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함께>를 석달동안 중국에서 연재했는데 15만원 수익 남. ㅋㅋ 불법 번역으로 이미 다 퍼짐. 놀라운 것은 저런 불법 번역자들이 대부분 한국인이고 무려 '팬심'으로 번역을 한다는 것이죠."

만화가 주호민 작가가 지난 11월22일 트위터에 올린 내용이다. 정식 루트를 통해 국내 웹툰이 해외에 수출이 됐음에도 얻을 수 있는 수익은 한달에 고작 5만원꼴. 경쟁력을 갖춘 콘텐츠라 해도 해외 불법 게재를 방치할 경우 국내 문화콘텐츠시장의 수익성이 극단적으로 하락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영화부터 가요까지 전세계에 한류 바람이 거세다. 차세대 한류를 이끌어 갈 대표주자로 손꼽히는 것이 바로 웹툰이다. 다양한 소재와 강력한 스토리로 국내 소비자들의 눈도장을 받은 웹툰 작품들이 최근에는 해외 팬들에게도 많은 관심을 얻고 있다. 그러나 높아지는 관심만큼이나 미국 등지의 해외사이트를 통한 불법유출이 기승을 부리며 '웹툰 한류'의 발목을 잡고 있다.
 


 
◆웹툰 600여건 미국 사이트 불법게재

주 작가의 지적처럼 최근 들어 국내 작가들의 중국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웹툰 불법 유출의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 이 같은 문제는 중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웹툰의 불법 게재로 인한 재산권 침해가 가장 빈번하고 심각하게 이뤄지고 있는 곳은 바로 미국과 캐나다를 중심으로 한 북미시장이다.

무엇보다 북미시장은 향후 미국 내 디지털 만화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고려했을 때 '웹툰 한류'를 위한 대표적인 세계시장 중 하나. 지난 2011년 해외 콘텐츠시장조사에 따르면 2012년 미국 만화시장의 규모는 약 6억5100만달러 규모로 추산된다. 이중 디지털 만화시장의 비중은 아직까지 1억원에 못미치는 정도지만 그 성장곡선이 꽤 가파른 편이다.

미국에서 웹툰을 서비스 중인 타파스미디어 관계자는 "DC와 마블코믹스 같은 대형출판사가 중심이 되는 미국 만화시장에서도 소비자들이 다양하고 새로운 작품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있다"며 "특히 국내 웹툰은 인터넷에 최적화된 형태와 탄탄한 스토리로 이미 가능성을 검증 받은 콘텐츠라는 점에서 미국시장에서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미 대부분의 미국 내 네티즌들이 마음만 먹으면 무료로 불법 유통된 웹툰을 구해보는 게 어렵지 않다는 것. 이를 먼저 해결하지 않는다면 국내 웹툰의 미국시장 진출은 장밋빛 환상에 그칠 공산이 크다.

그렇다면 불법 게재는 어느 정도로 얼마나 심각한 것일까. 국내 웹툰이 미국 네티즌들에게 유통되는 대표적인 통로는 mangafox, batoto, egscan, webtoonlive 등의 사이트다.

구체적인 수치를 들여다보면 심각성은 더욱 커진다. 2012년 12월 현재까지 파악된 불법 게재 만화 건수만 하더라도 Egscans 68편, webtoonlive 93편, batoto 498편, mangafox는 663건에 달한다. 국내에 연재 완료됐거나 연재 중인 거의 모든 작품이 게재돼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예 <갓 오브 하이스쿨>이나 <노블레스> 같은 국내 작품을 광고화면으로 내세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에는 국내에 연재 중인 웹툰을 당일 영어로 번역해 게재하는 '당일 번역시스템'까지 갖춘 것으로 파악된다. 
 
◆'무한 복제'에 줄줄 새는 웹툰 수익

다행히 최근 들어 중국시장의 불법 유출 문제가 대두되면서 정부를 중심으로 웹툰의 재산권 보호를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추세다.

지난 10월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통합당 전병헌 의원은 '콘텐츠산업 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일명 '웹툰 보호법'으로 불리는 이 법의 골자는 해외에서 불법 유통되는 국내 콘텐츠들의 재산권 보호에 대한 정부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다.

전 의원은 "웹툰은 온라인상 한번 불법 유통되면 단시간에 무한 복제되기 때문에 그 피해가 막대하다"며 "특히 작가 개인이 해외에서 일일이 법적 대응을 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안이 필요하다"고 법안 발의의 배경을 설명했다.

타파스미디어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저작권을 작가들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경향이 강했다면 해외 콘텐츠 유통과 관련해 국가의 보호책임이 강화됐다는데 의미가 큰 것 같다"며 "우리 작가들이 해외에서 더 많은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중국뿐 아니라 미국시장에서도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외사이트에 만연한 웹툰의 불법 번역 문제를 뿌리 뽑는 데 더 어려운 과제가 있다. 다름아닌 이 같은 콘텐츠 불법 유출이 대부분 한국 팬들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웹툰을 세계에 알려라", "웹툰으로 영어공부하기 좋은 곳"…. 국내 네티즌들이 mangafox, webtoonlive와 같은 사이트들을 인터넷에 소개해 놓은 글이다. webtoonlive의 홈페이지 첫 화면에는 "저희들은 한국 웹툰의 팬이자 한국인이 아닌 다른 팬들과 이 사랑을 나누고 싶습니다. 웹툰의 재미를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웹툰 번역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즐겁게 읽으세요!" 라는 안내 문구가 적혀 있을 정도다.

실제로도 대부분 국내 웹툰의 불법 번역과 게재가 한국 팬들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 현실. 타파스미디어 관계자는 "'웹툰을 세계인과 함께 즐기고픈 팬심'이 정작 웹툰 한류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걸 팬들이 모른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아무리 좋은 뜻에서 이뤄진 행위라 하더라도 한국 웹툰 작가들의 정당한 수익을 빼앗아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6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