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죽산업의 메카로 불리는 서울 성수동 피혁거리. 경기상황에 따라 ‘침체’ 혹은 ‘부활’ 등의 뉴스가 줄 잇는 이곳에서 지난해부터 중량감 갖춘 새 이슈가 생겨났다. 기업에나 납품해온 고급 ’가죽원단’이 일반 개인들에게 꽤나 팔려나가는 것. 이런 기회를 공략하는 주자들의 등장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대기업 상대 가죽원단 사업을 십수년간 꾸려온 김형철 대표(49)도 지난해 초 결단을 내렸다. ‘레더필’이라는 소매전문 계열사를 세운 한편, 온라인 쇼핑몰까지 열자 결과는 기대이상. 초반부터 실적이 빠르게 늘었고, 기존 사업을 제외한 레더필의 올해 목표 매출액만 10억원에 달한다. 
▲ 김형철 대표(제공=카페24) @머니S MNB, 식품 유통 · 프랜차이즈 외식 & 유망 창업아이템의 모든 것

김 대표는 성수동을 넘어 전국의 가죽공방에서 ‘알 만한’ 인사가 됐다.
“최근 5년간 서울에서만 가죽공방 수백여개가 문을 열었습니다. 지난 2010년경만해도 몇 개 남지 않았었는데 분위기가 확 바뀌었죠. 이제는 공방뿐만 아니라 일반 가정에서도 가죽원단을 찾아요. 온라인 쇼핑몰 인프라의 발전으로 쉬워진 창업환경과 나날이 커지는 ‘수제’의 인기가 뭉쳐진 효과라고 봅니다.”

그렇다고 뛰어드는 가죽원단 주자마다 성공하지는 않을 터. 다루기가 워낙 예민한 가죽의 특성상 각종 노하우가 중요한 승부처다. 김 대표는 십 수년째 운영해 온 가죽원단 도매기업 ‘마니엘티’의 경쟁력을 레더필에 그대로 옮겨 심었다.

우선, ‘수입가죽 전문’을 표방하는 만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인도, 파키스탄 등 다양한 국가 거래처들과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다. 본인 표현으로는 ‘고급 소재에 대한 고객의 갈망’을 충족시켜주기 위함이며, 현재 판매 중인 천연가죽 품목이 1,000여종에 달한다.

이렇게 수입한 가죽원단의 일부는 프린팅을 비롯한 갖가지 기법으로 재가공한다. 특정 원단만 집중 출하했던 과거의 프로세스는 빠르게 바뀌는 시장 상황에 맞춰 뜯어고쳤다. 요즘에는 다양한 원단을 시장에 내놓아보고 구매자 맞춤으로 생산, 전체적인 물류 회전율을 높여가는 추세다.

하지만 업계 선두에 선 비결을 설명하기에는 이것만으로 부족하다. 더 자세한 내용을 묻자 김 대표의 입에선 글로벌과 국내의 시장상황을 연동하는 이론이 펼쳐졌다.

“어느 산업 못지않게 기술경쟁이 치열한 가죽원단입니다. 제가 매년 참관하는 밀라노와 홍콩의 피혁 박람회는 총성 없는 전쟁터죠. 가죽뿐만 아니라 글로벌 패션 시장의 흐름을 읽으려 노력하자 외국 파트너들이 많이 도와주고 있습니다. 다음 단계는 이 안목으로 구상한 완제품 디자인 시나리오를 국내 고객들에게 제시하는 것입니다. 고객 주문대로만 원단을 넘기던 수동적 시대는 끝난 것이죠.”

기세를 이어서 김 대표는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시동을 걸었다. 파트너가 아니라 고객을 글로벌에서 만들겠다는 뜻이다. 국내 쇼핑몰처럼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 ‘카페24’를 통해 영어 버전 쇼핑몰을 구축했고, 미국에서 의미있는 고객 반응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향후 목표는 ‘접근성 확대’라는 한 마디로 압축했다. 국적을 가리지 않고 글로벌의 수많은 개인들이 가죽원단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뛰어보겠다는 뜻이다. 김 대표에게는 가죽원단 소매사업에 나섰던 것 이상으로 두근거리는 도전이다.

“천연 가죽원단을 다루는 온라인 쇼핑몰이 세계적으로 희귀합니다. 제가 가죽을 통해 얻은 즐거움을 글로벌의 수많은 잠재 고객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사업이나 예술 등 가죽으로 무언가를 이뤄보려는 이들에게 힘이 되겠습니다.”