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왼쪽)과 중국 국기. /자료사진=이미지투데이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자칫 글로벌 환율전쟁으로 번질 우려가 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중국이 위안화 약세를 유도해 대미 무역에서 막대한 흑자를 내고 있다며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공언했다. 반면 중국은 자본유출의 도화선이 될 위안화 값의 약세 행진에 골머리를 앓는 상황이다.
◆‘환율냉전’ 돌입,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

트럼프는 오는 20일(현지시각) 취임하자마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미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나라는 대미 무역에서 강도 높은 제재를 받는다.


문제는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다면 중국 입장에서도 가만히 있을 리 없다는 점이다. 이 여파로 중국이 급격한 위안화 평가절하는 물론 극단적인 환율 자유화에 나설 경우 한국의 무역 피해도 불가피하다. 실제로 지난 9일 중국은 위안화 가치를 지난해 6월 이후 최대폭으로 평가절하했다.

에단 해리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fAML) 이코노미스트는 “위안화 가치가 급락하면 통화절하 경쟁이 전세계로 확산할 게 뻔하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글로벌 채권펀드운용사인 핌코의 호아킴 펠스 세계 경제고문은 지난해 말 낸 보고서에서 트럼프의 대선 승리로 전세계가 이미 환율냉전(cold currency war)에 돌입했다고 진단했다.


환율냉전은 드러내지 않고 은밀하게 자국 통화의 약세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양적완화(자산매입), 금리인하(마이너스금리) 등을 동원한 종전의 환율전쟁과 성격이 다르다.

펠스는 이미 미국 대선 전부터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BOJ), 중국인민은행(PBOC)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은밀한 전략으로 자국 통화의 약세를 유도해왔다고 지적했다. BOJ의 장·단기 금리 조작, ECB의 국채 매입 금리 상한 철폐 등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해 5월 저점에서 11% 반등했다. 2013년 2월의 저점에 비하면 30%가량 오른 셈이다.

◆한국 피해 불가피, 적극적 대응 필요

위안화 절하로 중국의 수출 경쟁력이 커지면 한국을 비롯한 경쟁국에게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자국 통화 약세 유도 경쟁인 환율전쟁의 빌미가 된다.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경우 한국에도 불똥이 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외교 현안들이 꼬이는 가운데 한국정부가 환율조작국 지정을 막기 위해 적극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미국 트럼프정부 출범 이후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우리나라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지 모른다는 우려에 대비하기 위해 통상채널을 다각화하기로 했다. 동시에 우리정부는 미국 트럼프정부가 앞으로 추진할 대규모 인프라 투자와 미래산업분야에서 신규 협력분야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기 위해선 기존 기준을 완화하거나 새로운 기준을 마련해야 하는데 그렇게 될 경우 한국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일각에서는 실용주의를 추구하는 트럼프가 미·중 관계의 중요성을 고려하고 파국을 피하기 위해 물밑 협상을 모색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올해 미국이 금리인상이 예고됨에 따라 자본유출이 심화될 수 있는 상황에서 시장개입을 통한 위안화 방어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블룸버그는 올해 위안화가 달러대비 3%까지 절하될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자율환율제도를 도입하더라도 중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무역흑자폭이 크고 외화보유고가 충분한 데다 인플레이션지수도 낮은 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