로 높여야 하는 이유다.
◆교육성취도와 행동·생활양식, 세계 1위
교육성취도를 측정하는 항목에서는 OECD국가 중 1위라는 점이 고무적이다. 한국이 과거 최빈국 수준에서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리면서 빠른 속도로 성장한 배경에는 경제개발계획이 강력히 추진됐던 것과 더불어 '치맛바람'이라는 부정적 시각이 있긴 하지만, 강력한 자녀교육 열풍이 밑바탕이 됐음을 부인할 수 없다.
세계적으로는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변모한 세계 최초이자 유일한 국가가 됐다. 생활방식을 측정하는 '행동과 생활양식'에서도 OECD국가 중 1위라는 점이 눈에 띈다. '교육성취도'와 '행동과 생활양식'이 세계 최고라는 점을 고려하면, 가정형편이 넉넉지 않다면 굳이 무리하게 많은 돈을 들여 아이를 외국에 유학 보내지 않아도 괜찮음을 알 수 있다.
미국 청소년의 행동과 생활을 보면 10대의 약 40%인 430만명이 한번 이상 성관계를 가진 경험이 있다는 정부 보고서가 나온 바 있다. 이런 것을 보더라도 아직은 한국이 행동과 생활양식에서 평균적으로는 더 낫다고 말할 수 있다.
나이별로 보면 학년에 따른 주관적 행복지수가 초등학교 4학년 때 가장 높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낮아진다. 행복을 위해 필요한 것에 대한 질문에서는 초등학교 4학년은 '가족'이라는 응답이 50%를 훨씬 상회한 반면, 학년이 올라갈수록 줄어들어서 고3이 되면 20%까지 내려온다.
반면 '돈'이라는 답변이 초등학교 4학년 때에는 5% 미만으로 매우 적은 반면, 학년이 올라갈수록 높아져서 고등학생이 되면서부터는 20%를 넘게 된다.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 '돈의 위력'을 알아가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행복을 위해 필요한 것을 가족으로 답변한 아이가 다른 항목으로 답변한 아이보다 행복감을 더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어른 세계에서도 가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일반적으로 행복감을 더 느끼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각 가정에서는 사회 전체적인 통계와는 별개로 내 아이의 행복지수를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5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