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년 전만 해도 이름조차 생소했던 ETF는 거래 편의성과 투명성, 낮은 투자비용 등을 바탕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타며 유망한 투자상품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특히 작년 하반기 코스피지수가 폭락하는 과정에서 하락장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인버스ETF와 지수 상승 시 초과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레버리지ETF가 인기를 끌면서 ETF시장은 한층 성장했다.
하지만 특정종목에 대한 쏠림현상 등 한계는 여전하다.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진일보한 ETF시장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ETF시장의 질적 성장을 위해 제도를 정비하는 등 기반 마련에 나섰고 금융투자회사들은 다양한 상품 개발 및 출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질적 성장 시대 진입"
ETF시장은 개설 이후 지난 10년간 눈부시게 성장했다. 올해는 지난해와 비교해 성장폭이 다소 줄기는 했지만 주식 및 펀드시장이 침체된 가운데서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개설 당시(2002년 10월14일) 3444억원에 불과했던 ETF시장의 순자산총액은 10여년만에 13조9908억원(2012년 11월28일 기준)으로 40배 이상 커졌다. 종목수도 4개에서 134개로 크게 늘었다. 코스피 대비 일평균 거래대금 규모도 꾸준히 불어나면서 2002년 1.1%에서 올해 10월 말 기준으로 12% 수준까지 올라왔다.
규모면에서는 가파른 성장을 했지만 특정 유형 및 종목, 자산운용사에 대한 극심한 쏠림현상은 국내 ETF시장의 문제로 남아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0월 말 기준으로 ETF의 순자산총액에서 국내주식을 기반으로 한 ETF의 비중은 68.4%에 달한다. 코스피200 등 시장대표지수를 추종하는 ETF의 비중만 해도 전체의 56%나 된다.
거래대금을 기준으로 보면 쏠림현상은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같은 시점을 기준으로 레버리지·인버스ETF(68.8%)와 시장대표ETF(25.1%)는 전체 거래대금의 94%를 점유하고 있다. 또 삼성자산운용(57%)과 미래에셋자산운용(14.4%) 등 상위 2개사의 순자산총액은 전체시장의 71.4%를 차지한다.
기관투자가의 거래 비중이 낮다는 점도 국내 ETF시장의 문제로 지적된다. 일평균거래대금을 기준으로 지난 10월 기관투자가의 비중은 18.87%로 개인(37.62%)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고 국내 ETF시장의 더 높은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제도개선에 나섰다. 금융당국의 제도 정비로 국내 ETF시장은 상품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등 질적 성장단계에 들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금융당국의 정책방향은 주식형 위주의 단조로운 상품 구성을 탈피해 쏠림현상을 완화시키고 향후 지속적인 수요 창출의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국고채 장기 레버리지ETF, 합성ETF, 현물상품ETF, 액티브ETF 등 신종 ETF의 개발을 제안하고 있다"며 "이번 제도개선을 시작으로 상품의 다양성이 증대되는 등 국내 ETF시장은 질적 성장 시대로 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운용사, ETF 다양화 박차
자산운용사들은 금융당국의 제도개선에 발 맞춰 새로운 전략과 상품, 지역을 활용한 ETF를 시장에 내놓는 등 ETF 다양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지난달 말 국내 최초로 중국 본토에 직접 투자하는 'KINDEX 중국본토 CSI300'을 상장했다. KINDEX 중국본토 CSI300은 상하이거래소와 선전거래소의 공동지수인 CSI300을 기초지수로 한다. CSI300은 상하이거래소 201개와 선전거래소 99개 종목이 편입돼 있으며 금융업종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대신 중국 내수업종이 상당수 포함돼 있어 중국 경제구조와 유사한 업종 구성을 이루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 실시간으로 주식 현물처럼 거래가 가능해 기존 A주 공모펀드에 비해 투자자금 회수가 빠르고 보수가 저렴하다는 장점도 있다.
이번 달에는 구리 현물ETF가 거래소에 상장될 예정이다. 구리 현물ETF는 조달청이 민·관 공동 비축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한 것으로, 구리 현물을 자산으로 한 ETF가 상장되는 것은 영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다.
현물ETF 도입으로 투자자에게는 물가상승 위험이 방어되는 대체 투자상품을 제공하고 현물금속시장에서 효율적인 가격형성을 유도할 것으로 기대된다.
구리 현물ETF는 기초자산인 구리를 조달청 창고에 보관하고 이를 증명하는 창고증권을 조달청이 발행해 이를 ETF에 편입한다. ETF 가격은 런던금속거래소(LME)의 구리 실물가격 변화에 연동돼 움직인다. 거래소는 구리 현물ETF의 상장심사를 이미 완료한 상태이며 운용은 미래에셋운용이 맡게 된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10월 국내 최초로 주식-골드선물 혼합형 ETF인 'KODEX주식&골드선물(H) 혼합자산ETF'를 선보였다. 이 ETF는 코스피200지수와 S&P골드총수익지수를 반씩 혼합해 만든 주식골드지수를 추종하며 매일 주식과 골드선물이 각각 50%가 유지되도록 운용된다.
주식골드지수의 최근 3년(2012년 10월4일 기준) 수익률은 51.2%로 주식비중이 100%인 코스피200(24.8%)에 비해 2배 이상 높다.
우리자산운용은 같은 달 10년 국고채에 레버리지 전략을 가미한 신상품을 상장시켰다. 'KOSEF 10년 국고채 레버리지 ETF'는 KIS 10년 국고채지수 일간변동률의 2배수로 연동되도록 10년 국고채 현물과 10년 국채선물을 편입해 운용한다. 이 상품은 일반 채권ETF에 비해서는 고위험 상품이지만 주식형 레버리지ETF를 비롯해 코스피200 등 시장대표지수ETF보다는 낮다.
10년 국고채 레버리지 ETF 투자는 듀레이션 확대로 실질적으로는 20년 국고채 현물 투자와 유사한 효과가 나타난다. 듀레이션은 채권에 투자된 원금이 회수되는데 소요되는 기간을 뜻한다.
거래소 관계자는 "10년 국고채 레버리지 ETF는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접근이 어려운 만기가 긴 국고채에 대한 간접투자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주식, 부동산 등 위험자산에 편중돼 있는 가계의 자산 포트폴리오 다양화에도 기여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5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