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도 이 같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박근혜 후보는 지난달 26일 열린 TV토론회에서 "대통령이 되면 서민·중산층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가계부채를 가장 먼저 선제적으로 해결할 것"이라며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문재인 후보는 지난 10월 가계부채 관련 정책을 발표하면서 "10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 규모는 우리나라 경제의 잠재적 위기를 나타내는 것"이라며 "현실이 절박한 만큼 대책마련에 시급히 나서겠다"고 밝혔다.
두 후보는 가계부채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공감하고 서민들이 과도한 빚 부담에서 벗어나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는데 도움을 줘야 한다는 점에서도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그렇지만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에서는 뚜렷한 시각차가 나타난다.
◆朴, "국민행복기금으로 채무 재조정"
박 후보가 내놓은 가계부채 대책의 핵심은 '국민행복기금'이다. 18조원의 기금을 조성해 저소득·저신용층의 빚을 상당부분 덜어주겠다는 게 박 후보의 생각이다. 다만 기금을 통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재활의지가 있는 사람'으로 한정했다.
기금의 재원은 자산관리공사의 기금과 신용회복위원회 자금 등을 합친 1조8000억원을 종자돈으로 정부가 보증한 채권을 발행해 마련할 방침이다. 이렇게 마련된 기금으로 금융회사와 민간 자산관리회사(AMC)가 보유한 연체 채권을 사들이고 신용회복 신청자의 부채 50%(기초수급는 70%)를 탕감해준다는 게 박 후보 측의 계획이다. 현재 신용회복위원회가 개인신용회복 절차에 적용하고 있는 탕감비율(30~40%)보다 높은 수준이다.
또 연 20% 이상 고금리 대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들에게는 1인당 1000만원 한도 내에서 연 10%대 저금리 은행대출로 갈아탈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도 한시적으로 운영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박 후보는 "현재 180만여명의 금융채무불이행자와 민간 자산관리회사 등이 보유하고 있는 140만여명의 금융채무불이행자 등 약 322만명이 혜택을 볼 것"이라며 "시행 첫해 120만 금융채무불이행자의 연체 채권 12조원을 매입하고 이후 매년 6만명씩 향후 5년간 30만명이 신용회복을 통해 경제적 재기가 가능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文, "이자율 규제로 빚 부담 완화"
문 후보가 제시한 가계부채 대책은 금융회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저신용·저소득자들의 이자율 부담을 낮추고 서민들을 고리 대출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문 후보의 공약은 이른바 '피에타 3법'이라고 불린다. 피에타 3법은 채무자들에게 끔찍한 방법으로 돈을 받아내는 사채업자가 등장한 김기덕 감독의 영화 <피에타>에서 따온 이름으로 ▲이자제한법 개정 ▲공정대출법 제정 ▲공정채권추심법 정비를 뜻한다.
이자제한법의 경우 이자율 상한을 현행 30%에서 25%로 낮추고 이를 위반하면 해당 이자계약 전부를 무효로 하기로 했다. 이자제한법의 예외로 규정돼 39%까지 이자율이 허용됐던 대부업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공정대출법은 약탈적 대출을 금지하기 위한 것으로 금융기관이 채무자의 상환능력을 감안해 대출하도록 하고 대출 시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를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공정채권추심법 정비는 과도한 채권추심으로 인권이 침해되는 사례를 막기 위해 추진된다.
또 통합도산법상 개인회생기간을 현행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고 1가구 1주택의 경우 개인회생계획에 주택담보채무의 변제내용이 포함돼 있다면 담보권자의 임의경매를 제한하겠다는 공약도 내놨다.
신용불량자나 파산자 등을 대상으로 압류와 담보제공이 금지되는 '힐링통장'을 만들어 통장의 저축액에 일정한 비율로 자금을 지원하고 지자체별 채무 힐링센터를 설립한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허점 많아…더 깊이 고민해야"
두 후보가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공약을 제시하고 해법 마련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실현 가능성과 효과 등에 의문을 제기했다.
우선 박 후보가 내놓은 공약은 채무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로 지적됐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국민행복기금을 통한 지원방안은 성실히 빚을 갚을 때보다는 그렇지 않는 경우에 혜택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채무자 사이에서 도덕적 해이가 나타나는 문제를 피해가기 어려울 것"이라며 "가계부채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도덕적 해이 등 추가적인 문제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가의 재정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박 후보 측은 이 문제에 대해 정부가 직접적인 재원을 투입하지 않고 신용회복기금 등의 잉여금을 활용해 신용을 창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의 재정부담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렇지만 국민행복기금을 통해 빚을 일부 탕감 받은 저신용자들이 소득이 뒷받침되지 않아 나머지 채무를 해결하지 못하거나 고의적으로 채무 불이행에 나선다면 결국 부담은 정부가 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저소득층 대상 전환대출인 '바꿔드림론'의 연체율은 7% 후반으로 은행권 가계대출 연체율 0.9%(9월말 기준)를 크게 웃돈다.
문 후보의 공약은 시장 질서를 왜곡시키고 서민들을 오히려 더욱 깊은 고리의 늪에 빠뜨리는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시각이 많았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도 제도권 금융회사를 이용하지 못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사람들이 많은 상황에서 이자율을 더 낮춘다면 금융회사들이 저신용자에 대한 문턱을 더욱 높일 가능성이 있다"며 "이럴 경우 서민들은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리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불법 사금융으로 몰리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문 후보의 공약이 현재 가계부채 문제로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사실상 아무런 도움도 될 수 없는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한 국내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대선에서 표심을 얻기 위해 급하게 정책을 내놓다보니 여야를 막론하고 실현 가능성이나 실효성이 거의 없는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며 "현재 내놓은 공약만으로는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는데 별다른 도움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여 대선 후에라도 집값 안정·일자리 안정 등과 연계해 실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대책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5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