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대금이 2조원대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08년 12월 이후 4년 만이다. 거래량도 최근 3억~4억주 정도 거래된 것에 비해 훨씬 적은 규모다.
투자자의 움직임이 사라진 증시
올해 들어 유가증권시장의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예년에 비해 거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지난 9월 미국에서 추가 양적완화 조치가 타결되면서 무려 9년6개월만에 하루에만 10억주 이상 거래되는 등 시장이 다시 살아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후 시장은 다시 1950 안팎에서 움직이며 거래량도 하루 평균 3억~4억주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최근 한달만 놓고 보더라도 지난 11월26일 2억7675만주가 거래된 것을 비롯해 4억주 이하로 거래된 날이 12일이나 된다. 반면 5억주 이상 거래된 날은 단 이틀에 불과하다.
12월11일까지 코스피 거래대금은 1148조원으로 2006년 849조원 이후 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에 비해서도 약 500조원 이상 줄어든 금액이다. 올해 전세계 경제위기로 인해 투자자들이 불안감을 느껴 투자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어서다.
김주형 동양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올해 내내 거래가 축소된 것은 글로벌 불확실성이 너무 많았고, 수급주체에 대한 방향성이 없어 투자자들이 시장에 대한 신뢰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전업 주식투자자들은 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이 따라갈 테마가 실종된 것에서 거래량 감소 원인을 찾고 있다. 금융감독당국이 이른바 큰손으로 불리는 세력들에 대한 감독과 조사를 강화하면서 이들의 움직임이 축소됐고 이로 인해 이들을 따라 움직이는 개미투자자들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개미투자자들의 움직임이 줄어들자 큰손을 낀 세력들이 아예 정책테마를 이용한 움직임을 줄이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전업투자자는 "과거에는 한 종목이 움직일 때 30억~50억원을 투입하는 큰손 20~30명이 한번에 움직였는데, 최근에는 이런 큰손들이 2~3명 정도만 움직이고 있다"며 "큰손들이 움직이지 않으니 당연히 코스피시장의 거래도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업투자자는 "거래가 살아나려면 새로운 테마를 필요로 한다"며 "대선이 끝나도 정책테마로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정책이 아닌 신규 이슈가 나타나면 세력들이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거래대금의 축소로 인해 증권사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하루 평균 6조~7조원가량 거래가 이뤄져야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데, 줄어든 거래대금은 증권사의 실적 악화를 불러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증권업계의 화두는 살아남기"라며 "거래가 줄어들어 특히 중소형사들의 적자가 불가피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올해보다는 좋아질 내년 경제
그렇다면 내년 시장은 어떻게 움직일까. 일단 각 증권사들은 내년의 주식시장은 올해보다는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불황이 완전 타개되지는 않았지만, 최소한 불확실성에서는 많이 벗어나고 있어서다. 또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과 중국, 일본 등도 새로운 정권이 출범하는 만큼 경제활성화를 위한 정책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시장을 밝게 보는 요인이다.
상반기, 특히 1분기에는 미국의 재정절벽 리스크 등으로 의미 있는 변화가 나오기를 기대하기는 힘들지만 2분기 이후부터는 전반적인 상승장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내년에 경제가 드라마틱하게 좋아지지는 않겠지만 올해보다 개선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거래량도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주형 팀장 역시 "내년 시장은 N자형으로 상승을 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주식쪽으로 자산투자를 늘려가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또한 향후 금리인하보다 금리상승 가능성이 큰 점도 주식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연말까지는 미국의 재정절벽에 대한 불확실성이 금리상승을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제하면서 "그러나 국내외 경기의 저점통과 가능성과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의 위험선호 심리를 감안하면 점차 금리상승 압력이 누적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고 분석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내년도 저성장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겠지만 올해보다는 긍정적으로 본다"며 "금리상승 등의 요인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들어올 확률이 크다"고 전망했다.
업황 개선되는 업종 선호주 선제투자
이러한 지수 상승과 거래량의 증가가 예상되는 가운데 선제적으로 업황이 개선되고 있는 경기 민감주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한 증권사 강남지점장은 "거래량이 적을 때는 기본적으로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는 업종 중에서도 최선호주를 들고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거래량이 늘면 이러한 종목들은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 하락폭이 컸던 철강, 정유, 화학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김주형 팀장은 "최근 철강, 화학주 등이 다시 상승하고 있는데 이는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이들 종목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올해 시장을 떠받힌 IT주의 강세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내년에 기업들의 투자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클라우드 컴퓨팅 관련주와 올해 강세를 나타냈던 게임주 등 모바일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기업들도 유망해 보인다. 다만 모바일 비즈니스 관련주들이 올해 많이 올랐다는 점은 다소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의료기기 및 바이오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삼성전자는 최근 조직개편을 하면서 의료기기사업팀을 사업부로 격상시켰다. 삼성이 의료기기사업을 새 먹거리로 집중육성하고 있다는 점과 의료기기사업부를 맡은 윤부근 사장의 불도저 스타일을 감안했을 때 의료기기 관련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삼성의 의료기기사업과 관련해 수혜가 가능한 중소형 의료기기주들도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외에도 전선, 자동차부품주 등 소재산업 주식들도 관련사업의 경기회복으로 인해 상반기 중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6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